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동의 및 종전선언 평화협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카드를 국제 사회에 제시한 이후 임기 내 종전선언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종전선언은 현 정권이 주장하듯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회일까? 아니면 한반도 안보 위기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까? 

종전선언의 기회와 위험 요인에 관해 분석한 논문이 있어 소개한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동년(同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동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종전선언이 중요 의제로 부각된 이후 박휘락 전(前) 국민대 교수가 같은 해 12월 의회 관계 전문 학술지 《의정연구》에 게재한 '6·25전쟁 종전선언의 기회와 위험 분석: 안보의 시각' 논문. 

박휘락 교수는 논문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주장하는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며 "북한이 내면적으로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정착과 한민족의 공영을 희구하고, 그 일환으로 평화협정이나 종전선언을 추진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6·25전쟁, 그 이후의 지속적인 도발, 핵무기 개발, 병영 국가와 유사한 체제의 지속 유지, 주민들에 대한 억압과 인권 보장 노력 미흡 등을 감안할 때 선의에 의한 추진으로 단정하기에는 너무나 반대되는 증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안보는 기본적으로 최선보다는 최악을 상정해 대비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선의로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공세적인 대남전략 차원에서 추진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그런 위험이 해소되거나 확실한 대책이 강구되기 이전에는 쉽사리 동의하지 않아야 한다. 국가 안보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종전선언의 기회와 위험 요소를 종합 분석하며, 기회보다는 위험 요인에 비중을 두고 종전선언을 바라보는 안보적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논문이 밝힌 종전선언의 기회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부응할 경우 북한 비핵화에 관한 일시적인 진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따라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촉진 요소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는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비핵화의 성과만 보장된다면 다소의 위험이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종전선언을 채택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할 경우 종전선언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전쟁을 종식한다는 약속 자체만으로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고, 종전선언을 명분으로 한국도 북한에 군사적 도발 자제, 공격적 군사력 배치 조정 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현재의 정전 상태에 종전선언의 명분이 추가되는 것이라서 현재보다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셋째, 종전선언에 한국과 미국이 지속해서 반대할 경우 남북관계에 관한 명분에 있어서 한국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한과 미국은 전쟁을 종결하지 않는 것 즉 전쟁을 하자는 입장으로, 북한은 전쟁을 종결해 평화를 구현하겠다는 입장으로 평가 또는 선전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종전선언에 한국이 호응할 경우 북한이 갖는 명분상의 유리점은 없어지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제반 사안에서 남한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종전선언의 기회 요소 분석에 이어 위험 요소를 다음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북한과 종전선언을 채택할 경우 우려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꼽았다. 6·25전쟁이 종결됐다는 정치적 선언이 채택될 경우 6·25전쟁의 발발로 설치됐던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히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과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함께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종전선언 후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둘째,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의 촉진제라고 주장하지만, 이들 간의 상관관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종전선언이 채택된 후 북한이 비핵화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에 합의해 그들 대남 전략의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다면 비핵화를 미루면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도모해 그들 주도의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셋째, 종전선언에 관한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종전선언이 채택될 경우 유엔군사령부 해체에 이어서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이 결정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리상으로는 종전선언과 무관하지만,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이 약해지는 것은 사실이고, 강력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명분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저자는 종전선언이 채택될 경우 한국 내에서도 주한미군 철수의 주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넷째, 종전선언은 한국 내에 평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하고, 이것이 한국의 대북 전쟁 억제 및 방어태세의 약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쟁이 종결됐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反)통일 또는 반(反)평화 세력 척결, 평화협정체결 등의 구호가 제기될 것이고, 이를 둘러싸고 남한의 여론이 극심한 분열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전선언은 군사 분야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쟁이 종료된 상태라서 북한을 적으로 삼은 채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휘락 교수는 결론에서 "국가 안보는 한번 잘못되면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의 기회보다는 위험에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도 확고한 북핵 억제 및 방어태세를 구비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유엔의 결의안에 근거한 경제제재를 확실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조치들이 당장 북한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해 남북한 평화 공존과 통일을 달성하게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북한에게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화를 위한 당장의 선언보다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보장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가 계속 증강되더라도 한미동맹만 굳건하면 안전을 도모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가 없어지더라도 한미동맹이 와해되면 한국의 안보는 위태로워진다"며 "한국은 종전선언을 비롯해 대북 정책에 관한 제반 사항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시행하고, 이로써 북한이 한미동맹을 이간시키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