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교육부TV 캡처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적용되는 교육 목적, 내용, 교수학습, 평가 등을 법적 문서인 교육과정에 담는다. 선진국일수록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적용이 유연한 경향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반대다. 예컨대 영국도 교육과정이 있지만, 학교마다 특성에 따라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영국은 국가에서 정해주는 교과서도 없다. 반면, 북한은 전국 학교에서 교육과정(교육강령)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국가에서 제공하는 국정교과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전 인민이 동일한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일관된 교육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통상 교육과정이 바뀐다. 대통령 후보였을 때 공약으로 내세운 교육을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23일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 2015년 9월 23일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 현재 교육부의 예고대로라면 올해 하반기 말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될 예정이다. 새 정부에서 과거 정부의 유물을 그대로 계승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새 정부의 교육 기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이 2022년 4월이니까, 불과 몇 개월 뒤면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현장에 적용될 2022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이 고시되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고시되면, 이어 국정·검정·인정 교과서 구분 고시가 되고 교과서 개발이 시작된다. 2022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과 이에 따라 개발된 교과서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연차적으로 적용돼 2028년에 2022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 적용이 완료된다.  

2028년이면 지금으로부터 6년 뒤다. 지난 4월 10일 구글에서는 농담까지 이해하는 AI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EBS를 비롯해 LG CNS, 비상교육 등에서 AI 영어 선생님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는 이상한 절대평가로 변질돼, 이미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학교도 묵인하는 분위기다. 쉽게 출제하는 이상한 객관식 찍기 절대평가 영어라서 바쁜 고3 학생들이 굳이 영어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내 딸은 어릴 때부터 집에서도 유튜브 영어 동영상을 보며 자라서 나보다 더 나은 영국식 발음을 가졌다.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더 원어민스러운 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왜, 굳이 학교에서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야 할까? 평가를 위한 평가가 그 이유라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도 어차피 객관식 찍기 절대평가라서 변별력도 거의 없다. 이런 시험 가르치는 것도 오히려 학원 인터넷 강의가 더 경쟁력 있는 게 현실이다. 

수십 년 동안 영어를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으로 봤던 과거의 기조를 탈피해 영어를 통해 영어권 서구 문화에 관한 이해, 더 나아가 국제어로서 아시아 다른 나라에 관한 이해를 증진하는 발판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영어 교과서에는 왜 영어권 나라들 사진과 얘기만 나오나? 우리는 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사람들의 영어는 인식하지 않나? 영어는 더는 영어권 원어민만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 2022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이 단순히 2015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의 땜질식 보수가 아니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의 방향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AI 영어 선생님이 활개 치는 21세기다. 21세기에 걸맞은 2022 개정 영어과 교육과정을 마련해 주십사 교육부에 진심 부탁하고 싶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