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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장애 아이들의 남다른 이야기

아이를 움직이는 신기한 마술 카드

말이 먹히지 않는 남다른 아이들을 움직여주는 고마운 그림 카드의 매직파워

자리에 앉아. 가서 줄 서. 조용히 들어.
앵무새도 아닌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에 지치고 피곤한 나를 구제해준, 요즘 너무나 고마운 행동지시 카드(Behavior Cue cards)가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소문내고 싶다.

글 |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7-10 00:42

 
우리 교육국 학교 교직원들은 교직원 카드를 목에 걸고 다닌다. 그런데 교직원 카드와 함께 정사각형의 코팅된 카드 한 뭉탱이를 더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저학년 특수교육 종사자들이다.                                                      
  
그 카드를 Behavior Cue cards(행동지시 카드)라 부르는데  아이들에게 지시하고 싶은 행동이 간단한 문구와 함께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코팅된 단순한 카드처럼 보이지만 정서와 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어마어마한 매직 파워를 가지고 있는 마술카드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에게게.. 애들을 의자에 앉히는 게 뭐라고. 그게 뭐 어렵나?’ ‘애들을 걸어가라고 하면 되지 꼭 카드를 보여주고 걸어가게 해야 하나?’ 생각할 것이다. 나도 전에는 그냥 말로 하면 될 걸 뭘 주렁주렁 카드를 달고 다니며 번거롭게 카드를 보여주나 싶었다.

하지만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매직카드의 대단한 위력에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 장애가 있는 남다른 아이들은 교사의 지시나 요청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하고 있던 것을 멈추지 않겠다며 소심 줄보다 질긴 고집을 수시로 피워 교사의 말을 무력하게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벌어지는 이런 문제 상황에서 간단한 그림과 문구가 담긴 이 카드는 교사와 아이들의 사소하지만 힘겨운 실랑이들을 단번에 해결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학기초에  TK~1학년 아이들이 있는 3번 방에서 일하는 Ms. K를 비롯한 특수교육 관련 교사들과 Special Class Assistants(특수학급 보조교사들)가 교직원 카드와 함께 매달고 다니는 카드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유심히 지켜보니 말로 해서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카드를 보여주면 아이들이 그대로 따르는 것이었다. 작년에 3~5학년 특수반에서는 아무도 행동지시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서 나는 그런 카드가 없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아이들이 카드를 보면 바로 고쳐 앉는 것을 보며 그 마술카드가 무척 탐이 났던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장 예쁜 그림 카드를 찾아냈다.
 
다음 날 아침 교직원 카드와 함께 Behavior Cue cards를 대롱대롱 달고 교실에 들어서서 슬쩍 다른 교사들 것과 비교해보니 칼라 프린트가 된 내 카드 그림이 제일 예쁜 것 같이 느껴지는 유치한(?) 뿌듯함을 느꼈다. 매일 날짜와 그 달 이름을 익히는 달력 활동 시간에 아이들이 카펫에 모여 앉았다.
 
 
세 번이나 똑바로 앉으라는 말을 듣고도 카펫에서 뒹구는 란든을 보자 문득 내 목에 매달린 카드 생각이 났다. 드디어 나의 무적의 마술 카드를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란든에게 다가가서 카드 중 우리말로 양반다리, 미국 학교 교사들이 “Criss Cross Applesauce”라 부르는 모습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오오~ 놀라워라!
란든이 “Criss Cross Applesauce”라고 말하면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이었다. 그날부터 Behavior Cue cards는 요즘 말로 나의 최애 용품이 되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서 줄을 서야 하는데도 무시하고 노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걸어가는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며 줄을 서라고 하면 글씨를 모르지만 그림을 보고 카드에 적힌 “Walk”라는 말을 하면서 줄 서는 곳으로 걸어간다.

우리 반 아이들 뿐 아니라 3번 방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같이 노는 다른 유치반 아이들에게도 효과 만점이다. 내 예쁜 마술카드에 관심도 많아서 가끔 일부러 와서 카드를 하나씩 넘겨보며 아직 글을 읽지 못하지만 그림을 보고 쓰여 있는 구절을 유추해서 읽기도 한다. 3번 방 아이들 뿐 아이라 일반 유치원 아이들도 장난감 정리 시간에 “Clean Up”카드를 보여주면 놀던 것을 멈추고 장난감 정리를 시작한다.
 
심지어 3번 방 평강공주 울보 페라도  “Stop”이나 “Use words”카드를 보여주면 울다가 손가락으로 카드를 꼭 찍으면서 “Stop”또는 “Use words”라고 반복하고는 울음을 그치기도 한다. 물론 2~3초 후 다시 울음을 터뜨리기는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그 그림을 지각하고 울음을 멈춘다.
 
자폐나 행동장애처럼 마음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특성을 잘 찾아서 그 아이들이 반응할 수 있는 이런 간단하지만 위력적인 카드를 생각해내어 자료를 공유하는 특수교육 종사자들에게 감탄과 감사를 보낸다.
 
요즘 3번 방에서 나에게는 신비로운 마술카드만 같은 Behavior Cue cards의 도움을 톡톡히 받으면서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Preschool이나 Kindergarten의 일반 학급 교사들도 이런  Behavior Cue cards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혼자 생각했다.

“자리에 앉아라”, “조용히 해라”하루에도 셀 수 없이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교사들도, 그 말을 반복해서 듣는 아이들에게 지겹게 느껴지지만 꼭 필요한 실랑이의 피곤함이 Behavior Cue cards를 보여주는 간단한 방법을 통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신기하고 신비로운 매직카드의 마법을 통해 앵무새 처지에서 해방된 자유를 내가 3번 방에서 맛보고 있는 것처럼 매일 반복적인 행동을 입이 닳도록 말해야 하는 다른 이들도 그 작은 해방감을 함께 누리게 되면 좋겠다.
 
주의 사항 : 물론 Behavior Cue cards의 매직파워는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또 사용하는 횟수에 따라 그 효과가 제멋대로일 수 있다. 처음에는 다른 교사들보다 세련된 그림의 내 마술카드에 바로 반응하던 아이들이 조금 시큰둥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고마운 카드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박소풍 미국 초등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 / 작가

미국학교에서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들려주는, 가슴 아프지만 소풍같이 두근두근한 "남들과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

등록일 : 2019-07-10 00:42   |  수정일 : 2019-07-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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