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 소설가 백시종씨가 신작 장편소설 《황무지에서》(문예바다)를 출간했다. 사진=조선일보DB, 책 표지 캡처

원로 소설가 백시종씨가 신작 장편소설 《황무지에서》(문예바다)를 출간했다. 399쪽, 1만2000원. 백씨는 매년 육필(肉筆)로 쓴 장편소설을 출간해왔다. 작년 동리문학상에 이어 올해에는 세종문화상까지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출판사 문예바다 편집부는 “백시종 작가는 김동리의 인간 구원과 김유정의 해학, 채만식의 서사성을 겸비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황무지에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치른 이 반도의 민둥산에 생애를 바쳐 산림녹화(山林綠化) 사업을 하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엮어내는 시대의 아픔과 애환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숨 가쁘게 전개된다”고 소개했다.

백씨는 ‘작가의 말’에서 “나는 지난 2020년 5월 2021년 4월까지 만 1년간 ‘황무지에서’에 매달렸던 매일매일이 들뜸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며 “(이야기의 중심은) 바로 숲 얘기다. 역사적으로 잔혹하고 처참한 전쟁을 치르고 세계에 유례없는 황폐한 황무지로 변한 양평 땅, 아니 한반도 남쪽 지역 전체가 어떻게 그처럼 빠른 시일에 참으로 건강한 자연 숲을 이룰 수 있었는가, 전설 같은 성공담이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상기 문학평론가는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는 ‘황무지에서’의 서사적 스케일과 의지는 외세에 시달리고 내부적인 알력과 갈등, 분열에 고통받아야 했던 한국사에 대한 안타까운 반성과 서늘한 통찰을 가져다준다”며 “더불어 작가는 허구적 장치를 뚫고 현실 속에 육박해 들어오는 숭고한 사랑을 제시한다. 한 집안의 영욕과 고난에 찬 간난신고의 굽이치는 길 위에 웅숭깊고 뭉근한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감동의 책 읽기로 흠뻑 젖게 하는 것이 백시종 장편소설 ‘황무지에서’의 미덕이다”라고 평했다.

작품 해설을 맡은 이재복 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는 “백시종의 ‘황무지에서’는 독특한 관점으로 우리의 역사를 형상화하고 있다”며 “우선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시공간부터가 남다르다. 소설에서의 시공간은 이야기를 수렴하고 확장해나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실질적인 토대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소설 속 주무대인) 지평한의원의 복원은 곧 역사의 복원을 의미한다. 밑동과 둥치가 훼손되어 버린 엄나무로 표상되는 조씨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는 그대로 우리 민족의 수난사에 다름 아니다”라며 “이 상처를 풀어내고 해소할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만일 우리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역사의 지평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논했다. 이하 이 교수의 글이다.

“역사는 늘 여기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지극함으로 움직이고 또 변화해 왔다. 지평한의원의 전통을 이어 가려는 사람들의 의식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지평한의원의 역사가 곧 역사의 지평이 되고 또 그것이 서사의 지평이 되는 그런 세계에 대한 꿈은 비단 작가만의 바람이 아닌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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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씨가 발행인을 맡고 있는 종합문예지 《문예바다》는 내일(23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의 ‘예술가의 집’에서 ‘어부(漁夫)들의 밤: 2020~2021 문예바다 문학상 및 신인상’ 시상식을 연다. 작년부터 코로나 확산세로 연기된 각종 시상을 한 자리에 모아 송년회를 겸해 개최하는 것. 이번 시상식에서는 2020년 문예바다 문학상(손소희 소설문학상 장성원, 남촌 수필문학상 최종, 남촌 소설문학상 이인록, 문예바다 작품상 안영희), 2020년 문예바다 하반기 신인상(소설 권도희), 2021년 문예바다 상반기 신인상(소설 강호연, 수필 박정선·이용호·전상규) 및 하반기 신인상(시 홍성남, 수필 김석이·김현주·허창무) 수여식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