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정초부터 ‘선대위 해체’ ‘대표 퇴진론’ 등으로 내홍이 일었던 국민의힘에 ‘세 번째 충돌 지점’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이른바 ‘야권 후보 단일화’가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대위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선후보 측과 이준석 당 대표 간의 갈등이 계속돼 왔다. ‘첫 번째 갈등’은 작년 말 선대위 인선을 놓고 양측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보도 사태로 갈라선 것이다. 자신의 고집과 미숙한 리더십을 공박(攻駁)하는 윤핵관발(發) 기사에 반발한 이 대표는 ‘돌연 잠행(潛行)’으로 윤 후보 측의 허를 찔렀고, 이후 극적인 ‘울산 회동’으로 사건은 수습됐다.

그러나 봉합은 오래가지 못했다. 선거 전략과 선대위 노선을 놓고 양측이 ‘두 번째 갈등’을 겪은 것이다. 잡음이 계속되자 당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해체를 ‘기습 선언’했고, 윤 후보 측은 조직 재편에 나서면서 김 위원장을 사실상 퇴진시키며 친정(親政) 체제의 선대본부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원내(院內)의 ‘탄핵 공세’를 받아 위기에 처했으나 의총장에서 ‘해명 연설’을 감행, 자신의 충언(忠言)이 지닌 진정성을 의원들에게 호소해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직을 지켰다. 

지금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세 번째 갈등’ 지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야권 단일화에 윤 후보는 여지를 남겨둔 반면, 이 대표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제3지대 맹주(盟主)’로 부상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2017년 장미대선에서의 참패(慘敗)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단일화가 필수적이다. 윤 후보 역시 지금처럼 ‘3자 구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를 만한 지지율이 전망되지 않는다면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선거철마다 범(凡)우파진영에 제기돼온 이른바 ‘중도·보수 빅 텐트론’의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현재 야권 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여지는 남겨두면서 지지율 추이에 따른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야권 단일화’ 관련 질문에 “그 부분은 유권자인 국민들께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야권 단일화 여론이 커진다면 실행을 고려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 대표는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는 13일 PK(부산·경남) 지역방송 KNN 인터뷰에서 “과거에 안철수 대표가 중도에 상당한 소구력이 있을 때는 그것 자체로 확장성이 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확장성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줄었다”고 일축했다. 다음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최근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본인 공약을 대중에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지만, 안 대표는 실패했다. 오히려 정치공학이나 단일화, 양비론 정도만 언급되고 있다”며 “안 후보의 지지율은 일시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변동이 있을 것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 이전에) 홍준표 전 대표와의 ‘단일화 아닌 단일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야권 단일화론에 선을 그었다.

한편 안 후보 측은 후보 단일화를 표면적으론 배격하면서도,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민심(民心)’의 방향을 전제로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다. 안 후보는 13일 ‘MBC 뉴스데스크’ 인터뷰에서 “단일화 이야기는 기득권 양당이 어떻게든 저를 없애려고 하는 그런 술수라고 생각한다”며 반대론을 폈다. 반면 전날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tbs 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누가 더 확실하게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후보인지에 대해 국민들께서 가르마를 타 주실 것이다. 국민 절대 다수가 이(단일화)를 원한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는 성사될까.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은 14일 《일요신문》 칼럼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 폭발음이 크게 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대표가 안 후보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전례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같은 날 《주간한국》 칼럼에서 “후보 단일화의 성사 여부, 효과 여부는 윤석열과 안철수 두 후보의 의지와 결심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선거운동을 벌이는 상황이 가능해진다면, 여전히 정권 교체 여론이 우위에 있는 이번 대선의 막판 판세는 야권의 승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파행으로 진행된다면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해질 것이고, 그때는 단일화가 된다 한들 실패한 단일화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