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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자유한국당을 7개월간 이끈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세상을 바꾸는 데 힘 보태고 싶을 뿐, 권력욕은 없다!”

⊙ “문재인 정권은 공안정권… 국민은 ‘피통치자’로 전락해”
⊙ “안보처럼 국가 역할 꼭 필요한 영역에서는 ‘국가’가 없다!”
⊙ “문재인 정부엔 독자 철학 없어… 선거용 구호 그대로 밀고 가”
⊙ “지금 親朴과 非朴의 수장이 누구인가?… 자유한국당의 각 계파는 와해됐다”
⊙ “대권 도전은 내 의지와 무관…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金秉準
1954년 출생. 영남대 정치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미국 델라웨어대학 대학원 정치학 박사 / 지방자치경영연구소 이사장, 국민대 교수협의회 회장, 청와대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노무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글 | 박희석 기자 2019-02-27 10:20

사진=조현호
  
박근혜(朴槿惠)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 지방선거 참패에 따라 파산 위기에 몰렸던 자유한국당이 되살아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정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13지방선거 직후 17.6%에 불과했던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28.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76%에서 50.4%,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57%에서 38.9%로 떨어졌다. 그 사이 ‘난파선’이 된 자유한국당을 수선한 이가 김병준(金秉準)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였던, 김병준 위원장은 ‘노무현의 남자’로 불린다. 1993년,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소장을 맡은 이후 ‘노무현의 브레인’으로 활동해온 그는 노무현 정부와 대립했던 ‘보수 야당’을 재건하기 위해 ‘현실 정치’ 안으로 들어왔다.
 
‘김병준 비대위’에 대한 당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한 그의 이력이 문제였다. 고도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비대위원장을 학자 출신이 맡은 점도 그랬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노무현’을 수차례 언급해 자유한국당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당 혁신을 위해 비대위에 당연하게 요구되는 ‘인적쇄신’도 뒷순위로 미루고 정책과 철학, 시스템 등 추상적인 개념을 강조했다. 가시적인 혁신 작업이 진행되지 않자 당 안팎에서는 ‘김병준 비대위 무용론’이 제기됐지만, ‘김병준 비대위’ 7개월째인 지금은 그런 비판이 들리지 않는다.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이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공방을 일삼던 자유한국당은 ‘김병준 비대위’를 거치면서 ‘정책 정당’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혀 변변한 대여 투쟁조차 못 했던 정당이 재기하는 과정에서 ‘김병준 비대위’가 한 역할은 무엇일까.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직접 들었다. 
  
“특정 계파 편들 이유 없어… 사심이 없는 게 나의 무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대통령 정책특보·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노무현의 정책통’이다. 사진=조선DB
  ― 당내 기반이 없는 외부인사로서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한계는 뭡니까.
 
  “세(勢)가 전혀 없으니까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만의 무기가 없지는 않습니다.”
 
  ― ‘무기’가 뭡니까.
 
  “나는 단 한 사람도 밖에서 데리고 온 일이 없습니다. 여의도연구원에 사람 안 넣고, 비서실에도 사적 관계를 가진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다. 친소관계를 따져서 비대위원을 임명하지도 않았어요. 내가 어떤 욕심을 갖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내 무기가 될 수 있는 겁니다.”
 
  ― 비박계가 내세운 비대위원장이란 의심을 받았는데요.
 
  “기존 정치 방정식에 나를 대입하니까 맞질 않죠. 내가 어느 쪽 편을 들 이유가 있습니까?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이 지난 다음, KBS에서 우리 당 의원들에게 ‘김병준이 잘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평균 71점이 나왔어요. 친박과 비박의 점수가 같이 나왔어요. 불과 100일 사이에 내가 친박·비박, 어느 쪽도 아니란 사실을 의원들이 인정했다는 결과입니다. 내가 특정 계파에 끌려가거나 그들 논리에 함몰된 일이 없습니다.”
 
  ― “김병준이 자기 정치를 하려고 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럴 수 있죠. 자기 정치를 할 것 같았으면, 내가 내 사람을 여기 심고, 저기 심고 했겠지만, 하늘에 맹세코 나와 가까운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불러들여서 앉힌 일이 없습니다.”
 
  ―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노무현 정신’을 수차례 강조했는데요, 자유한국당의 비대위원장이 ‘노무현’을 언급할 수 있습니까.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는 건 밖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겁니다. 그걸로 매일 공격하는데요, 나는 ‘노무현 정신’을 얘기한 일이 없습니다. 그건 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다만,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할 때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고 하고서 왜 노무현과 반대로 하고 있느냐?’라고 지적하면서 언급한 일은 있습니다.”
 
  ― 인적 쇄신을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해 화제가 됐는데요, 당시 ‘전원책 위촉’은 ‘김병준의 차도살인’이란 얘기가 있었습니다.
 
  “책임은 어차피 비대위원장이 지는데요?”
 
  ― 칼을 쥔 사람은 전원책 변호사였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결국 책임은 비대위원장의 몫입니다.”
 
 
  “비대위 초창기 ‘무용론’ 제기될 때 힘들었다”
 
  ― ‘김병준의 차도살인’이 아니라 ‘김무성·김성태 등 비박계가 김병준에게 외주를 줬고, 김병준이 전원책에게 재하청을 준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니란 게 밝혀졌죠. 김무성 전 대표부터 날아갔잖아요.”
 
  ― 왜 전 변호사를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촉했습니까.
 
  “조강특위의 권한을 뛰어넘는 발언을 많이 하셨습니다. 우리 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였습니다.”
 
  ―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를 왜 2월 말에 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가 해촉됐죠.
 
  “그건 자기 생각일 뿐이에요. 비대위 체제를 7~8개월 끌고 가는 것도 무리인데, 1년이나 하자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더구나 올해 7~8월까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자고 했던 게 아니라 조강특위를 그렇게 하자는 거였어요. 조강특위가 공천까지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죠.”
 
  ― 개인적으로는 비대위 체제를 오래 끌고 가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비대위는 짧게 가야 합니다. 정상적으로 선출된 당 대표가 해줘야 하죠. 비대위는 그야말로 비상대책위원회 아닙니까? 비대위가 출범할 때부터 비대위원장이 내년 2월이면 모든 작업을 마치고 가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비대위원장이 위촉한 조강특위 위원은 비대위가 정한 날짜 안에서 일을 마치는 게 당연한 건데, 일을 맡고 난 다음에 갑자기 다른 얘기를 하는 건 도리가 아니죠.”
 
  ―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육체적·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입니까.
 
  “초기 석 달 동안 당의 비전과 철학을 재정립하는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비대위원장에게 사람 쳐내는 걸 기대했지만, 저는 당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철학을 만들고, 새로운 평화로 가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시도한 겁니다. 그러니까 ‘비대위는 어디 갔느냐?’ ‘비대위가 하는 일이 없다’ ‘왜 엉뚱한 짓을 하느냐?’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때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 왜 사람 쳐내는 것부터 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철학을 만들고, 그걸 공유하는 환경을 조성한 다음 그 기준에 따라 새로운 인물도 영입하는 거죠. 사람을 쳐내는 것부터 하게 되면 파벌 싸움에 휩쓸려서 철학과 비전을 확립할 수 없게 됩니다.”
 
  ― 그런 작업들이 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합니까.
 
  “석 달 동안 그런 작업들을 진행하고 나서 정부·여당이 야당을 향해 상투적으로 ‘대안 없는 비판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라고 했던 게 사라졌습니다.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정부·여당이 단 한 번도 그런 공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안이 있으니까 우리가 오히려 토론하자고 덤볐잖아요? ‘대통령도 좋고, 여당 대표도 좋다. 누구의 철학이 맞는지 얘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경제? 우리는 ‘i노믹스’(과감한 규제개혁·노동시장 및 공공부문 개혁·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다. 평화? 우리가 가려는 길은 이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안에서 관찰한 자유한국당의 장단점은 뭡니까.
 
  “단점은 뭐 우리가 다 아는 것이고. 장점은, 참 좋은 분들이 많은데, 우리가 그들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찾아보니까 정말 좋은 분들이 많아요. 능력 있는 의원이 상당수 있어요. 당 사무처에도 우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자원’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 對 자유한국당의 ‘i노믹스’
 
2018년 11월 19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과감한 규제개혁·노동시장 및 공공부문 개혁·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경제정책 ‘i노믹스’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가주의’라고 지적했습니다. 학자다운, 너무 현학적인 비판 아닙니까.
 
  “그건 학자가 아니라 제1 야당의 비대위원장 내지는 대표, 정치인으로서 국가주의라고 규정한 겁니다. 왜 국가가 커피 한잔 마시는 걸 규제합니까? 교내 커피자판기 문제는 교장 선생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할 수도 있어요. 교육감도 있는데, 왜 국가가 간섭합니까? 말하자면, 우리 국민을 어리석고 약하기 그지없는 백성으로 보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혁신 역량도 높습니다.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도 큽니다. 그런데 왜 국가가 이런 국민의 팔다리를 잡고 꼼짝 못 하게 합니까? 완전히 공안정권입니다.”
 
  ― 공안정권이요.
 
  “도대체 압수수색(금융계좌 추적 포함)이 1년에 20만 건씩 이뤄지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오히려 30~40% 늘었습니다. 어느새 우리 국민은 피통치자, 피감독자로 전락했습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자율의 개념은 어디 간 겁니까?”
 
  ―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성향이 국민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건가요.
 
  “우리 헌법 119조에 뭐라고 돼 있어요? 자유시장경제와 국민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한다고 돼 있습니다.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국가가 곳곳에서 우리의 자유와 자율을 억압하니까 국가주의라고 하는 거예요. 기업 지배구조부터 ‘먹방’(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양상을 공개하고, 우리는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철학 ‘i노믹스’를 내놨습니다. 그 ‘i노믹스’가 만드는 세상에 대한 꿈을 만들고, 국민에게 그 꿈을 파는 거예요.”
 
  ― 지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만든 철학에 동의합니까.
 
  “지금 의원들은 지역에 가서 주민들에게 자신 있게 얘기합니다. 우리 당은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고, 우리 국민 개개인이 위대하다는 걸 인정하는 정당이다. 위대한 국민이 다시 뛰게 하려면 정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가 간섭하고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건 맞지 않다는 ‘논거’가 생겼으니까요.”
 
  ― 그런 메시지를 국민이 이해하겠습니까.
 
  “이해하죠. 다가오는 총선에서 ‘당신은 국가가 어여쁘게 여겨야 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납고 어리석은 백성이냐? 아니면 스스로 잘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됩니다. 우리 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새로운 문화를 전 세계에 펼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훌륭한 국민 아닙니까?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외칩니다. 왜 내 삶을 국가가 책임집니까? 국가는 국민 스스로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어야죠. 민간 영역에서 할 수 없는 안보와 평화 유지에 힘써야 하는데, 우리의 외교·안보 상황을 보면 ‘코리아패싱’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그렇잖아요? 국가가 꼭 있어야 할 영역에서는 ‘국가’가 없어요.”
 
  ― 경제 부문에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봅니까.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못 뛰게 하는 걸 바로잡고, 뛰다가 넘어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기업들이 제대로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바로 국가의 역할입니다. 특히 기업 경우엔 기업이 자기 우월성을 내세워 다른 기업 기술을 탈취하고, 협력회사를 괴롭히는 ‘공정거래 위반’ 행위만 규제하면 됩니다. 그 밖의 ▲경제력 집중(소수의 대기업이 제품의 생산·공급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 ▲지배구조는 투자자와 주주가 결정할 일이지, 국가가 개입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 지금 국민연금이 직접 기업경영에 관여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국민연금까지 끌어들여서 지금보다 더 심하게 기업을 통제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시장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국가는 시장의 심판이 돼야 하고, 시장이 실패하거나 투자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해야 합니다.”
 
 
  “차기 당 지도부가 비대위의 개혁 작업을 완전히 뒤집는 일은 없을 것”
 
  ―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당의 목표로 ▲당원 권리 확대 ▲젊은 인력 지속적 유입 ▲당 운영 시스템 개선 ▲공천제도 확립을 얘기했는데, 얼마나 이뤘습니까.
 
  “공천제도의 경우엔 당헌·당규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만든 내용을 다음 지도부에 넘길 겁니다. 지금 그걸 논의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젊은 사람 계속 영입해서 우리 당 당협위원장 평균 나이가 기존의 58세에서 51세로 낮아졌습니다. 당원 권리 확대도 많이 됐죠. 얼마 전에 발표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서 분권화된 당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련할 겁니다.”
 
  ― 지금까지 얘기했던 비대위의 작업들을 차기 지도부가 나왔을 때 온전히 승계하겠습니까.
 
  “꼭 못을 박아야 승계되는 건 아니거든요. 부분적으로라도 어디서든 해야 할 겁니다. 하지 않는다면, 후퇴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없었던 일로 하자면서 완전히 뒤집는 일은 없을 겁니다. 국민에게 엄청난 손가락질을 받고,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우리가 21명을 당협위원장에서 배제했는데요, 이분들이 다음 총선 때 공천을 100% 못 받을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다음 지도부가 이분들을 공천할 때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10% 중반에 머물렀던 당 지지율이 지금은 30%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그런 작업들이 지지율 제고에 기여했다고 봅니까.
 
  “유감스럽게도 솔직히 그렇진 않습니다. 여러 변수가 포함된 거죠.”
 
  ― 당 지지율이 오르고, 세간의 이목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쏠린 지금 왜 갑자기 소속 의원들의 5·18 관련 발언이 튀어나왔습니까.
 
  “제가 얘기해도 될 사안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주제로 공청회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날 다른 행사 축사 때문에 의원회관에 들어가는데, 앞에서 싸움이 벌어진 거예요. 우리 당 의원이 주최한 행사 때문에 그랬다는 건 나중에 언론을 통해서 알았죠.”
 
  ―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책임을 느낍니까.
 
  “의원들이 어떤 주제로 무슨 세미나를 하고, 거기에 어떤 분들이 참여하는지 알 수 있는 정보 공유 체계가 있었으면 비서실에서도 알았을 텐데, 그 시스템을 확립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의원 각자가 헌법기관이잖아요? 우리 정치권 풍토상 그들에게 일일이 보고하라고 의무를 부과하는 건 어렵습니다. 지금도 제가 모르는 세미나가 진행되거든요. 그걸 어떻게 통제할 수가 없죠.”
 
  ― 시스템상 문제도 있었겠지만, 리더십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굳이 책임을 얘기하자면요. 당내에선 대다수가 지만원씨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데 반대했습니다. 전임 원내대표(김성태)도 그랬고, 현재 원내대표(나경원)도 반대했습니다. 저도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지만원은 안 된다는) 지도부의 입장을 명백하게 천명하고 선을 그었다면, 그런 공청회 개최를 조심했을 수는 있었겠죠.”
 
 
  “문재인 지지율 하락의 제1 원인은 경제 실정”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바 있는 김병준 위원장은 “당시 문 대통령은 노동, 인권, 환경 분야 가치만 존중하면서 막연하게 좌파적 성향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빠지는 원인은 뭡니까.
 
  “실정(失政) 때문입니다. 경제 분야 실정이 상당히 심각한데, 인지조차 못하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경제에 대한 관심도 크게 없어요. 여의도연구원이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집권 1년 동안 남북관계에 대해서 ‘80’을 얘기했다면, 경제의 경우엔 ‘20’에 불과했어요. 형편없는 거죠.”
 
  ― 소위 ‘소득주도성장(인위적인 임금 상승 등으로 소비를 촉진해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주장)’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20’밖에 안 되네요.
 
  “그게 말이 안 되거든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임금주도성장’이라고 하니까 ‘임금’을 ‘소득’으로 바꿔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독자적인 철학이 없는 거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내놨던 구호를 그냥 쥐고 가는 겁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가 우리 경제를 찬탄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지금 내수가 다 가라앉았는데도 지표가 좋다고 얘기하고, 빈부격차가 더 늘었는데도 완화되고 있다고 하고 있어요.”
 
  ― 실업률 문제를 지적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더 늘었다고 주장합니다.
 
  “통계를 어떻게 보고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거꾸로 읽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국민에게 더 실망을 주는 겁니다.”
 
  ―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을 때 본 문재인 대통령은 어땠습니까.
 
  “정책에 관여를 안 했어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 오로지 인권, 노동, 환경 분야 가치만 존중하고, 경제는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고요. 그러면서 좌파적 성향은 갖고 있어요. 막연하게 좌파적 가치에 몰입하는 것 같아요. 그게 대한민국 좌파 내지는 진보의 문제입니다. 좋은 걸 좋다고 하는 거예요.”
 
  ― 좋은 걸 좋다고 한다고요.
 
  “인권? 좋죠. 환경? 좋지. 노동권 존중? 좋지. 일자리? 좋지.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맹탕’이에요. 아무런 대안이 없어요. 이게 한국 진보좌파의 문제점이에요. 같이 잘살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돼? 이 사람들 최저임금 올려줘서 돈 더 받게 하면 되지. 문제는 오른 최저임금을 줄 능력이 없는 사람이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줄인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환경? 탈원전을 해야 하는데 대안이 뭐지? 대체에너지 해보자. 너무나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거예요. 이상적으로 좋은 걸 그냥 좋다고만 할 뿐이지,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 최저임금을 지금 이 정도(2017년 6470원→2019년 8350원)로 올리려면, 부가가치 생산 능력이 높은 산업구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안은 안 내놓잖아요? 참, 답답합니다. 상류에서 혼탁한 물이 내려오는데, 하류에서만 죽으라고 소독약을 뿌리면 결국 강 전체가 죽게 되는데, 왜 여기에 대해 인식을 못 하느냐는 겁니다.”
 
  ― 인식을 못 하는 겁니까, 아니면 대안을 내놓을 능력이 없어서 외면하는 겁니까.
 
  “인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 아직 2년이 안 됐는데, 그동안 공공부문은 크게 확대됐습니다. 이건 나중에 개혁해야 하지 않습니까.
 
  “늘릴 영역도 있고, 줄일 영역도 있는데, 그런 계획도 없이 공공부문을 늘리는 것 같아요.”
 
  ― 원상복구할 수 있을까요.
 
  “어렵죠.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위험한 도박’ ‘북한제일주의’라고 비판했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왜 그렇게 북한에 치중한다고 생각합니까.
 
  “‘평화가 경제다’란 구호에서 이미 나오잖아요. 평화가 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보는 거예요.”
 
 
  “계파논쟁·진영논리와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된다면 큰 영광”
 
  ―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당시 “계파논쟁·진영논리와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된다면 큰 영광”이라고 했는데요, 당내 계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많죠. 계파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에겐 어떤 형태로든 경고했습니다. 당직에서 배제하기도 했습니다. 윤리위원회에 언제든지 회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협위원장 21명을 정리할 때도 계파논쟁의 선두에 있었던 사람 위주로 했습니다. 엄격하게 원칙을 적용해서 계파논쟁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언론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친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비박’이라고 하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지금 자유한국당엔 친박, 비박이 없습니다. 거의 와해됐습니다.”
 
  ― 근거가 뭡니까.
 
  “‘친박 수장’이 누구죠?”
 
  ― 수장이요.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해요. 그러면서 왜 자꾸 친박 이야기를 합니까?”
 
  ― 친박은 태생적으로 ‘수장’이 있을 수 없는 계파 아닙니까.
 
  “대리인은 있을 수 있죠. 그럼 ‘비박 수장’은 누구입니까? 이미 김무성 전 대표조차 영향력이 없는데, 무슨 계파예요. 그럼 누가 수장이에요? 오세훈 전 시장이 ‘비박 수장’이에요?”
 
  ― 아니죠.
 
  “황교안 전 총리가 ‘친박 수장’이에요? ‘친박 중의 친박’이라고 하는 홍문종 의원이 황 전 총리를 환영하고 있습니까?”
 
  ― 입당 이후 반응을 보니 상당히 꺼리던데요.
 
  “그럼 도대체 뭘 보고 계파라고 하는 거예요? 지금 자유한국당을 이해하려면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합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당선이 확연하게 보여주잖아요. 더는 이 당에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거예요. 왜? 김학용 의원은 아무래도 잔존하는 비박을 대변하는 것 같은 냄새가 좀 나니까 중도 입장 의원들이 그쪽으로 확 돌아선 거예요. 지긋지긋하니까 이제 그만하자는 거예요. 나경원 의원은 특정 계파에 속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그쪽으로 쫙 몰렸지 않습니까?”
 
 
  “당 대표 선거 출마, 잠시 생각했지만 ‘명분’ 지키기 위해 금세 포기”
 
김병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유력 당권 주자였던 황교안(왼쪽) 전 국무총리, 오세훈(가운데)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에게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했지만,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섰고, 김진태(오른쪽) 의원도 출마했다. 사진=뉴시스
  ―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과 관련해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해 혼란한 상황이 온다면 비대위원장으로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왜 출마를 반대한 겁니까.
 
  “내가 불출마 입장을 밝히면서, 그 세 분도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명분이 있는 사람은 떨어져도 상처를 입지 않지만, 지금 세 분은 다들 명분이 약하잖아요? 한 분은 당이 어려울 때는 외면하다가 지금 들어왔어요. 대통령 출마하라고 하니까 안 하고, 서울시장 출마도 안 하다가 이제 들어왔어요. 또 한 분은 사실 여부를 떠나 당원들이 당이 가라앉는 계기로 보는 ‘무상급식 문제’의 장본인이고, 당을 떠났다가 돌아왔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본인 잘못은 아니지만,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바로 다음 전당대회에 나오는 건 명분이 약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총선 때 그야말로 험지에 출마해서 총선 승리에 기여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얘기한 겁니다.”
 
  ― 그 사람들이 안 나오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지금처럼 세간의 관심대상이 될 수 있었겠습니까.
 
  “얼마든지 관리형으로 갈 수 있는 거죠.”
 
  ― 황교안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요, 그럼 그전에 왜 입당 권유를 했습니까.
 
  “당력 강화 차원에서 입당은 하셔야죠.”
 
  ― 입당 권유는 황 전 총리에게 정치 활동을 해달라는 요구 아니었습니까.
 
  “당에 들어와서 무슨 위원장을 맡아서 해주시고, 당의 울타리 역할을 하다가 총선 때 나갈 수 있잖아요. 내가 그분 들어오실 때 단 한 번도 전당대회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 현재 황 전 총리의 정치 행보가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합니까.
 
  “안 하시면 좋은데, 하시겠다고 하면 도리가 없죠.”
 
  ―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책걸상을 안 넣어줬다는 이유로 황 전 총리가 ‘배박(背朴·박근혜를 배신하다)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아까 계파가 없어졌다고 한 주장과 달리 전당대회 최대 화두는 ‘박근혜’입니다. 계파갈등이 여전히 첨예하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그런 얘기들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옛날처럼 친박이 똘똘 뭉치지는 않습니다.”
 
  ― 여러 후보가 미북 정상회담과 겹쳐 흥행이 안 될 수 있다며 전당대회를 2주 연기하자고 주장했는데요.
 
  “그건 받아들일 수 없는 거죠.”
 
  ― 원칙을 지키겠다는 건데요, 그럼 왜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특별당원 자격은 예외적으로 인정했습니까? 이건 원칙을 지킨 겁니까.
 
  “예외적으로 한 건 아니고 당헌·당규에 따라 권한을 부여한 겁니다.”
 
  ― 물론 그전에도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이지만….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책임당원 자격 요건 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고, 그에 따라 요청이 들어와서 수정한 겁니다.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겁니다.”
 
  ―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애초에 전당대회 나갈 생각이 있었습니까.
 
  “제가요?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 ‘나갈 수도 있다’는 뭡니까.
 
  “내가 했던 혁신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당의 잠재적 리더십으로 존재하기 위해 나가야겠다고 짧게 생각하고 지나간 거죠. 결국 명분을 지키는 게 옳다고 판단하고 비대위가 끝날 때까지 비대위원장으로 있겠다고 결정했습니다.”
 
  ― 이를테면, 법정관리인이 관리 기업의 경영권을 넘보는 것과 비슷한 거죠.
 
  “경영 능력이 있으면, 주주들이 다시 사장으로 앉히는 경우도 있죠.”
 
 
  “정치하고 싶은 마음 없지만, 당의 요청 있다면 마다할 수 없어”
 
  ―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죠.
 
  “예, 없어요.”
 
  ― 총선 때 고향에서 출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죠.
 
  “안 해요.”
 
  ― 비대위원장 끝나면 뭘 할 생각입니까.
 
  “글 쓰고, 말하고 살죠. 한데 당의 비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험지에 출마해달라’ ‘당직을 맡아서 기여해달라’는 당의 요청으로부터 멀리 도망갈 수 있을까요?”
 
  ― 멀리 갈 수는 없죠.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런 일이 발생할 수는 있죠. 당에 리더십이 그렇게 넘쳐나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 당권도 생각이 없고, 총선도 생각이 없다고 했고….
 
  “내가 고향(경북 고령)에 출마한다면, 그건 득을 보는 거잖아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거죠.”
 
  ― 당의 요구가 없는 한 현재로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그럼 대권은 어떻습니까.
 
  “같은 얘기인데요. 진짜 대통령 권력이 뭔지 아는 사람이 대통령 하고 싶을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대통령 자식치고 제대로 숨 쉬고 사는 사람 있습니까? 정말 힘들고 어려운 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 그걸 알면서 덤비고, 모르고 덤비기도 하는데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과 무게에 눌려 살아야 합니다. 그걸 못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럴 것 같지 않아요. 매우 큰 무게와 고통을 느낄 것 같으니까 그걸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내 의지와 관계없이…. 지금도 그렇죠. 내가 비대위원장을 하고 싶었겠습니까?”
 
  ―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수락한 것 아닙니까.
 
  “아니에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어떤 자리에 앉아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비대위원장 얘기가 나올 때도 ‘나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와서 당을 잘 이끌고 갔으면 좋겠다는 게 내 심정이었는데, 아무도 안 나와서 내가 한 거예요. 총리 지명(2016년 11월) 받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대통령? 그것도 나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 총리직은 왜 받아들였습니까.
 
  “세상이 그렇게 어지러운데 내가 안 하겠다는 소리만 할 수 있습니까? 두 번, 세 번 거절하다가 받아들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수락한다고 한 다음에 식구들을 불러 모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총리직을 받겠다고 하고 왔는데, 가능성은 10% 이하다. 가능성은 작지만, 내가 안 하겠다는 소리를 할 수 없다. 세상이 이렇게 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대로 대선을 치르면 진짜 얘기해야 할 건 안 하고, 얘기 안 해도 될 것만 얘기하는 식으로 갈 것이다. 내가 총리가 된다면, 조선소에 가서 산업 구조조정 어떻게 할래? 대선 후보들은 답 내봐라. 금융가를 돌면서 금융시장 개혁은 어떻게 할래? 사회 변화 반영 못 하는 교육제도와 인력양성책 개혁은 어떻게 할래? 답 내놓을 자신 없다면, 대통령 하려고 덤비지 마라.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 ‘교수 김병준’이 떠들어봐야 누가 듣느냐? 총리가 돼서 ‘총리 마이크’로 떠들면 그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게 아니냐? 될 가능성은 10% 이하지만, 그 작은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내가 수락했다’고 했어요.”
 
  ― 남다른 ‘권력욕’ 때문에 총리직을 수락하고,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직도 받았다고 하던데요.
 
  “국민대 교수 중 나이 오십 넘은 사람들은 대부분 총장 선거에 출마해요. 총장 후보가 10~15명씩 됩니다. 내가 권력욕이 있었다면 총장을 하려고 안 했겠어요? 재단하고도 가까운데요.”
 
  ― 대학 총장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권력욕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다음 나는 국회의원 하겠다고 정당 옆에 얼씬거린 적 없습니다. 학회장 한 번 하겠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 기관장을 하겠다고 자리를 찾아나선 적도 없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힘이 있는 자리를 찾아다닌 일이 내 일생에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내가 비대위원장이 될 거라고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아무리 생각해도 내게 권력욕은 없어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이래서 되겠습니까? 거기에 어떤 형태로든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은 있어도 권력욕은 나와 거리가 멀어요. 왜냐하면 내가 쓴 《대통령의 권력》이란 책의 서문 첫마디로 ‘권력은 잿빛’이라고 썼어요. 밖에서 볼 때 권력은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그 속살은 잿빛입니다. 슬픔과 고통, 이길 수 없는 무게가 권력 안에 있습니다. 그게 탐나냐고요? 욕심나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월간조선 2019년 3월호
등록일 : 2019-02-27 10:20   |  수정일 : 2019-02-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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