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조선일보DB

“국민들은 대권주자로 나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국민들이 대권주자와 직접 대화할 기회를 갖기는 어려운 만큼, 국민들은 대권주자들을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접하고 그들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권주자들이 국민들과 소통하는 통로가 바로 정치인의 대국민연설이다. 정치인들에게 있어 대국민연설은 국민에게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앞으로 정치를 해 나갈 방향과 같은 중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소통창구다. 

이러한 연설과정을 통해 해당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형성되기도 하고, 그에 따라 정치인에 대한 지지율도 결정된다. 이렇게 중요한 대국민연설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대국민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설문의 내용과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특히 요즘은 TV로 정치인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메시지 전달에서 그들의 정치적 역량, 인간성까지도 드러난다.”

지난 2016년 12월 31일 정치 현상을 기호학적으로 풀어내는 전문 학술지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 통권 43호에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한국 대통령의 연설 목소리에 나타난 특징과 이미지 분석: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가 바로 그것이다. 2017년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게재된 이 논문은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 목소리 분석을 통해 그들의 음성적 특징을 밝혀냈다. 오는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논문을 토대로 ‘현 대선후보들의 연설 목소리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은이 동아방송예술대 방송보도제작계열 교수와 남인용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본 연구는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에 나타난 목소리 특징과 이미지 분섞을 목적으로 했다”며 “목소리는 음높이, 크기, 음색, 발음의 정확성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요인들이 메시지의 전달력에 영향을 미쳐서 화자의 공신력, 호감도 등 전반적인 이미지를 변화시킨다”고 논했다. 

저자들은 “정치인은 대국민적 연설 등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역대 대통령의 목소리 특징과 이미지를 분석하는 연구는 중요성을 갖는다”며 “본 연구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8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연설에서 대통령의 목소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하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 목소리 특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다.

1. 박정희: 단호하고 힘 있는, 보통 혹은 높은 톤으로 메시지 전달이 강하고 확실하다. 군대 말투의 영향인지 다소 권위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억양 변화가 있고, 발음은 영남 지역 사투리의 억양이 좀 남아 있어 표준발음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발견된다. 그러나 전달력에 있어서 비교적 정확하다. 

2. 전두환: 깊이 있고, 공명이 보통 혹은 잘 되는 음성으로 메시지 전달이 강하고 확실하다. 강조할 곳에서 강한 톤으로 이뤄져서 힘 있는 연설이지만, 매 음절 어미마다 같은 톤으로 처리돼 약간 낭독조의 느낌이 든다. 다만 시대적 배경과 군인 출신이라는 점 때문인지 특유의 딱딱함이 있고, 낭독할 때 진정성이 좀 부족해 보인다. 발음의 경우 대국민연설이니 만큼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그러나 역시 방언의 억양 등이 남아 있고 특유의 음색이 있어 발음의 정확성에서 다소 표준 발음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발견됐다. 한 음절 한 음절을 또박또박 말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수용자들이 발음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또한 휴지의 활용이 많아 의사전달은 잘 되는 편으로 여겨지며, 억양 변화가 두드러진다.

3. 노태우: 차분한 연설이지만 전달력이 약하다. 군인 출신으로 매우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활용을 하고 있지만, 다소 소리가 탁한 면도 있다. 발음의 정확성은 비교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단어와 단어 사이 휴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의사전달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아나운서에 비해서는 발음의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므로, 일반적인 편이라 할 수 있다. 

4. 김영삼: 음폭은 다양하지만 전달하는 힘의 안배가 불규칙하다. 음높이가 중간 또는 낮은 편이고, 모음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다. 발음의 정확성은 낮은 편이라 할 수 있으나, 또박또박 연설문을 읽는 형태로 내용 전달은 가능하다. 

5. 김대중: 젊은 시절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음폭도 다양하고 힘이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발음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메시지 전달에 지장이 있어 보였다. 다만 목소리에 힘을 실어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발음의 정확성은 일반적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부정확한 발음은 호남 특유의 사투리 억양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6. 노무현: 남성 대통령 중에서는 가장 미성이다. 부드러운 스피치를 구현한다. 또한 스피치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강조 억양이 있어 설득적 성향도 느껴진다. 발음의 정확성이 높다.

7. 이명박: 전반적으로 목소리가 가늘고, 공명이 잘 안 되며, 탁한 소리에 힘이 없다. 발음도 다소 신경을 안 쓴 것 같은 인상으로 부정확한 편이다. 따라서 발음의 정확성은 낮다고 평할 수 있다. 메시지의 전달력이나 카리스마 면에서는 다소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목소리 활용은 좋은 편이다.

8. 박근혜: 목소리 활용에 있어 전달력이 좋다. 여성으로서 힘이 있고 발음이 정확하다. 호소력도 있는 편이다. 발음의 정확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거칠게 들리는 목소리로 부드럽지는 않았다. 어미 처리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해당 논문은 “연설에서 목소리 활용을 가장 잘하는 인물은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목소리 활용을 통해 메시지 전달을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소리의 음높이, 발음의 정확성, 공명, 억양 변화 등에서 좋은 활용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역시 여성으로서 전달력이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좀 더 부드러운 목소리 활용도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른 역대 대통령은 목소리 활용에 있어서 지역 방언의 영향 등으로 인해 뛰어난 전달력은 갖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