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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백승훈의 ‘이것저것의 역사’

오늘 확실한 것도 내일은 어리석은 것! 탈자본주의를 목격했다

포드자동차, 전 세계 7천 명 감원 조치를 보고

글 | 백승훈 공학박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10 10:35

몇 주 전 사내 메일로 현 포드 최고경영자인 Jim Hackett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왔다. ‘Ford Redesign’으로 시작한 그 메일은 포드 전직원에게 뿌려진 메일이었는데, 요약하면 자동차 소비패턴의 변화 그리고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시장의 확대에 대응하고자 조직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는 7천명, 그리고 북미에서만 1천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하나 둘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 지내던 매니저들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정말 박스 하나만 들고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미국회사는 해고가 너무 쉽다. 해고 통보가 나면 사람들은 그날로 바로 회사를 떠난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부당해고를 거론하며 해고를 거부하거나 데모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물론 해고 이후 고용문제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 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분위기였다. 

포드는 미국 내에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규모 또한 손꼽을 정도로 거대한 회사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는 회사 차원의 변화와 그에 따르는 고용과 해고의 과정이 굉장히 유연하고 신속하다. 단순히 미국사회의 법이 그렇기 때문에 고용과 해고가 용이하다는 것은 인과전도의 오류일 것이다. 법 이전에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배경과 사람들의 철학이 바탕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본다.

1881년 미국인 테일러 (1856~1915)라는 인물이 활동하던 시절에는 숙련이 요구되는 작업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그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소유의 병기창과 조선소 였는데, 이들은 강력한 노동조합도 조직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 노동조합들은 독점조합으로 가입 조건은 회원의 아들이나 회원의 친척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회원이 되려면 길게는 7년 정도 걸리는 도제수업을 이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의 그 어떠한 것도 기록을 남기거나 하지 않았고, 그저 기술의 전수만 있었을 뿐이었다. 

테일러는 오랜 숙련의 과정이 필요한 작업도 일련의 간단하고도 반복적인 동작으로 나눌 수 있고, 각 동작은 일정한 방법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알맞은 도구를 사용하여 수행하도록 분석하고 분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도입하려 하였다.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던 기득권에 대한 치명적인 도전이었다. 실제로 그는 기득권들로부터 많은 음해와 도전을 받았다.

테일러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잘 반영된 사례가 포드 자동차였다. 포드는 자동차의 조립과정을 분석해 규격화 하였으며 비숙련 노동자들도 자동차 생산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으로 분해하였다. 생산방식의 혁명으로 포드 회사의 대표작인 T형 자동차의 생산은 기존 750분에서 93분으로 제작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더군다나 완성차를 만드는데 모든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 숙련공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고용의 기회도 크게 늘어났다. 기존의 틀을 깨부순 생산성의 혁명을 일으킨 포드는 그 뒤로 한동안 자동차 시장의 독주를 이어갔다. 100년도 더 된 이야기 이다. 

포드 T 모델에 적용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새로운 기술과 생산방식의 등장이 항상 성공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820년대에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증기기관을 이용한 자동차가 실용화 되었다. 이때 이미 수십 명의 사람을 태우고 시속 30km/h로 운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의 발전을 이루며 증기기관 자동차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자동차의 보급이 점점 늘어나자 피해를 본 마차업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 1865년 일명 ‘적기법’ (Red Flag Act, 적기조례)이 제정되었다. 최초 법 제정 이후 세 차례 걸쳐 수정되었다.
 
요약하면, 최고 속도는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6km/h), 시가지에서는 시속 2마일(3 km/h)로 제한한다. (말의 최고 속도는 시속 40마일(64km/h)이다). 1대의 자동차에는 세 사람의 운전수(운전수, 기관원, 기수)가 필요하고, 그 중 기수는 붉은 깃발을 들고 55m 앞을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 기수(旗手)는 보속을 유지하며 기수(騎手)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한다.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정지해야 한다.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지 말 것.

괴상한 법 조항을 만들어 결국 영국 자동차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후 자동차 기술의 후발주자였던 독일과 프랑스에게 선두자리를 빼앗긴 후 여지껏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드를 비롯한 북미의 3대 자동차 회사들은 이미 앞으로 자동차 시장이 자가 소유의 개념에서 대여(rental) 방식으로 전환이 일어날 것임을 예측하고 회사의 규모의 축소와 판매 대상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의 도래와 카셰어링 (Car sharing), 라이드셰어링 (Ride sharing) 시장의 성장을 거스르지 않는 움직임이다. 

택시 업계의 반발과 여러가지 규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라이드셰어링 시장 자체가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는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변화를 포용하느냐 억압하느냐에 대한 차이가 조직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이미 역사에서 숱하게 목격해 왔다. 우리가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피터 드러커의 저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 이미 나와있다고 본다.

“탈자본주의 조직사회의 조직은 안정 파괴자이다. 왜냐하면 조직의 기능은 지식을 작업에다 연결시키는 것이므로 조직은 끊임없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편성되어져야 한다…… 빨리 변해서 오늘 확실한 것이 내일은 어리석은 것이 되고 마는 것이 지식의 본질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백승훈 공학박사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과정 후 미국 Dearborn 소재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연구원(Research Engineer at Ford Motor Company)으로 일하고 있다.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진동 및 동역학으로 박사를 받았지만 사회과학과 예술, 음악에도 관심이 많고 틈틈이 글쓰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등록일 : 2019-07-10 10:35   |  수정일 : 2019-07-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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