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손학규, 김동연, 안철수, 심상정 제3지대 대선 후보. 사진=조선일보DB

최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가 세대 교체를 추진하고, ‘이(李)·윤(尹) 갈등’ 및 인선(人選) 내홍(內訌)을 종식한 국민의힘 선대위가 6일 공식 출범한 가운데 이른바 제3지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중도 진영의 노장(老將)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정책 공조’에 나섰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또한 신당(新黨) 창당 작업을 마무리하며 영입 인재 1호로 AI 대변인 ‘에이디’를 공개하는 등 나름의 대권(大權)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이념적으로 다소 거리가 먼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정책 공조가 성사되면서 ‘제3지대의 세력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야 양당 위주로 흘러가는 현 대선 정국에서 제3지대 잠룡들은 정책 및 후보 연대를 통해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을까.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80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당초 심 후보는 ‘제3지대 연대’를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만남을 제안했고, 이에 안 후보가 ‘사안별 협력은 가능하다’고 화답하면서 회동이 이뤄졌다. 회동 이후 두 후보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병상·의료진 확충’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 손실보상 촉구’ ‘양당 체제 종식을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 ‘대장동·고발사주 의혹 쌍(雙)특검 추진’ 등에 합의했다. 국민의당·정의당의 권은희·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두 후보는 이번 대선이 양당 기득권을 지키는 선거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한다. 이번 대선이 과거로의 정권 교체가 아니라 미래로의 정권 교체가 될 수 있도록 시민들께서 선거 혁명을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지향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진실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다. 제가 출마 선언부터 주장한 ‘시대 교체’를 위한 정책에 대해서도 언제, 어디서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심 후보 역시 지난 5일 MBN 인터뷰에서 “중도 공조는 양당 체제 종식과 다당제 책임 연정(聯政) 시대를 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의 경우 이어 김동연 후보와 접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후보는 7일 《조선일보》 유튜브 ‘강인선·배성규의 모닝라이브’에 출연,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지사로서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윤석열 후보가 야당 (대선)후보가 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양당 후보들을 비판했다. 손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때문에 나라가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든 상황에 와 있다”며 “대통령제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내가 대통령이 돼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하게 되면 내 임기도 포기하고 내려올 수 있다”고 밝혔다. 

손 후보의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론’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라는 차원에서 김동연 후보를 비롯, 제3지대 잠룡들 대부분과 ‘인식의 궤’를 같이하는 공약이다. ‘정책 공조’ 측면에서 손 후보와 타 후보들 간의 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동연 캠프 관계자는 7일 《조선펍》과의 통화에서 “저희 후보 공약도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해법이 논의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손 후보와) 맥이 같은 부분이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동연 후보는 공식 창당을 앞둔 ‘새로운물결’의 경기·충북·충남도당 창당 작업을 6일까지 마무리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AI 대변인 ‘에이디’와 후보 아바타 ‘윈디’를 공개하며 “과학 기술에 기반을 둔 선거 캠페인의 획기적 변화를 시도한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소모적 선거운동 대신 새 시대에 맞는 새 선거운동으로 국민의 곁으로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캠프 송문희 대변인은 “(AI 대변인은) 저희가 오래전부터 준비한 ‘영입 인재’다. 캠프 내 AI 특보를 담당하는 청년 스타트업에서 만들었다”며 “창당 작업의 경우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완료될 것이다. 당명은 ‘뉴웨이브’ 새로운물결로 동일하게 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6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심상정 후보께서는 우연히 어떤 행사에서 만났더니 ‘따로 한번 만나자’고 말하더라. 양당 구조와 정치 기득권을 깨는 데 기본적인 생각이 같다면 얼마든지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주장하는 기득권 공화국에서 기회 공화국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후보(안철수·심상정)가 어제 만났지만 어떤 뚜렷한 연대·단일화 얘기는 아예 없었다. 회동도 사진도 안 찍고 비공개로 했다”며 “(두 후보 모두) 당 차원에서 여러 가지 계산이 있겠지만 저희 후보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당리당략(黨利黨略) 측면에서의 회동, 이런 거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화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