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TS기독교TV 캡처

‘시냇물은 졸졸졸졸 / 고기들은 왔다 갔다 / 버들가지 한들한들 / 꾀꼬리는 꾀꼴꾀꼴’

‘산골짝에 다람쥐 / 아기 다람쥐 / 도토리 점심 가지고 / 소풍을 간다’

어린이에게 아름다운 동요 100여 곡을 선물한 우리나라 동요계의 '대부(代父)', 박재훈 원로 목사가 삶을 마감했다. 향년 99세. 캐나다 큰빛교회는 박 목사가 2일(현지 시각) 미시소가 트릴리움 병원에서 별세(別世)했다고 전했다. 암 투병 중이던 그는 지난달 29일 병세가 악화해 병원에 입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박 목사는 '펄펄 눈이 옵니다' '어머님 은혜'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또 어린 시절 수없이 불렀을 동요를 작곡했다.

1922년 강원도에서 태어난 박 목사는 일제강점기 평안남도 강서군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 무렵 어린이들은 마땅히 부를 노래가 없어 일본 군가(軍歌)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박 목사는 2013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개학은 코앞인데 학생들에게 가르칠 노래가 없었다"며 "안 되겠다 싶어 직접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1945년 여름, 박 목사는 당시 발행됐던 월간지 《아희생활》에 실린 동시를 모아 멜로디를 붙였다. 그해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단 사흘 동안 50곡을 완성했다. 이 중 선율이 비슷한 노래는 걸러낸 후 25곡을 남겼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산골짝에 다람쥐' '송이송이 눈꽃송이'가 모두 이때 나왔다.

이듬해 소련군이 북한을 장악하자 박 목사는 남으로 내려왔다. 남한에도 동요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동요 악보집 500부를 직접 인쇄, 당시 서울 명동에 있던 국제음악사 측에 넘겨줬다. 이 악보집이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집 '일맥동요집'이다. 해당 동요집은 이틀 만에 준비한 수량이 모두 나갔다.

박 목사는 어린이용 찬송가와 '에스더' '유관순' '손양원' 등 창작 오페라 곡도 썼다. 한양대학교 음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1970년대에 캐나다로 이민, 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