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른바 ‘야당의 박근혜 석방 반대’ 주장이 정가(政街)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 전 실장은 지난 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2019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 수술을 받자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론’이 일었는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가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였다.

노 전 실장의 발언에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황 전 대표는 노 전 실장의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당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그의 돌출 발언은 국가적 대사인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정치 공작을 획책하는 것이다. 국민을 갈라 치기하는 이간계의 전형이며, 제 버릇 버리지 못하는 민주당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는 “진실을 말씀드리겠다. 정확히 2019년 7월 18일, 청와대 5당 대표 초청 간담회 직후 저는 별도로 문 대통령을 만나 박 대통령님의 석방을 요청했다”며 “당시 문 대통령과 제가 창가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공개됐고, 나중에 청와대에서 그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제가 확인해주고 기사화된 바도 있다”고 덧붙였다.

황 전 대표는 “익명의 야비한 웃음을 거두고, 당당하게 당시 연락한 지도부의 실명을 밝혀야 한다. 그런 지도부가 있었다면 나와 당원이 용서치 않을 것이고, 만약 근거가 없는 이간계라면 노영민씨는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거짓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사흘 후 노 전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후보자비방죄)과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나 전 원내대표 또한 지난 11일 ‘tbs 교통방송 –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노 전 실장의 발언은 “충북지사 출마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번 법적으로 가면 어떨까 한다”며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반대한 야당 지도부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면 법정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지금 계속 누구랑 석방 논의를 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저는 석방 논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노 전 실장이) 충북지사에 출마하신다는 기사를 봤다”며 “(선거에) 나가니까 좀 시끄러운 전략을 하시나, 이런 생각도 했다”고 꼬집었다. 지방선거 때 야당 후보에 맞서 충북 지역의 '중도우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으로 야권 분열을 도모한다는 지적이다.

정가에서는 실제 노 전 실장이 오는 6월, 즉 대선 이후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충북지사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뉴스1’은 11일 노 전 실장의 충북지사 출마설 관련 기사에서 “6월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충북지사 후보로 꼽히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긴 잠행을 끝내고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청와대를 떠난 뒤 이렇다 할 정치 활동이나 외부 활동이 없었던 그가 최근 들어 대선 지원 사격 선봉에 나서는 등 활동을 본격화했다”며 “충북도당 공식 행사 참석은 물론, 지역과 서울 등을 오가며 주요 인사들을 만나 대선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자신의 지방선거도 틈틈이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의 이 같은 항변에 맞서, 노 전 실장은 ‘재반박’에 나섰다. 노 전 실장은 1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의 발언은 “기자의 질문에 팩트를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것(당시 야당의 박 전 대통령 석방 반대 주장)도 순화해서 이야기한 것이다. 당시 대화는 육하원칙에 따라서 잘 정리돼 있다”며 “해당 내용은 당시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핵심 관계자들과 공유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실장은 “(당시 청와대에서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사면 등 어떤 형태로든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이것이 TK(대구/경북) 중심의 신당 출현으로 이어져서 총선에서 야권표가 분산될 것이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총선에서 어려움에 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신당과의 경쟁에서 비례대표 의석 상당 부분 상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었다”고 부연했다.

노 전 실장은 “이러한 분석은 정치권에서는 상식에 속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야당으로서) 입장이 난처하니까 아마 당사자는 침묵하거나 부인할 것으로 예상했고, 또 이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