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스타일러 주부생활 유튜브 캡처

‘진보논객’으로 분류되는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18일 《중부일보》 칼럼에서 지난 일요일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7시간 통화녹음의 주요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MBC를 저격했다.

강 명예교수는 “이틀 전 MBC는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김건희 녹취록’을 방송했다. 국민의힘은 ‘김씨 동의를 얻지 않은 불법 녹취’라며 법원에 보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보도 금지 가처분과 같은 ‘사전 억제(prior restraint)’는 언론 자유를 해칠 수 있으므로 언론이 결사 반대하고 법원이 가급적 언론의 손을 들어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건 언론사 자체 취재 기사일 경우다. MBC는 사실상 편집과 배포의 역할만 맡았을 뿐 알맹이인 녹취록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로부터 건네받은 것”이라며 “유튜브에 압도당하는 지상파 방송의 몰락을 시사하는 상징적 사건인가? MBC가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작은 유튜브 채널의 ‘하청’ 역할을 맡은 건 겸손으로 이해하기로 하자, 녹취와 관련된 언론윤리의 문제도 그냥 넘어가자”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김건희 녹취록’ 논란은 김건희와 윤석열의 자업자득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다”라며 “MBC가 아니어도 녹취록 방송은 어차피 다른 매체들에 의해 이루어질 텐데, 왜 굳이 공영방송이 ‘두 개로 쪼개진’ 공론장의 한복판에 사실상 어느 한 쪽을 편드는 역할로 뛰어들어야 한단 말인가? 이게 6년 전 MBC 기자들이 그토록 울부짖었던 방송 민주화인가?”라고 반문했다.

강 명예교수는 “MBC는 ‘편들기’가 아니라 해당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가 매우 높은 ‘대장동 사태’에 대해선 그런 열의를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조국 사태에서도 어느 한쪽의 공익만 보았지 생각을 달리하는 쪽이 말하는 공익은 외면했던 것 같다. 이른바 ‘선택적 공익’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강 명예교수는 “방송 민주화는 진보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보수는 반드시 이겨야 하거나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MBC 방송 강령은 ‘사회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불편 부당한 공정방송에 힘쓴다’고 돼 있지 않은가. 처음에 천명한 원칙과 정신에 충실한 것이 방송 민주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MBC가 더 멀리 내다보면서 현재 살벌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화합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본분에 충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강 명예교수는 저서 《싸가지 없는 정치》(인물과사상사, 2021)에서 이렇게 논한 바 있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리베카 코스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네거티브 광고가 효과적인 이유는, 후보자가 우리의 지지를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단 하나뿐인 대안, 즉 그들의 경쟁자로부터 등을 돌리도록 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는 일은 한 후보자를 반대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유일한 대안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두 세기가 넘도록 양당제에 정체돼 있는 이유이자, 우리가 앞으로도 수 세대에 걸쳐 이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런 상황에선 언론의 정치 보도에 대한 정당한 평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주류 매체의 ‘진보적 편향성’에 대한 인식도 바로 그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는 ‘폭스뉴스’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편향성이 ‘이익이 되는 장사’가 되는 현실은 한국도 다를 바 없기에, 현재 한국 정치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수렁에 빠져 있는 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