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6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국방과학원이 ‘극초음속(極超音速)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700㎞ 거리에 있는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사진=TV조선 캡처

북한이 6일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전날 국방과학원이 ‘극초음속(極超音速)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700㎞ 거리에 있는 표적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북한은 해당 매체들에 미사일 발사 장면 사진 1장을 공개하면서 ‘극초음속 미사일이 120㎞가량 측면기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동당 간부들이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부연, 이로써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겨울철 기후 조건에서 조종성·안정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올해 첫 무력 도발에 한미(韓美) 외교 당국은 규탄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에서 이번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이사국 간 협의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수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며,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에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작년 9월 28일 “자강도 용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 8형’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며 “국방과학자들은 미사일의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 비행 특성을 비롯한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 시험 결과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밝혔었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초고속 비행을 하는 미사일이다. 일정 고도(高度)에 이를 때까지는 탄도미사일처럼 곡선 궤도로 비행하다 정점에서 탄두를 실은 활공체가 로켓 추친체로부터 분리, 순항미사일처럼 수평 비행을 한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비행 장점을 결합해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병기(兵器)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 궤적 예측이 어렵고 속도가 빨라 지구상 어느 곳이든 1~2시간 내 타격할 수 있다. 현재 각국(各國)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한 국가는 현재 미국·중국·러시아 등 특정 군사 강대국들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와 결전(決戰)을 준비하는 러시아는 지난 2019년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를 장착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S-19’ 2대를 실전 배치한 바 있다. 작년 10월 4일에는 러시아군 잠수함이 최초로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0월 3일 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DF(둥펑)-17’을 최초 공개했다. DF-17은 핵탄두(核彈頭)형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 마하 10으로 비행하고 비행 중 궤도를 바꿀 수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돌파 가능하다. 당시 중국 매체들은 해당 미사일이 주일(駐日美軍)은 물론 주한미군(駐韓美軍)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작년과 올해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자평(自評)한 미사일은 과연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을까. 

석간 《문화일보》는 6일 오후 관계기사에서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2번 만에 최고 속도가 마하 5 이상을 달성하고, 사거리도 3배 이상으로 늘어나 사실상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이 성공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첫 시험 발사 후 3개월 만에 전력화 직전 단계까지 발전함에 따라 조만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동북아 게임 체인저급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전력화에 성공하면 러시아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보유국이 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군 소식통은 이날 “5일 오전 북한 자강도에서 시험 발사된 극초음속 미사일 최고 속도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마하 5는 추진체에서 분리돼 비행하는 탄두부 속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작년 9월 28일 시험 발사된 첫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 8형’이 사거리 200㎞ 미만, 최고속도 마하 3인 것에 비해 크게 진전된 것”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은 비행 기간 마하 5 이상으로 이동하는 무기 체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성공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적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일(美日) 안보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6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5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탐지된 제원(諸元)과 특성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며 “다양한 한미 정보자산으로 탐지됐고, (우리의 국방력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로이터’는 앤킷 판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을 인용, “극초음속 미사일은 적군에 반격할 시간과 전통적인 격퇴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차세대 무기로, 북한이 이를 미사일 방어망에 대응하기 위한 잠재적으로 유용한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AP통신’은 “북한이 이러한 최첨단 미사일을 제조할 능력이 있는지,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행 및 사거리 성능 강화를 위해 형태를 변형해가면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6일 ‘연합뉴스’에 “(북한이 발사한)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은 화성 8형의 글라이더 형태와 다른, 원뿔에 날개가 달린 극초음속 미사일 2형”이라며 “비행 능력이 우수한 글라이더 형상이 1차 때 극초음속 속도를 내지 못해, 원뿔 형상의 2형으로 마하 5의 극초음속을 시험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이 매체에 “작년 1차 시험과 국방전람회 공개 형상과 비교해, 극초음속 활공에 활용되는 탄두부 모양이 양력 발생에 필요한 익면부(날개 부위)가 줄어드는 등 좀 더 단순한 형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해당 매체는 “이는 작년 9월 1차 시험 실패에 따른 형상 변경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극초음속 미사일과 관련해 북한에서 자체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을 추정케 한다고 류 위원은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5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이언 윌리엄스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탄도미사일과 비슷한 속도로 대기권을 계속 비행해야 하는 극초음속 활공체는 엄청난 열과 싸워야 한다. 활공체 전면에 축적되는 열을 흡수하고 굴절시켜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도의 재료 과학이 요구된다”며 “만약 북한에 관련 기술이 유입됐다면, 북한을 좀 더 통제하고 싶어 하는 중국보다는 혼란의 주범인 러시아가 유력한 배후로 의심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우주왕복선에도 적용됐던 극초음속 활공 능력은 매우 오래된 기술”이라며 “북한이 역내 범위에서 활공하는 무언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북한에 진짜 도전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얼마나 기동 가능하고 명중률 높게 만들 수 있는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