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기사목록 
  2. 글자 작게 하기글자 크게 하기

아마 트레커 이경섭의 ‘남자의 길’

7일의 봄날, 올레를 걷고 인생을 보았다_4

글 | 이경섭 아마추어 마라토너·트레커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19 14:03

7일간 트레킹을 하겠다고 왕복항공권을 미리 예약하고 출발한 길이다. 우연찮은 기회로 글을 쓰게 되었지만 사실 이런 식의 온라인 게재는 전혀 계획에 없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글을 써 본 적이라고는 거의 없다. 일기조차도 안 쓰는 사람이고, 지금까지 써본 글이라 해 본들 직장에서 경험한 기안서 같은 정형화 된 글이 다인 사람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필력을 기대할 수 없다.

새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 글이야 온라인에 올라가는 게 신기해서 썼다지만 2,3편이 되어서는 내가 봐도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어서다. 트레킹 경험이라 해본들 기존 유튜브나 블러그에 널린 대단한 이야기에 비하면 부끄럽기만 해서, 이런 글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도, 이왕 쓴 거니 마무리는 하여야겠는데 글을 짧게 하여 빨리 끝내는 게 어떤가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정한 포맷을 깨뜨리고 재구성하는 재주도 없어 앞으로의 글도 7일간의 일기형식으로 계속 가기로 한다. 다만 조금 서두를 노력은 하려 한다.
 
오늘이 벌써 4일째이니 일정의 딱 중간이 넘는 날이다. 어제 일정은 짧고 짐도 가벼운데다 밤에는 잠까지 잘 자서 오늘은 어떤 힘든 일정도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무리치 않으려 한다. 오늘부터 마지막까지 하루 2개의 코스를 진행하려 한다. 오늘 숙소는 어제 예약을 했고, 일정은 2코스(광치기~온평 15.2Km)와 3-B코스(온평~표선 A코스 20.9Km, B코스 14.4Km)로 계획했다. 정확히는 3코스에서 3,4키로쯤 못미처서이다. 숙소에 맞추기 때문이다. 3코스는 제주올레 코스 중에서 A,B 두코스로 이원화 되어있는 유일한 코스이다.
 
본문이미지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에서 본 성산일출봉. 어디에서 보나 시선을 끈다.

본문이미지
중간스탬프 확인하고 오른 대수산봉 오름.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조식은 8시부터인데 사장이 조금 서둘러 줘서 출발을 조금 당길 수 있었다. 여기서 출발지인 광치기해변까지는 어제 역순으로 201번 버스로 다시 가면 된다. 그런데, 이것이 순조롭지 않다. 버스가 급행이 있는데 하필 내가 탄차가 급행이었다. 제법 갔는데도 목적지가 안 나와 기사에게 물어 보니 가는 길 일부 구간이 다르다 한다. 할 수없이 하차하여 반대편에서 다시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거의 9시반이다.
 
여행이 이렇다. 가이드가 있고 전용차량으로 다니는 패키지가 아니다.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의 일부라 생각해야 한다. 도착해서는 오늘의 길을 시작한다. 어제의 동행자가 오늘 중간스탬프(홍마트 앞)는 얼마 안가 있다 알려줬는데 과연 그렇다. 그런데 그렇다 해도 이상하다. 지도검색을 해본다. 확인해보니 내가 지나온 길이 우회길이다. 알려준 분도 몰랐던 가 같다. 아직도 의아하게 생각되는 건, 올레길에서 우회길이라는 표시를 본 적이 없다.
 
결론적으로 이리되어서는 식산봉을 못 가게 되었고 4킬로쯤을 적게 걷게 되었다. 나름 원칙주의자인데 이런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다. 오후 일정을 급변경하기로 한다. 원계획인 3-B코스에서 3-A코스로 가기로 한다. 하루도 일없이 계획대로 되는  날이 없다.
 
인생여정이 그런 듯도 하다. 지금까지 내 뜻대로 계획대로 살아온 세월보다 밀려 산 시간이 더 많다. 상황이 바뀌면 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실의에 빠지지도 뒤를 돌아볼 이유도 없다. 다른 길 또한 길인 거다. 어떤 시인이 말한 것처럼. 두 길이 있다하여 다 갈수는 없는 것이다.
 
나름 번화가를 지나서 다시 한적한 산길로 접어들어서는 대수산봉이다. 어제의 오름에서 본거와는 또 다른 일출봉과 바다 조망이다. 여기서 잠깐 목도 축이고 경관도 구경하고는 하산길이다. 이후 조용한 산길을 걷다보면 다시 도로와 만나는데 일출봉을 지나서는 차도 인적도 다시 한가하다.
 
본문이미지
오름을 내려와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보면 만나는 혼인지.

본문이미지
몸이 가벼워서인지 잘라먹은 길 때문인지 어느새 2코스의 종점. 은평포구다.

본문이미지
요즘 보기 힘든 굿 장면을 접했다. 신명난 장단에 몸이 들썩인다.

이후 혼인지를 만나는데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이 온평리 바다가 나무속 벽랑국 3공주를 만나 혼인한 곳이라 알려진 연못이 있는 장소라는데 멀쩡히 지어진 건물과는 달리 직원도 관광객 한 명이 없다. 이곳을 지나서는 다시 바다가 보이고, 금방 2코스 종착점인 온평포구다. 지나며, 어느 곳에 사람이 북적이는데 어릴 때 간혹 보았지만 지금은 거의 볼 수없는 풍경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굿판이다. 동네분들이 모여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세요. 속으로 거들어 드리고는 3코스 시작이다. 오전코스를 계획보다 거의 4키로 가까이 못걸었지만 버스 착오로 시간만 계획대로다. (그런데, 2코스 초반 우회길만 표시된것이 조류인풀루엔자 때문이라는 블러그 글도 보았지만 지금도 모르겠다.)
 
오전의 착오로 대신 오후 일정이 7킬로쯤 늘었다. 3코스 들어서서는 얼마 안가서 A, B코스의 갈림길을 만나고는 바로 옆에 식당을 만난다. 경험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서 못 먹으면 어디서 식당을 만날지 알 수가 없다. 모처럼 메뉴도 마음에 들기도 한다. 사실, 코스를 벗어나면 괜찮을 거 같은 식당이 많겠지만 이 길을 벗어 날 엄두가 안 난다. 이 길과 멀어지면 마치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본문이미지
3코스로 갈라지는 지점. 앞에 보이는 식당엔 우럭매운탕이 참 맛있다.

본문이미지
올레트레킹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동백나무숲.

다른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며 자위도 해본다. 식당 메뉴가 회와 매운탕인데, 매운탕을 일인분도 주신다 한다. 먹어보니 맛도 좋고 양도 좋다. 여기에 소주를 같이 한다. 트레킹하며, 점심, 저녁 시 반주를 자주하게 되는데 한 병 정도는 취기도 없다. 개인 술양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 걸음 수나 공기가 원인인 듯하다. 식사를 하면서는 등산화에 양말까지 모두 벗어 놓코 맨발로 한다. 확실히 쉬는 거다. 발도 식히고. 다만 타인의 눈을 의식해 아무 곳에서 그러진 않는다. 국물까지 싹 다 비워냈다.
 
걸으며 또 식사하며 혼자여서 외롭다는 생각은 없었다. 식사 끝내고는 씩씩하게 오후 일정을 진행한다. 가지 못한 B코스를 보니 환해장성과 신산포구를 지나는 해안올레길인데 두 코스가 만나서는 다시 해안길이어서 아쉬운 생각은 안 든다. A코스 들어서서는 한적한 시골길과 산길인데, 아무래도 걷기에는 흙길이 좋다. 통오름과 망오름 두 곳의 오름을 지나는데 제주오름은 산이라기보다는 그냥 나지막한 언덕 같은 거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누구도 오름 오르는 것을 겁낼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또, 나지막한 오름이지만 오르면 탁 트인 조망을 볼 수 있다. 잠깐 올라서 이런 경관을 볼 수 있는 것이 제주트레킹의 큰 장점인 듯하다. 걸으면서 제주는 동백나무와 무밭을 참 많다. 일반 가정정원에 한라봉등 과실주도 많이 심는 듯하다. 하산하는 길에 대단위 비닐하우스 농장을 볼 수 있었는데, 농사나 어류 양식을 하기에 좋은 여건인 것 같다.
 
본문이미지
중간확인지점인 김영갑 갤러리.

본문이미지
A,B코스가 만나는 지점을 지나면 신풍 신천 바다목장이다. 5월이 지나면 끝없이 푸른 잔디밭을 감상할 수 있다.

내려와서 조금 지나니 중간스탬프가 위치한 김영갑갤러리다. 명성만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갤러리 주변 경관만 구경한다. 트레커로 왔으니 작품은 다음을 기약한다. 지나서 걷다보니, 두 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일정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해안을 끼고 걷다보니 신풍 신천 바다목장인데 바닷가 경치로는 의외의 경치이다. 대관령목장 같은 것이 바다 해안가에 있는 거다. 바닷가옆 끝없는 목초지가 영화의 한 장면같이 멋있다.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오른쪽은 푸른 목초지고 왼쪽은 파란 바다이니 달릴 맛이 날 거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 도착 목표로 서두른다. 몇몇의 양식장을 지나서 인적도 건물도 안 보이는 시골길 들어서서 오늘의 숙소를 만났다. 오늘 게하의 사장은 게하와 북카페를 같이 운영한다. 집필중인 수필가이기도 하고 단행본 출판사 편집장의 전력을 가진 분이다. 2년 전 어떤 계기가 생겨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다한다.
 
본문이미지
오른쪽이 오늘의 숙소. 전면에 보이는 건물은 북카페.

예약 때 주변 식당이 없어 걱정했더니 큰 찬은 없지만 저녁, 아침을 있는 투숙객과 같이 하자 한다. 보통 식사 제공하여도, 간편 조식 정도 인데, 이 집은 석, 조식 두 끼나 제공하고 게다가 집밥이다. 그것도 정성이 가득한 집밥. 걷느라 고생했다며 커피도 한라봉도 막 주신다. 이런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기는 했는데 내가 이런 집을 만나다니... 운이 좋은 코스다.
 
샤워하고 나와 고등어묵은지조림과 함께 밥을 두 공기나 먹었고, 후에는 먼저 있던 숙박객과 맥주도 한 잔 나누며 맘 따뜻한 하루를 마감했다. 이런 맘을 받은 지가 넘 오래여서 표현도 제대로 못 한 듯하다.
“사장님, 늦었지만, 너무 고마웠습니다.”
오늘도 내일 숙소 예약하고 자면 될 듯하다. 이젠 온 날보다 갈 날이 더 적다.
 

제주 올레 트레킹 4일차
기록 | 42,837보, 32.14km
경비 | 39,700원
점심(우럭매운탕) 14,000원
음료외 5,700원
저녁(게하 제공)
숙박 20,000원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칼럼니스트 사진

이경섭 아마추어 마라토너·트레커

수십 년간 마라톤과 수영으로 체력을 다진 아마추어 트레커. 걷고 뛰기를 좋아해 매년 3~4회씩 국내외 트레킹 코스에 도전하고 있다.

등록일 : 2019-04-19 14:03   |  수정일 : 2019-04-19 14:08
  1. 프린트하기 
  2. 기사목록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NS 로그인
  • 페이스북 로그인
  • 카톡 로그인
  • 조선미디어 통합회원 로그인
  • pub 로그인
댓글을 입력해주세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