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동아시아연구원 홈페이지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대만은 유대를 강화하며 반중(反中)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양안 관계가 악화하며 최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대만 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주변 국가인 한국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향후 대만 문제의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적 선택에 관해 밝힌 논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가 지난 6월 《동아시아연구원(EAI) 스페셜 리포트》에 게재한 대만 특집 시리즈 3편 '미중 경쟁과 대만 문제: 한국의 시각'.

문 교수는 서문에서 "미국이 대중 전략을 경쟁과 압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만 문제의 부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 승인, 미중 수교와 별개로 내심 대만을 '사실상의 주권국'으로 인정해왔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대만 정책은 더 이상 비정치⸱민간 차원에 머물지 않고 국가의 주요 외교안보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이념·기술 동맹에 기반한 다자적 차원으로 대중 압박 전선을 확대하면서 대만은 이미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의 일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처럼 미중 패권 경쟁이 단순한 양자 관계 차원을 벗어나면서 대만 문제의 국제적 민감도와 파급 영향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며 "이는 대만 문제가 아태 지역의 역내 질서와 긴밀하게 연계돼 변화될 것임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대만 문제의 기원과 변천 과정에 영향을 미쳐 왔고,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일본은 미국 주도의 대만 문제 재조정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논문은 미국이 대만 정책을 새롭게 전환하며 대만의 주권, 방위 공약과 무기 판매, 외교적 접촉 등 민감한 사안을 재검토하는 동시에 대만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타이페이법'과 '대만관계법' 등을 예로 들었다. 

문 교수는 "미국은 대만 문제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자성과 함께 향후 대만과의 관계를 미중 관계의 '일부분'이 아닌 독립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의 이런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지속해서 추진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라고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이 과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넘어서는 관계 변화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가장 큰 의문"이라며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하기 어려운 50년 전의 유엔 결의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기본적으로 유지되는 한 미국의 대만 정책 전환과 대만의 국제적 지위 격상, 외교 영역 확장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이어 한국의 전략적 선택 요인으로 첫째 양안 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안 관계의 특수성은 대만이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분이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다른 하나의 중국 혹은 하나의 대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국제 사회의 보편적 원칙과 현실의 불일치 현상이자 대만의 주권, 통일, 독립을 둘러싼 갈등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그동안 한국은 양안의 체제·이념적 대립과 통일·독립을 둘러싼 갈등에 관여할 의지와 능력이 전무했다"며 "그러나 미국 요인이 개재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일단 미국이 양안 관계에 개입을 확대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동참을 요구한다면 한국의 입장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 독립은 실현 가능한가?' '양안 경제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도 대만의 경제 성장은 지속 가능한가?' '미국은 대만의 주권 회복과 국제 사회 복귀를 위해 끝까지 헌신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유감스럽게도 이들 의문에 대한 필자의 소견은 모두가 불가능하거나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을 냉철하게 검토하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의 가능 범위가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은 한국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미중의 무력 시위가 결국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중국과 대만은 무력 충돌의 부정적 결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자제와 냉정함을 유지시켜주는 내적 요인"이라며 "미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중국과 대만의 위기관리 기제가 아직은 작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내외정책을 통틀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처럼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대한 유불리를 전략적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주변 분위기에 휩싸여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과장하거나 우리의 개입 여력을 과신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더욱이 한국전쟁 이후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미국, 중국 요인과 결부돼 민감하게 상호작용하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이 적어도 우리에겐 바다 건너의 불이 아닌 이유"라고 밝혔다.

논문은 끝으로 "양안관계의 특성과 현실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기존 한국·대만 관계의 증진을 위한 방안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특히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해 우리 스스로 대만 관계에 부가한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그 추진 과정은 국익의 극대화라는 공세적 접근보다 부적절한 관행의 시정, 정당한 권한의 회복이라는 실무적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