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 영어 수업을 받고 있는 초등학생. 사진=조선일보DB

며칠 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서울대 교수들과 점심 먹고 차 한잔하다가 나온 말이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후 서울대 신입생의 영어 실력이 계속 낮아졌는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그 상황이 더 악화한 것 같다나. 국가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이 영어를 못 하게 하는 것 같다고 하자, 차 마시던 교수들이 의아해했다. 

아니... 서울대의 뛰어난 인재들이 졸업 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들어와야지 영어를 잘해서 애플이나 테슬라로 직행하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어떻게 되겠나. KAIST와 포스텍 최고의 컴퓨터 인재들이 영어까지 잘해서 구글로 직행하면 우리나라 IT 산업이 굴러가겠냐고요. 특히 이공계 학생들은 무조건 영어를 더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하자, 신선한 시각이라나?

어디 이공계 학생뿐이겠나.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영어를 못 해야 해외로 나갈 생각을 못 하고 국내에 있지요. 보석 같은 인재들이 영어까지 잘해서 대우가 더 좋은 해외로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냐고. 사회 지도층 인사 중에 모두가 영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은 꼭 해외로 유학을 보내요. 

내년 하반기에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현장에 적용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통·번역기 성능이 좋아졌으니, 이제는 학교에서 굳이 영어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나.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실시간 비즈니스 회의에서 통·번역기 써가면 회의를 하는 모습이 상상되는지 묻고 싶다. 회의 중간에 전기라도 끊기면?

초연결 시대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영어는 국제어다. 실시간으로 세계인과 논의를 거듭하며 코로나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어는 사회 지도층 자식들만의 사치품이 아니라 천연자원이라곤 전무한 우리 자식들이 국제화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기술이다. 27년 동안 영어 능력 평가한다고 오지선다 찍기를 하고 있다. 

기계는 책임지지 않는다. 중요한 국가 간 협약이 잘못 번역되면 기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묻고 싶다. 언제까지 사회 지도층의 자식들은 빼고 대다수 학생이 영어를 못 하게 하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이 해외로 못 빠져나가게 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그게 진짜 이 나라가 사는 길인지도 묻고 싶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이스라엘 출신 학생들과 인도와 파키스탄 학생들이 미국에서 미국인을 제치고 최고경영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답답하다. 하긴, 우리나라 학생들이 모두 영어를 거의 모국어처럼 하면 국내 일류 기업의 뛰어난 인재들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글로벌 기업으로 가겠지. 우리나라가 위험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