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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놀러 한번 오시라요” 북한식당들의 변신

글 | 백춘미 통신원 2019-03-13 09:38

▲ 상하이 푸둥 통무대주점의 평양고려관. photo 메이퇀
마천루가 즐비한 상하이 푸둥(浦東)의 세기대도(century avenue) 인근에는 북한식당 평양고려관이 있다. 중국통신무역빌딩에 입주해 있는 통무(通茂)대주점 1층에 있는 이 북한식당은 평양고려호텔이 사실상 직영하는 푸둥 유일의 북한식당이다. 평양고려관과 호텔 로비 라운지를 겸하는 평양고려차집(평양 카페)이 나란히 붙어 있다.
   
   이 식당은 누가 봐도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화려한 한복을 입은 미모의 여종업원 2명이 항상 입구를 지킨다. 색동저고리에 빨간치마를 두르고 댕기머리를 땋은 북한 여성들이 종업원으로 근무하는데 한결같이 수려한 미모와 신체조건을 자랑한다. 일제히 검은색 통굽 하이힐을 신은 덕분에 더욱 늘씬해 보인다.

   비록 북한식당이지만 정갈한 한정식을 중국 지인들에게 대접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냉면, 온반 등 북한 음식은 물론 한국에서 흔히 먹는 비빔밥, 삼계탕, 된장찌개, 김치찌개까지 없는 것이 없다. 심지어 김밥에 한국식 짜장면까지 메뉴에 올라와 있다. 평양고려호텔에서 파견한 주방장이 직접 조리한다고 하는데, 메뉴판에는 ‘화학조미료를 절대 쓰지 않는다’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이 정도 분위기에 이만한 수준의 한정식을 선보이는 한식당은 푸둥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중국 식당을 찾다가 이곳을 찾으면 제대로 된 식당에 와서 대접받는 기분이다. 요즘 상하이의 식당에서는 테이블 귀퉁이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직접 스캔해서 주문하고 결제까지 진행하는 통에 종업원 얼굴조차 보기가 힘들다. 심지어 로봇이 주문을 받고 서빙까지 하는 무인식당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 식당에서는 비빔밥을 시키면 숟가락으로 세심히 비벼주고, 술을 시키면 잔에다 직접 따라준다. 저녁시간이면 북한 특색이 넘치는 의상과 빼어난 가무(歌舞)로 손님들의 흥을 돋운다.
   
   덕분에 한때 상하이에서 북한식당의 인기는 대단했다. 가장 일찍 문을 연 쉬자후이 건국빈관의 평양옥류관을 필두로 평양청류관, 평양관 등 북한식당들이 상하이 곳곳에 문을 열었다. 심지어 한국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찾던 훙차오개발구의 은하빈관(갤럭시호텔)에 있던 한식당 한강(漢江)은 북한식당 평양관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까지 했다. 평양고려호텔이 직영하는 평양고려관은 2012년 상하이 30대 식당에 선정될 정도였다. 조선족 사장들이 북한식당을 모방해 문을 연 ‘짝퉁’ 북한식당까지 출현할 정도였다.
   
   북한식당들은 북한산 술, 담배 같은 기호품과 각종 건강식품을 중국과 한국에 알리는 수출창구 역할도 했다. 한국 맥주보다 맛있다는 북한의 대표맥주 대동강맥주를 비롯해 개성 송악소주, 북한의 고위간부들이 즐겨 핀다는 ‘727 담배’ 등 북한산 기호품들이 즐비했다. ‘727담배’는 북한이 한국전쟁 승전기념일로 기념하는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밖에 안궁우황환과 고려산삼 등 한국 남성들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상품들도 있다. 효능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북한산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미모의 북한 여종업원들의 권유에 덥석 지갑을 여는 한국 손님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그 많던 상하이의 북한식당들은 지난 수년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지난 정부에서 북한식당 이용 자제령을 내리면서다. “북한식당을 이용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미확인 루머까지 퍼지면서 한국 주재원들과 교민들조차 상당수 발걸음을 끊었다. 결국 한국인 사업가들과 현지 주재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에 입점해 있던 건국빈관의 평양옥류관을 비롯해 은하빈관의 평양관, 푸둥 양광대주점의 평양단군관(금강산) 등은 모두 문을 걸어 잠갔다. 한국 단체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하던 평양청류관, 평양묘향관 역시 모두 간판을 내렸다.
   
   남은 것은 평양고려호텔이 사실상 직영하는 평양고려관과 구베이(古北) 외곽의 한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평양관 정도다. 한때 상하이에 3곳까지 점포를 늘렸던 평양고려관 역시 푸둥 롄양(聯洋)에 있던 점포를 정리했다. 롄양은 푸둥의 한국 교민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이다. 지금은 상하이총영사관을 비롯해 한국계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구베이의 본점과 푸둥 통무대주점에 있는 분점 2곳만 점포를 유지하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도 한국인 손님보다 중국인 손님이 더 많아 보인다.

▲ 영업을 중단한 상하이 쉬자후이 건국빈관의 평양옥류관. photo 백춘미

   
   여종업원들 명함 돌리기
   
   자연히 북한식당들도 경쟁이 살벌한 상하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여종업원들의 유창한 중국말은 기본이다. 밑반찬으로 중국식 요리가 몇 가지씩 곁들여진다. 한국식 쇠젓가락과 쇠숟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손님들을 위해 중국식 숟가락과 젓가락을 비치하는 곳도 많아졌다. 현금결제가 거의 없는 중국인 손님들을 위해 즈푸바오(알리페이) 등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일부 식당은 메뉴판을 아이패드로 바꾸었다. 요리를 왕창 시킨 뒤 남은 음식을 포장해 싸들고 가는 중국 손님들을 위해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선방 중인 평양고려관의 경우 식사시간을 전후로 여종업원들이 점포 밖으로 나와서 명함을 돌리기도 한다. 지난 겨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보급품’으로 보이는 패딩점퍼에 검은색 바지를 똑같이 맞춰 입고 2인1조로 명함을 돌리는 여종업원들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들 여종업원들은 출퇴근 시에도 대여섯 명씩 이열종대에 맞춰 단체로 이동하고, 휴식을 할 때도 2인1조로 움직인다. 분홍색과 초록색 패딩점퍼에 검은색 바지, 검은색 통굽 하이힐을 똑같이 착용하고 있어서 어딜 가나 눈에 뜨인다.
   
   그나마 밖에서는 “놀러 한번 오시라요”라고 눈웃음을 띠며 명함을 건네던 여종업원들도 식당 안에만 들어가면 ‘한국’이란 단어 한마디에 굳어버리면서 ‘남조선’으로 정정해준다. 2016년 저장성 닝보의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사건 이후 남한 사람을 보는 경계의 눈초리도 더욱 짙어졌다. 당시 류경식당 여종업원들은 상하이를 거쳐 제3국으로 탈출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간의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는 당분간 요원해졌다. 결렬의 여파인지 전용열차를 이용한 귀국길에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의 북·중 간 정상회담도 무산됐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몇 안 남은 외화벌이 창구인 중국 내 북한식당의 경영난도 계속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대북제재 조치로 중국 내 북한식당의 신규 개설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상하이 푸둥이나 구베이의 부동산 임대료는 살인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인들마저 높은 임대료 탓에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북한식당이 추가로 생기면 여종업원들도 본국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천지개벽한 상하이의 발전상을 체험한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주간조선 2548호
등록일 : 2019-03-13 09:38   |  수정일 : 2019-03-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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