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N 캡처

사람들이 자꾸 착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외국어다. 학교 영어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사용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영어 원어민과 대면으로 영어 연습하는 건 어렵고 비싸다. 전화로 영어 연습하는 전화영어가 유행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얼굴 보고 영어 연습하는 화상영어가 대세다.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아닌 아시아인 선생님의 화상영어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서 올해 초등학생이 된 큰 아이 때문에 비용을 알아봤고, 바로 포기했다. 

과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일할 때, 2018년 4월과 5월 국내 영어교육 최고 전문가들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영어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연속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처음 연속 세미나를 기획할 때 사람들이 별로 관심 없어 할 줄 알았다. 수능영어의 EBS 연계율이 높아서 EBS 교재만 보면 됐고, 수능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으로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시간에 수학 공부하는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50명 정도 들어가는 대회의실은 200명이 넘게 꽉 찼다.

2018년 10월 연속 세미나 결과를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영어교육’이라는 책으로 묶었다. 핵심은 365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학생들의 질문에 늘 대화해주는 친절한 AI 영어 선생님이 곧 등장한다. 원어민과 거의 같은 영어 발음과 지지치 않은 체력으로 무장한 친절한 AI 영어 선생님의 등장으로, 개발도상국 시대에나 적합했던 대규모 집체식 단순 암기 학교 영어교육이 아니라 개별적인 맞춤형 영어교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다양한 EBS, LG CNS 등에서 AI 영어 선생님을 경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불과 6개월 정도 뒤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현장에 적용될 2022 개정 영어과 교육 과정이 고시될 예정이다. 고시 이후에는 2027년까지 전면 도입이 완료된다. 교육 과정이 개정되면 통상 7~8년 정도 적용되니, 이번에 개정되는 영어과 교육 과정은 2030년 이후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이나 AI가 탑재된 인형 같은 친숙한 로봇으로 영어를 연습하는데, 학교에서는 단순 암기와 객관식 찍기로 영어를 교수학습하고 평가한다. 21세기 우리나라 학교 영어 교육의 ‘웃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