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서울 종로 자연의길 3층 갤러리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회 북한 홀로코스트 사진·영상전'에서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상영회가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김덕영 감독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덕영 감독 제공

편협한 문화예술 정책 유감!지난 22일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상영회와 관객과의 대화(GV)가 있었다.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다. 

사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나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 한 편의 영화가 북한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과 젊은 층에게 상영될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난 행사는 참 뜻깊은 자리였다. 심지어 용인의 한 대안학교에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학생들을 데리고 오신 선생님들도 계셨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라서 행사에 참석하려면 여러 가지 힘든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의 노력 덕분에 '북한 홀로코스트 사진영상전'과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상영회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개봉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아쉽게도 이 영화에 불편한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정치 권력을 누가 장악하는가에 따라서 문화예술의 지원이나 정책이 뒤바뀌는 현실. 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한 현실이다. 

게다가 대통령 아들이 이번에도 또 지원금을 탔다는 보도를 보며 은근히 부아도 치민다. '본인은 실력 있어서 당연히 받을 걸 받았다' 고 하는데... 실력 있어서 받았다는 그의 말에 공감할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도대체 그의 작품이 어디서 인정을 받았길래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관종도 그런 관종이 없다. 

"문화예술 권력의 민낯과 마주하는 현실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사실 영화는 정치를 초월해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대중의 정서에 호소한다. 지나친 정치적 색채를 담은 영화들이 성공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은 전 세계 16개 국제영화제를 비롯해서 권위 있는 해외 언론들이 앞다퉈 호평을 한 영화다. 대한민국 국가기록원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영원히 함께' 하는 기록물로 선정되어 수장고에 영구 보존되는 명예도 안았다. 

작품이 편협하거나 정치적 구호로 포장된 한국의 다른 좌파적 색채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근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몇 영화잡지나 경기도가 주최하고 있는 국제영화제에서는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수장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국민의 알권리와 문화예술의 발전을 진정 원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6·25 한국전쟁 71주년이 다가오면서 여러 영화 단체들에서도 특집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김일성의 아이들'을 초대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심지어 KBS 독립영화관 '6·25 특집' 방송에서도 또 한 번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경기도를 비롯해서 이들 단체는 그동안 여러 번 상영이나 지원에 대한 요청을 문의한 곳이라서 더욱 그들의 결정이 아쉽고 안타깝다.

특히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이 권력을 쥐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에는 사실 좀 지나친 면이 있다. 구체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자세한 근거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권력의 민낯과 마주하는 현실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영화만 선별적으로 골라서 지원하는 편협하고 옹졸한 정책이나 지원 방향이 과연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어차피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다만 한 개인이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해서 15년이란 세월을 버텨오면서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했던 진실의 가치들을 국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길을 열어주는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북한 인권과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위한 노력 계속될 것"

그런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뒤로 하고 북한 인권과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감사하게도 22일 행사에 참석했던 용인의 한 대안학교에서 24일 영화 상영 때 50명의 학생을 데리고 오시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벌써 그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니 기분이 설렌다. 이런 작은 기쁨을 주신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 옛날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는 진정한 삶의 기쁨과 보람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돈이나 명예, 안락함, 사실 그보다 더한 행복은 '가치로운 일'에 최선을 다할 때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톨스토이의 말이 맞다면, 지금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런 기쁨 같이 나눌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좀 힘든 일도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북한 홀로코스트 기념관 건립'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 어제 관객과의 대화 영상은 유튜브 '씨네토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z57foxUZb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