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N 캡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25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재정 건전성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국가채무 및 재정 건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내년에는 사상 최초로 나랏빚 1000조 원, 국가채무 비율 50%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한국이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국가채무 비율을 관리하면서 외국인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은 한국경제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나라 살림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역임한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국가 재정 전망과 재정 건전성 관리’ 발제에서 “정부의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간 국가채무가 782조 원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 이후, 2016년까지 68년간 누적 국가채무액(627조 원)의 1.2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박 원장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 지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항구적 복지 지출 비중이 높아 재정 악화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반면 G7 등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 지출 규모를 빠르게 축소하면서, 2023년부터는 재정 건전성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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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연 자료

박 원장은 “한국은 빠른 고령화 속도와 잠재성장률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위기 극복 이후 빠르게 재정이 정상화되었던 과거 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만성적인 재정 악화에 시달릴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재정 건전성 훼손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 준칙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정학회장을 역임한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2022년도 정부 예산안 평가’ 발제에서 “2022년 예산 604.4조 원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216.7조 원으로 가장 큰 비중(35.9%)을 차지할 뿐 아니라, 재정 적자 기여도도 30.6%로 매우 높다”며 늘어나는 복지비 부담을 최근 재정 악화 및 국가부채 증가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 교수는 “교육 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2년 교육비 예산(83.2조 원)이 전년 대비 12조 원(16.9%)이나 늘었다. 교육비 지출이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교육 성과가 떨어지고 사교육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한국은 이미 오랜 기간 사회 보장 및 교육 지출이 늘고, 경제 분야 지출은 줄어들면서, 재정 지출의 비효율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재정 위기 관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OECD 중 재정 위기 대응에 가장 소극적인 국가 중 하나”라며 “정부 정책뿐 아니라 각 정당의 공약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하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역임한 최광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가 주재한 ‘재정 건전성 제고 방안에 대한 종합 토론’에는 김상겸 단국대 교수, 옥동석 인천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김상겸 교수는 “무분별한 재정 지출이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면서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는 셈”이라며 “자녀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엄격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 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동석 교수는 “모든 정부는 재정을 지금 쓰지 않더라도, 다음 정부가 어차피 쓸 것이라는 생각에 필요 이상으로 재정을 지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방만한 재정 지출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재정 준칙을 제정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재정 운용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합리적인 복지 재정 총량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향후 5년간 복지 지출 증가 속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2%p 수준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