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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IMF에 가입할 수 있을까?

글 | 선수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19 09:59

지난 4월 1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가 열렸다. 우리나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가했다. 홍 부총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가 진전되어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IMF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했다. 그는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와의 면담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전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도 지난해 IMF·WB의 협조를 당부했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한 바 있다. 북한이 IMF, 세계은행 등 여러 국제기구에 가입함으로써 개방적 개혁으로 나설 뜻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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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정작 북한은 조용하다. 12일 IMF 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케네스 강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북한 당국과 관련한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북한의 IMF 가입이나 북한 지원은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도리어 우리 쪽이 북한의 IMF 가입에 적극 나서는 형국이다. 이는 정부의 신경제지도 구상과 맞닿아 있어서다. 북한의 개발자금을 조성할 때 남북협력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금은 많을수록 좋은 법. 홍 부총리의 발언은 향후 국제금융기구의 협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IMF 가입해야 WB·ADB·AIIB 지원도 가능
 
IMF, WB 등 국제금융기구는 개발도상국에 개발 관련 자금을 지원한다. 저개발국의 지속적 경제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은 장기 저리로 이뤄진다. 1990년대 말 동구권 국가들은 체제전환을 이루며 국제금융기구의 경제 지원을 받았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기 위한 첫 관문은 IMF 가입이다.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 나라 가운데 IMF 회원국은 189개 나라다. 북한을 포함해 쿠바, 안도라, 모나코 등 4개 국가만이 비회원국이다. 북한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은 1990년대 비공식적으로 IMF 가입을 타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반대 때문이다.

지금의 국제금융질서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을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IMF와 WB는 사실상 미국 주도로 운영된다. 미국이 IMF의 총투표권(503만 1,614)에서 16.5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뒤를 이어 일본(6.15%), 중국(6.09%), 독일(5.32%) 등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IMF에 신규 가입하기 위해서는 총투표권 2/3 이상을 보유한 회원국들이 총회에 참가해 과반 이상의 찬성해야 한다. 결국 북한이 넘어야 할 큰 산은 IMF 뒤에 숨겨진 미국인 셈이다.
 
이 외에도 IMF 회원가입을 위해 국민소득, 무역수지,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 국가통계를 제출해야 한다. 국가통계를 대외비로 여기는 북한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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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들의 IMF의 총투표권 지분 비율. 자료=IMF.


다른 국제금융기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IBRD·IDA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은행그룹(통칭 WB)은 저소득 국가를 낮은 금리로 지원하고 있지만 가입조건으로 IMF 회원국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도 마찬가지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IBRD나 ADB 회원국을 자격으로 두고 있다. AIIB는 총투표권의 75% 회원국이 찬성하면 비회원국을 지원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IMF 가입이 필수적이란 뜻이다.
 
‘모기장식 개방’ 아닌 전향적 자세 필요하다
 
북한은 절실하다. 한국은행 추정에 의하면 북한의 2016년 경제성장률은 3.9%, 2017년은 –3.5%를 기록했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작동하고 있어 2018년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며 –5%대까지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현재까지 총 27개의 경제특구·경제개발구 계획을 발표했지만 진척이 요원하다. 자금 부족 때문이다. 해외 투자를 받고 싶어도 제재로 불가능하다. 물론 제재 이전에도 국가 신용도가 낮아 해외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북한이 IMF에 가입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북한의 구상처럼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한 고도성장 전략도 가능하다. 무디스, S&P, 피치 등의 국가신용평가도 이뤄지고 개인·기업의 투자도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으로는 어디까지나 청사진에 불과하다. 과거처럼 근본 변화 없이 필요한 부분만 취하려는 ‘모기장식 개방’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 외교 공세보다 중요한 건 역시 북한의 전향적 자세다.
 
등록일 : 2019-04-19 09:59   |  수정일 : 2019-04-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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