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YTN 사이언스 캡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군사 공격과 정보 수집 등으로 이른바 '미래전(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 등 대륙문화권 국가들과 '안보 긴장 관계'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할 것이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회보》 2022년 5월호에 게재한 '사이버전, 정보전의 양상이 주는 의미'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에 매우 큰 군사적 함의를 던졌다"며 "우크라전은 전통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재래식 전쟁의 모습과 더불어 사이버전, 정보전, 심리전의 부상으로 대변되는 미래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논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전은 여태까지 주로 개념적으로 논의되던 '미래전(future warfare)'의 양상을 실제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쟁의 수단 및 수행 방식이 변화하는 사이버전과 정보전의 양상을 보여줬다"며 "전쟁의 주체라는 점에서도, 과거처럼 군복을 입은 정규군 위주로만 작전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해커 집단과 민간 기업, 일반 시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국가-사회를 교란하고,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정치적 우위를 달성하는 심리전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렇듯 우크라전에서 드러난 미래전의 양상은 몇 가지 점에서 한국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사이버전과 물리전의 시너지 효과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개전 직전까지 감행되던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러시아 전차의 진격과 함께 자취를 감추는 양상을 보였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나 스페이스-X와 같은 서방의 빅테크 기업들이나, 핵티비스트 그룹인 어나니머스 같은 초국적 민간 행위자들의 활동이 시선을 끌었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국가의 해커들과 보안 전문가들, 핵티비스트 그룹과 사이버 범죄 조직까지 대거 참전하는 '사이버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흥미로운 양상이 펼쳐졌다"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보전의 양상도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 무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자율주행 드론인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나 자살 드론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란셋(Lantset)이 사용됐다"고 논했다.

김 교수는 "정보전 분야에서도 민간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구글맵이나 민간 인공위성 업체들이 제공하는 영상 정보들이 SNS에 올라와 전쟁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크게 기여하면서, ‘오픈소스 정보(open source intelligence, OSINT)’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케 했다"며 "우크라전은 SNS를 활용한 심리전의 위력을 보여줬다. 이번 전쟁에서 누구보다 SNS 활용을 주도한 인물은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SNS에 올라온 영상이나 사진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가짜뉴스 전파에 제동을 거는 과정에서 서방 플랫폼 기업들의 동참도 큰 변수가 됐다"며 "그야말로 우크라전은 진화하고 있는 미래전의 현주소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여전히 복합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이 우크라전을 단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