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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배의 나무와 숲

화웨이 미중 갈등, 이 또한 지나가리라?

화웨이 문제는 미국과 중국간의 통상문제, 기술패권, 그리고 안보 문제 등 3중 충돌의 현장이다.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입장으로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택의 강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전략적 모호성은 전략 없이 시간 버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은 명확하나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잠시 숨을 죽이는 것이다. 대책없은 모호성은 무모함일 뿐이다.

글 |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6-12 09:37

▲ 양보없는 미중패권경쟁
지난 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비상사태 선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명단에 올렸다. 이후 운영체제를 거래했던 구글, 반도체칩 분야를 협업했던 손정의 회장의 ARM, 대만의 TSMC 그리고 유수 통신사들까지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화웨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통신분야까지 거래가 막혔다. 

화웨이 사태는 미중간 경제, 기술, 안보 삼중충돌 지점

화웨이 사태는 미국과 중국간 세 분야에서의 갈등이 중첩되어 나타난 판의 충돌(plate collision)이다. 
 
그 첫째는 통상영역에서의 충돌이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이 “아주 역사적인 거래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던 미중간 무역협상이 갑자기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도 모자라 나머지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도 나머지 3,250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서도 25% 관세 부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갑작스럽게 협상 분위기 바뀐 배경에는 미국이 지난 4월 29-5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0차 고위급 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사안에 대해 중국이 재협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범한 지적재산권 침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및 정부보조금 제공 등을 금지하는 법개정을 요구했었는데, 이를 중국이 거부한 것이다.

둘째는 기술 경쟁을 둘러싼 패권경쟁이다. 2015년 리커창 총리는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차세대 첨단산업 고도화 전략, ‘중국제조 2025’를 제시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재산권 문제와 결부하며 기술패권 대결로 확전시킨 것이다. 지난해에 6월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첨단기술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하면서, '중국제조 2025'를 "미국과 많은 다른 나라들의 성장을 저해할 신흥 첨단기술 산업 지배계획"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리고 해에는 세계 2위 통신업체인 ZTE를 손보고, 이번에는 화웨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셋째는 통신보안 문제를 둘러싼 안보의심 문제다.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중인 스티븐 므누신(Steven Terner Mnuchin) 미 재무장관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미 2012년 미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를 스파이 기업을 지목했었고, 오랫동안 화웨이를 주시한 결과로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비호 아래 기술복제와 해킹으로 몸집을 불린 화웨이가 수출하는 통신장비 등에 백도어(back door)를 심어, 각국 정부 및 기업의 정보와 기술을 빼가는 간첩행위를 일삼는다고 미국은 의심을 굳히고 있다. 이로써 화웨이 문제는 미국의 경제와 기술 그리고 안보라는 핵심 국가전략과 맏닿은 사안이 된 것이다.

이 또한 그냥 지나가진 않을 것

해리스 주한미대사는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이라며 화웨이와의 결별을 주문하고 있고, 중국 경제개발기획원과 상무부 등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불러다 화웨이와의 거래를 지속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무부를 통해 “‘신뢰할 수 없는’ 해외기업 명단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 중이며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기본 입장으로 화웨이 문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뒤로 물러나 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면서, 남북한이 분단된 우리에게 전략적 모호성은 익숙한 외교전략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이 후퇴하지 않은 한,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은 고조될 것이고,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렬하게 어느 한편을 선택하라고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번 상황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격언을 의지하면 곤란하다. 전략적 모호성은 우리의 전략이 확고한 상황에서, 우리의 힘과 실력이 더 키워야할 시간이 필요할 때 구사하는 전략이다. 마냥 지나 가기만을 기다리는 전략적 모호성은 위험하다. 길고, 깊은 상처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 선택해야 한다면 자명하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없지만 노파심에 적어둔다. 우리에게 번영의 길을 열어준 동맹국,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지 않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나무와 숲’은 현안 이슈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큰 틀에서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한다. 주된 관심사는 남북관계, 외교·안보 문제이며, 그 영역을 정치 현안 등으로 넓혀 나갈 예정이다. 현재 협력안보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청와대 대북전략담당 선임행정관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 ‘협력안보’의 모색> 등이 있다.

등록일 : 2019-06-12 09:37   |  수정일 : 2019-06-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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