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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1000억원대 퇴직금, 2500억원대 상속세?

물류·항공산업의 선구자로서 마지막 체면 되살려야

글 | 선수현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2019-04-19 09:55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8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한 대한항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8년 주주총회에 꾸준히 참석하다가 11월부터 나오지 않았다. 평소 앓고 있던 폐질환이 연말부터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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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조선DB

조 회장은 1949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등을 맡으며 우리나라의 물류산업과 항공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조 회장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갑질’ 논란, 횡령, 배임 등의 문제로 이어진 지탄이 성공신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조 회장은 경영상의 책임을 지고 3월 27일 주주총회의 결정으로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퇴장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약 700억원으로 추산되는 퇴직금이 화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주주 대리인 자격으로 주주종회에 참석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조양호 회장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을 감안했을 때 이 퇴직금은 반드시 포기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경제개혁연대 역시 4월 3일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에서 물러날 경우 받게 될 막대한 퇴직금은 여전히 논란거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4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 회장이 대한항공 CEO로 활동한 1999년 IMF 직후임에도 부채비율이 135%에 불과했는데 2018년 707%으로 늘어난 데 경영책임을 져야한다는 강한 입장을 견지했다.
 
대한항공 직원은 2만 1761년 일해야 받는 금액
 
조 회장은 최근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에 집중했지만 2018년까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진에어, 한국공항 등에 대표이사·회장 자격으로 이름이 올라있었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조 회장은 지난해 약 27억원의 보수와 4억 3,000만원의 상여를 받아 총 31억 3,044만원을 수령했다. 월평균 2억 6,087만원이다. 1974년 입사해 45년 근속한 조 회장의 퇴직금(평균 월급×근속 연수)을 계산해보면 약 117억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임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지급률이 더해진다. 대한항공은 2015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장에 한해 퇴직금 지급률을 6배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퇴직금 지급률은 대기업 임원에게만 있는 특별한 ‘배수’다. 대다수의 기업은 임원 퇴직금 지급률을 갖고 있지만 정확히는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5년 내놓은 보고서는 국내 상장기업들은 임원 퇴직시 대체로 3배의 지급률을 적용한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지급률 6배를 대입하면 조 회장의 퇴직금은 704억 349만원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와 같은 계산법으로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코오롱인더,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등을 겸직하며 4배의 지급률을 적용해 총 410억 4,000만원의 퇴직금을 받은 바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수령한 퇴직금은 21억 9,400만원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겸 진에어 부사장은 대한항공 8억 6,884만원, 진에어 8억 7,400만원을 포함해 모두 17억 4,284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퇴직금 논의에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뿐, 퇴직이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 산정은 불필요한 논의”라고 일축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조 회장의 급작스런 별세로 대한항공뿐 아니라 조 회장이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든 기업에서 퇴직금을 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조 회장이 지난해 받은 연봉은 한진칼 26억 5,830만원, 한진 11억 985만원, 진에어 14억 9,621만원, 한국공항 23억 2,335만원. 총 107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LG 상속세 9,215억원 5년 분할납부 시사하는 바 크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 계열사는 임원 퇴직금 지급률을 밝히지 않는 상황. 임원의 통상적 지급률인 3배를 적용해 추산한 조 회장의 예상 퇴직금은 최소 1,085억 830만원이다. 대한항공의 지급률 6배를 모두 적용하면 퇴직금은 최대 1,465억 8,170만원까지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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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추산 과정(임원 퇴직금=평균 월급×근속 연수×지급률). A는 임원 지급률 3배수일 때, B는 6배수일 때로 가정. 자료 : 기업별 사업보고서.

대한항공의 임기임원 및 해외 현지 직원을 제외한 직원의 평균 연봉이 8,083만 370원, 월 673만 5,864원일 때, 대한항공 직원은 1만 6109년~2만 1761년을 꼬박 일해야 조 회장만큼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직장인의 평균 월급인 337만 6,000원으로 계산하면 평범한 직장인은 3만 2141년~4만 3419년을 일해야 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여기에 조 회장이 이사로 등재된 부동산회사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2019년 3월 28일 해임) 등의 연봉까지 합산하면 퇴직금은 또 다시 수십 억원 오른다.

조 회장의 재산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상속 1순위인 아내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현아·원태·현민 남매에게 돌아간다. 50%의 상속세율을 따져보면 조 회장의 유가족에게 최소 542억 5,415만원에서 최대 732억 9,085만원의 상속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퇴직금에 한한 금액이다.
 
조 회장의 재산은 아직 정확한 액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주식자산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상장 계열사의 주식 가치는 약 3,454억원, 조 회장 명의의 부동산 약 150억원을 합산하면 약 1,8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이 외에 현금자산을 고려하면 상속세는 최소 2,5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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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모습. 사진=조선DB

 
조 회장의 유가족은 LG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구광모 LG 회장 등 상속인들은 고 구본무 회장의 약 2조원가량의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과세 당국에 신고하고 5년간 분할납부하기로 했다. 구 회장이 막대한 납부 금액을 결정했음에도 LG의 경영은 순항중이다. 조 회장은 생전 상속세 탈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물류·항공산업의 선구자로서 조 회장의 구겨진 체면을 되살리는 일, 더 이상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 가는 길에 일말의 꼼수도 없어야 한다.
등록일 : 2019-04-19 09:55   |  수정일 : 2019-04-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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