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현지 시각) 《르몽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부터 사용하는 아이폰의 전화번호가 모로코 정보 당국이 페가수스를 이용해 해킹한 것으로 의심되는 연락처 명단에 있다”며 “마르콩 행정부 초대 총리인 에두아르 필리프 르아브르 시장 및 프랑스 전직 장관·국회의원 15명의 연락처도 모로코의 해킹 대상 명단에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일보DB

각국 정보기관들이 이스라엘의 민간 IT 보안 기업이 개발한 스파이웨어(spyware·스파이와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로서 휴대폰 등에서 사용자 몰래 정보를 빼가는 악성 소프트웨어) ‘페가수스’를 통해 전 세계 정치인·언론인·시민운동가를 사찰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제적 파장이 일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전·현직 국가 정상 14명의 휴대폰이 페가수스에 해킹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각)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부터 사용하는 아이폰의 전화번호가 모로코 정보 당국이 페가수스를 이용해 해킹한 것으로 의심되는 연락처 명단에 있다”며 “마르콩 행정부 초대 총리인 에두아르 필리프 르아브르 시장 및 프랑스 전직 장관·국회의원 15명의 연락처도 모로코의 해킹 대상 명단에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는 인도에서 파키스탄 총리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라크 대통령을, 르완다에서 남아공 대통령을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국가 정상 외에도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국제기구 수장(首長)들도 감시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페가수스에 휴대폰이 털린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는 총 34국 6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22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 지도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들여다보려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가수스는 2010년경 이스라엘 보안 기업 ‘NSO그룹’이 개발한 스파이웨어다. 페가수스는 감시 대상자의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 사용자가 ‘함정 링크’를 무심결에 누르도록 유인한다. 사용자가 링크를 누르면 자동으로 페가수스가 해당 휴대폰에 설치되고, 감시하는 쪽에서는 사진·연락처를 열람하고 문자·와츠앱 메시지를 들여다보며 통화 내역까지 감청(監聽)할 수 있다. 당초 페가수스는 중범죄자 또는 테러리스트 추적용으로 개발, 40국 60여 개 정보기관, 사법기관, 군 정보부대에 판매됐다. 그러나 이를 사들인 기관들이 ‘불법 사찰’에 악용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첼 바첼레트 UN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페가수스 관련) 폭로는 극도로 걱정스럽다. 불법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감시 기술의 오용 가능성에 관한 최악의 우려를 확인해주는 듯하다”며 “감시 소프트웨어의 사용은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들의 체포와 협박, 심지어 살해와 연관돼왔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이 침묵할 때 우리는 모두 고통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시 기술 개발과 관련된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야기한 피해를 바로잡기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하고 미래에 비슷한 시나리오에 관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각국은 인권 침해 측면에서 그들의 활용을 즉각 중단하고 기업의 사생활권 침해에서 개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