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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차 아이돌’ 산들의 성장통

무대에서 노래한 지 8년 하고 몇 개월. 이젠 노래 부르는 게 제법 여유로워졌겠다고 묻자 산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농익은 감정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이 날로 깊어지며 그의 표현대로 “여전히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3년 만에 혼자 부르는 노래, 앞으로 부를 노래도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글 | 이근하 여성조선 기자 2019-06-12 09:47

이른 아침이 아니건만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목소리가 잠겨 있다. 6월,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전날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단다. 독일에서 귀국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데다 일본 현지 일정을 마친 지 이틀째인 날이었다. 피곤한 기색을 엿보일 법도 한데, 잠시도 흐트러짐이 없다. 몇 뼘 더 자란 노래를 들려주려는 의지가 전해진다.

“첫 솔로 앨범과 비교하면 메시지도, 감정도 전부 달라요. 이전의 풋풋함을 보여드리기엔 제가 20대 후반인걸요.(웃음) 또래뿐 아니라 저보다 나이 많은 분도 공감하는 앨범이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도 그렇고, 솔로 앨범을 낼 때면 몸이 아파서 요샌 열심히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은 산들이 3년 만에 내는 노래이자 그룹 B1A4가 3인조로 재편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솔로 앨범이다. ‘그룹 재편’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의연한 모습이다.

“(변화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을 순 없고요. 많이 줄어든 상태예요. 팬 분들이 응원해준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았나. 무엇보다 저희 셋이서 ‘으으’ 하고 있기 때문에 든든하고요.”
 
노래 잘하는 아이돌

대개 아이돌은 뮤지션과 구분된다. 아이돌은 대부분 화려한 퍼포먼스가 무기인지라 상대적으로 가창력은 부족한 역량으로 비춰지곤 한다. 대중은 산들을 오롯이 아이돌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룹에서 가창력이 돋보이는 멤버이자 각종 노래 경연프로그램에서 우승하는 ‘노래 잘하는 아이돌’로 익히 알려져 있어서다. 아이돌에 대한 일각의 편견을 지워내고 싶다는 노력의 결과다.

“저를 아이돌로 규정하는 데엔 불만이 없어요. 아이돌이기 때문에 따르는 선입견이 있다면 스스로 깨면 된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깰 것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그런 선입견이) 가수로서 더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많은 사람이 “노래 잘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잘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혹시 모를 나태함이 싫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부족함을 더욱 들춰냄으로써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힘을 모은다. 뮤지컬 <신데렐라> 공연 당시 한강에서 혼자 연습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룹 활동이 한창 바쁘던 때라 단체 연습을 아홉 번밖에 못 갔어요. 투어 연습, 컴백 준비, 뮤지컬이 다 엮여서 한 달 동안 서른 곡을 준비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부족하고 싶지 않았죠. 주어진 노래를 하루에 모두 부르면서 연습하는 스타일이라 매일 서른 곡씩 연습했어요. 아무리 늦어도 스케줄을 마치면 꼭 한강공원에서 노래하고 왈츠도 추고, 연기한 기억이 나요.”

산들은 데뷔한 이듬해 뮤지컬 배우로도 데뷔, 7개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노래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뮤지컬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마냥 가사를 외우고 박자와 음정을 맞추기에 급급하던 자신에게 생긴 가슴 뛰는 변화다.

“뮤지컬 배우들이 대본을 단순히 암기하는 줄 알았는데 공부를 하더라고요. 캐릭터가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 원래 어떤 인물인지, 환경은 어땠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소 말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아! 노래도 다르지 않겠구나. 경연프로그램에서 선배들 노래를 할 때면 가사를 먼저 공부했어요. 선배님이 어떤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었고, 거기서부터 제 노래가 달라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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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기대하는 이유

그는 생각하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노래하는 것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누구처럼’ 노래하지 않으려 한다고도 덧붙였다. ‘산들만의’ 색을 갖고자 하며, 시간이 흘러 그것이 짙어졌을 때 자신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서른이면 나는 어떻게 노래하고 있을까, 어릴 때부터 궁금했어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막연히 생긴 기대감이 아닐까.(웃음) 어쨌든 저답게 노래하는 건 중요해요. 누군가를 따라 하면 그 사람처럼 되겠지만 그 상태로 무르익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최근 들어 유난히 생각이 많아진 것 같아요. 노래는 고민할수록 부르기 어렵다고 생각해 심플하게 불렀는데(웃음) 요샌 두 배, 세 배 생각하게 돼요. 무엇에 빗대야 하나… 아, 성장통! 저는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라디오 DJ 경험도 서른에 노래할 감정에 기대감을 더하게 하는 요소다. 그는 1년 가까이 매일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산들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고 있다.

“확신할 수 있어요. 라디오 진행 경험이 가수 인생에 도움이 될 거란 걸.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쉽게 오지 않잖아요. 책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경험을 쌓듯 저는 청취자들 사연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성숙하지 않을까요? 지금 부르는 ‘서른 즈음에’와 몇 년 뒤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분명 다를 겁니다. 콘서트에서 꼭 부르고 싶어요.”

스무 살에 데뷔한 그는 올해 스물여덟 살이다. 휴가는 모두 합쳐도 한 달이 채 되지 않을 만큼 20대를 온전히 음악에 쏟아부었다.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한다.

“늘 노래하고, 음악 옆에 있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낸 것에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왜 좀 더 잘하지 못했나, 깊이 생각하지 못했나에 대한 후회가 있을 뿐이에요.”

고등학생 시절 찾아본 가수 김연우의 무대 영상도 그런 노력에 한몫했다. 비가 쏟아지는 곳에서 우산을 쓴 채 노래하는 김연우의 영상은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박수 치면서 봤어요. 무대를 얼마나 소중하고 신성하게 여기시는지 알겠더라고요. 상황이 어떻든 무대에 서기로 약속한 것이고, 한 명이라도 자신을 보러 오는 사람이 있다면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자세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너무 고단할 때는 살살 노래하고 싶기도 한데, 그때마다 그 영상이 저를 채찍질해요. ‘그래! 목이 찢어지게 불러보자.’ 그래서 상당히 많이 찢어졌지만요.(웃음)”
 
거짓 없는 진솔한 사람

그는 노래 덕분에 거짓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배경엔 엄마가 있다.

“‘너처럼 불러’라고 하신 분이 엄마예요. 네 목소리로만 노래하라고. 그렇게 부르니까 제 자신을 다 드러낼 수밖에 없던걸요. 숨길 수 없으니까. 모든 면에서 솔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거짓말도 못 하는 성격이 됐어요. 좋은 거죠.”

그는 엄마에 대해 “한결같이 솔직하고 이성적인 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소속사 관계자가 온라인에서 제 노래 영상을 보고 저희 집으로 캐스팅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는데 엄마가 ‘아이돌은 잘생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아들은 아닌데!’라고 하셨대요. 그 정도로 솔직하세요.(웃음) 지금도 늘 말씀하세요. 인기 평생 가는 거 아니라고. 제 자랑도 안 하실 걸요.”

몇 년 전만 해도 무대는 물론이고 예능이나 라디오 방송을 할 때마다 극도로 긴장했건만, 이제는 슬며시 농담을 던질 줄도 안다.

“혼자 인터뷰하면서 말도 많이 하고… 저 많이 컸나 봐요. 하하.”

그의 말마따나 ‘성장통’을 거치고 나면 그는 얼마나 더 커 있을까. 연습하느라 잠긴 목소리가 오늘 따라 근사하게 들린다.
등록일 : 2019-06-12 09:47   |  수정일 : 2019-06-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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