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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변호사의 문화예술과 법

애플과 퀄컴 사이의 특허 분쟁과 표준특허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받은 애플과 퀄컴 사이의 특허권분쟁소송이 막상 미국 연방지방법원에서 배심원에 의한 재판절차로 진행되자마자 전격적으로 양 당사자와의 합의로 종결됐다. 특히 위 합의의 주된 내용이 그간 애플이 미지급한 표준특허 사용료를 일시에 지급하고 표준특허사용계약과 모뎀칩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주가는 급등했다. 그 배경과 이유를 살펴본다.

글 | 김승열 변호사,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22 09:52

▲ ▲ 핸드폰에 있어서 표준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30%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표준특허권자가 가지는 독점력은 더욱 더 강력해 질 예정이다. 표준특허의 지원과 육성 못지않게 적정한 견제와 통제가 필요하다.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특허소송으로 세기의 주목을 받았던 애플과 퀄컴 사이의 특허분쟁소송이 미국 연방지방법원에서 배심원 선정을 마쳤다.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양측은 전격적으로 합의를 하며 종결됐다. 삼성과 애플 소송보다 더 큰 금액인 34조원 상당의 청구금액 자체만으로도 세상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해 흥미로움이 더해졌는데 의외로 싱겁게 종료돼 실망감마저 드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다. 왜냐하면 이미 중국과 독일 등에서 애플의 아이폰 수출이 금지되는 등 전반적으로 애플에게 불리한 흐름이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애플의 주장 자체가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애플은 핸드폰의 이동통신에서 표준특허를 가지고 있는 퀄컴이 ‘FRAND’ 원칙에 반해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퀄컴이 정한 고율(핸드폰 전체 매출액의 5%)의 로열티 부과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나름 법적 근거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 한국 및 미국 등에서 이와 같은 퀄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독점규제법 위반으로 엄청난 금액의 과징금을 내려진 바도 있다.
 
애플은 2017년부터 총 270억 달러에 달하는 청구를 했다. 퀄컴 역시 공급계약 위반 및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30억 달러 수준의 반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한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독점규제법과 계약법 위반 등의 소송이 진행되어 왔다. 이런 와중에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소재 남부지역 연방지방법원에서 본격적인 배심원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결과는 로열티를 일시에 지급하고 표준특허사용계약 및 모뎀칩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내용으로 상호 합의로 끝 맺었다. 세기의 주목을 끈 소송이 너무나도 싱겁게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과연 그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건 분쟁의 핵심에 표준 특허(Standard Essential Patent)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표준특허는 특정 사업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표준을 이행하기 위해 달리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서는 해당 표준을 구현할 수 없는 특허를 말한다. 표준특허는 그 지위와 역할이 상당하고 독점적 지위가 강력하다. 표준특허권자의 오·남용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표준특허권자에게 국제적 제한이 요구된다.
 
표준특허권자는 자신의 표준특허 주장과 행사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또한 비차별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를 통상적으로 ‘FRAND(Fair, Reasonable & Non-discriminatory)’ 원칙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표준특허권자의 오·남용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의 경우 핸드폰의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가지고 있다. 퀄컴은 특허 사용료로 핸드폰 제작회사에 총 도매공급가액(매출액)의 5%를 표준특허사용료로 징구하고, 모뎀칩을 제공하면서 모뎀칩 공급가격까지 별도로 받아 왔다. 이에 애플은 핸드폰 전체 매출액 기준의 특허 사용료책정이 비합리적이며 모뎀칩 비용을 추가로 받는 것은 이중부담강요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로열티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게 이르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제3의 업체인 인텔로부터 공급받는 방안을 모색했다.
 
퀄컴은 격분했다. 애플을 상대로 공급계약상의 의무 불이행 및 영업비밀 침해 등을 주장했다. 또한 로열티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에 애플이 자신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를 들며 애플 핸드폰 판매중단을 중국, 독일 등 전 세계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중국과 독일은 애플이 위 표준특허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아이폰의 판매금지 판정을 내렸다.
 
애플의 강공책 기조에는 인텔이 있었다. 그런데 아니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애플의 전격 화해 결정에도 인텔이 가장 핵심 역할을 한 것이다. 애플은 퀄컴의 모뎀칩 특히 5G 모뎀칩 공급이 중단되면 인텔로 공급선을 전환하고자 했는데 인텔의 제작·공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애플로서는 치명적 차질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 설상가상 중국, 독일 등의 법원이 애플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애플이 표준특허를 사용하면서 표준특허사용료(Royalty)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적정한 표준특허 사용료 상당액을 공탁하는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표준특허 침해(사용위반)로 보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이들 법원에서 애플의 아이폰 판매를 금지하자 애플로서는 더욱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표준특허의 경우에 표준특허권자가 FRAND 원칙을 선언하더라도 표준특허의 침해자는 정정한 사용료를 제안할 의무가 있다. 이후 사용계약이 중단될 경우 반드시 적정한 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원을 공탁할 의무가 있다. 적정한 금액의 공탁을 하지 않으면 표준특허권자에게 달리 표준특허 침해의 면책이나 표준특허사용(License) 계약의 묵시적인 승낙을 주장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법이론은 애플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미국 배심원 재판에서 천문학적인 변호사 비용이 든다는 사정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소송에서 시간이 소요될수록 애플은 삼성과의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이미 5G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애플로서는 어떻게든 이를 따라잡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 표준특허 사용과 5G 모뎀 등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데 대안으로 믿어온 인텔이 주저앉자 더욱 더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악의 경우는 퀄컴과의 공급마저 확보되지 않는 것이다. 5G 시장에서 애플이 입을 손해는 거의 회복불능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애플은 체면 불구하고 퀄컴에게 무조건 백기(?)를 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비록 애플이 대외적 관계에서 체면을 구겼을지는 모르지만 사업적 측면에서는 나름 현명한 결정을 시기적절하게 한 것이다. 소송을 제대로 다투기 위해서는 애플 입장에서 합리적인 표준특허 사용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법원에 공탁을 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열티를 지급하고 소송을 종결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에 재정적인 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 만일 로열티 금액에 대한 공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애플의 주장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로서는 소송을 진행하나 안 하나 금전적인 부담은 거의 같은 셈이다. 반면 소송에서 패소 시 애플이 입을 손해는 거의 회복불능상태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 자체의 핵심 쟁점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애플로서는 어차피 표준특허 사용료의 지급 의무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단지 금액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만 쟁점으로 남았다. 또한 소송이 장기화되면 애플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애플은 후발 주자 입장에서 5G 시장에 제품을 최대한 빨리 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텔이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애플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애플의 주장 자체는 법리적으로 다투어 볼만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퀄컴 편이었다. 결국 세기의 특허 소송은 다소 어설픈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나마 현명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표준특허에서 공정거래법 위반과 계약법상 효력 문제의 적정한 조화, 각국의 FRAND 원칙 관련한 표준특허권자와 표준특허 사용자와의 권리 의무가 글로벌 차원에서 좀 더 명확하게 정리·정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표준특허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독점 권력자인 표준특허권자와 이를 사용해야 할 표준특허 사용자와의 불공정성 해소 및 합리적인 이해관계 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능한 글로벌 표준을 설정해 내용 및 절차에 있어서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는 사안으로 기억될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김승열 법률큐레이터,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등록일 : 2019-04-22 09:52   |  수정일 : 2019-04-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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