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 7월 4일 대한뉴스 제1651호를 통해 공개된 전두환 대통령의 민주화 선언 발표 장면. 사진=KTV 대한늬우스 캡처

지난 23일 전두환 전(前) 대통령이 별세했다. 그의 서거 이후 그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이들과 '능력 있는 지도자'였다고 추모하는 이들이 부딪치고 있다. 정치인들 가운데 그의 장례식에 조문을 하러 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갈등하는 이들도 보인다. 

사후(死後)에도 큰 논란이 되는 인물인 고(故) 전두환 대통령. 대통령으로서 그는 어떤 정치리더십을 발휘했을까? 그의 정치리더십의 어떤 면이 한국 현대사의 명암(明暗)에 영향을 미쳤을까?

전 대통령의 정치리더십에 관해 분석한 논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00년 6월 정치학술지 '정치정보연구'에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게재한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리더십 분석'이다.

정윤재 교수는 머리말에서 "전두환 대통령의 정치리더십에 대한 정치학자의 단독 연구는 아직 없다"며 "전두환 개인에 대한 연구는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정당화시켜 줄 것으로 판단하고 그의 정치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회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그는 "이제는 전두환의 정치리더십에 검토를 미룰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논문을 작성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정 교수는 전 대통령의 정치리더십에 관해 밝히며, 그를 ▲자신만만하고 투박한 엘리트 장교 ▲단순한 가치관을 지닌 현실주의자 ▲전투지휘관 스타일의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전 대통령의 정치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요약 서술하고 있다.

<전 대통령은 성장기의 불행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육군사관학교에서 입교한 이후 육사 11기 장교로 복무하는 동안 자아(自我)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군인으로서나 대통령으로서 매사에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현실주의자로서 죽음을 각오하는 사생관(死生觀), 정치와 관련에 대한 패권주의적 태도, 그리고 경제제일주의로 요약될 수 있는 정도의 단순한 가치관을 지녔던 군인이고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는 전투지휘관 스타일의 리더십을 보여줬던 정치지도자였는데 그것은 그의 한국적인 보스 기질, 적극적인 행동력, 그리고 능숙한 심리 전략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전 대통령이 미국 철학자 시드니 후크(Sidney Hook)의 분류로는 '대세주도형 인물'(event-making man)'에 해당되는 정치지도자이며, 미국의 정치학자 제임스 바버(James D. Barber)의 분류로는 '적극-긍정형'(active-positive)에 해당되는 정치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전 대통령의 이같은 '대세주도적'이고, '적극-긍정형'의 정치리더십이 우리의 민주적 정치 발전과 관련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평가해봐야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첫째로 "전두환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빈번하게 지나쳐서, 폭력적 정권 탈취나 정치적 강압 조치 등으로 나타났고 따라서 전두환의 5공 시대 정치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그의 저돌적인 사생관과 정치와 권력에 대한 패권주의적 태도는 자신이 군인으로서 성공하고, 정치적 혼란기에 권력을 쟁취하며, 대통령으로서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그의 이런 가치관은 그로 하여금 야당이나 학생 및 재야 세력,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비판과 요구, 그리고 기대에 대해 대부분 단호하고 강경하게만 대응하게 함으로써, 제5공화국의 정치는 민주주의의 제도화 방향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셋째로 "5공 시대의 경제 안정이 전적으로 전두환의 리더십 때문만은 아니나, 전두환의 경제제일주의에 입각한 일관된 정책 추진과 성과는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는 경제에 관한 한, 겸손한 자세로 전문가와 실무자들로부터 열심히 배워 나름대로 경제 분야에 대한 소양을 갖췄고, 각종 국가 정책들을 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춰 강력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경제 정책은 경제 전문가들에게 일임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입안하고 집행했다"며 "그 결과, 5공 시기의 경제는 정상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넷째로 "그의 전투지휘관 스타일의 정치리더십은 특유의 한국적 보스 기질, 적극적인 행동력, 그리고 심리 전략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그 정치적 효용성은 양면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그것은 불법적인 정권 쟁취와 권위주의적인 정책 추진에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의 민주적 제도화와 성숙한 민주시민문화의 정착을 지연시켰다"고 비판했다.

다섯째로 "최근(논문이 쓰인 2000년) IMF 경제 위기 속에서, 전두환이 '거만한' 정치지도자로 인식되고 있으면서도, 그가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선호도가 높은 정치지도자로 꼽히고 있는 이유는 적어도 다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논문은 그 두 가지 이유로 첫째는 그가 민주주의 제도화와 관련해선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대통령이었지만, 경제제일주의라는 단순한 정책을 일관성 있고 강력하게 추진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가 전통적인 한국적 인간관계에 충실했던 하나의 모델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끝으로 "민주주의란 단순히 제도나 법을 들여놓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도덕성과 능력, 그리고 의지가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제도화를 위해 헌신해야만 가능한 것"이라며 "이제 우리나라에도 도덕성과 안목과 역량이 탁월한 정치지도자와 엘리트들이 필요하다. 우리의 정치가 일류가 되기 위해선 정치지도자들이 먼저 일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