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동아시아연구원 홈페이지

미중 패권 경쟁 속 '미국에 편승하고 중국에 맞서는 전략'을 취한 대만이 양안(兩岸) 관계에서 직면한 도전을 극복할 최선의 방책은 '위험 회피'와 '지연 전술'을 펼치며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중 갈등 속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외교 전략을 찾고 있는 우리 정부가 참고하면 좋을 내용이다.

왕신셴(王信賢) 대만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소장은 지난 6월 동아시아연구원(EAI) 스페셜 리포트 '대만 특집 시리즈' 두 번째 글 '미중 경쟁 시대 대만의 안보 전략과 도전 요인'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왕신셴 소장은 보고서에서 "지전략적 특성, 그리고 중국의 자칭 주권의 완전성과 통일을 위한 고려 때문에, 대만은 두 강대국의 경쟁과 대결의 최전선에 서 있게 됐다"며 "미국과 중국이 여러 해 동안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이 점차 와해하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가 흔들리게 됐다"고 밝혔다.

왕 소장은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최후의 상황에서는 군사적 침공을 단행해서라도 통일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며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올해 3월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필립 데이비슨(Philip Davidson)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향후 5~10년 동안 중국이 침략 및 군사적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목표 대상이 대만이라고 지목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대만의 안보 전략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강력한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 것으로 특히, 미국에 의지하는 것, 둘째는 고슴도치 전술(hedgehof defense)을 구사하는 것, 셋째는 세계적으로 대체 불가능성을 갖는 '산업'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왕 소장은 "일반적으로 경쟁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 처해 있는 국가는 대항(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위험 회피(hedging)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대다수의 국가는 헤징이라는 유연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최대한 양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미중 간의 전면적인 경쟁 속에서 다수의 아태지역 국가들이 안보 전략에 있어서는 미국에 경도되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며 헤징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만의 경우도 위험 회피의 헤징 전략이 국가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지일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미중 간의 경쟁 속에서 미국에 완전히 '편승'하며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는 중국의 주권이 대만에 손을 뻗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대만의 내부 요인 때문"이라며 "양안 관계를 보다 온화한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야당(국민당)과 달리,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은 줄곧 '중국에 대한 저항'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간의 전면적 경쟁 속에서 대만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 편에 서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등 중국 봉쇄의 전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뿐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 동맹' 등을 강조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방력과 군사력의 강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을 취한 대만은 각종 무기체계의 해외 조달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국산 전투기와 잠수함 등 신형 무기도 지속해서 개발해왔다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의 '2020년 중공 정치군사 발전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의 결과로 오히려 장기적 국방 제도, 무기 구매, 실질적 동맹 관계에 있어서 대만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안보 위협의 증가가 안보 강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호국의 기틀로서 세계적으로 대체불가능한 산업을 구축하는 것이 대만의 안보 전략이라고 소개하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하이엔드 칩 제조 능력을 거론했다. 반도체 기술을 세계 산업 발전과 연계시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위협이 세계의 문제가 되도록 부각해 대만의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왕 소장은 양안 관계에서 대만이 직면한 도전 요인이 첫째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초래할 이중적 리스크, 둘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중국의 처벌과 보상 이중 전략, 셋째 국제 정치 경쟁의 격화와 분열, 넷째 양안 인민 간의 적대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은 현재 양안 관계에서 '미국에 편승하고 중국에 맞서는 것'을 우선적인 선택지로 삼고 있다"며 "이로 인해 두 가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왕 소장은 "우선 중국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중국은 대만이 미국에 경도되지 않도록 저지하고 있고, 대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더욱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한다"며 "요컨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행위'로 위험 회피의 조치가 결여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왕 소장은 "미국이 대만에 대해 확고한 약속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만 정계애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만약 미중 간에 일정한 합의에 도달해 양측이 '전략적 후퇴'의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면 대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이처럼 미국에 지나치게 편승하고 중국에 대립하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를 불러 올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양안 인민들 간의 적대의식 증가에 대해 우려하며 "대만은 최근 중국 내 민족주의의 고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공산당이 미중 관계나 내부의 경제사회적 위기를 외부로 돌리기 위한 감정의 분출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민중'을 구분해 중국 대중들의 민심을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인민들로 하여금 중화 세계에서 민주적 제도를 실행할 수 있고 민주주의가 그들이 선택할 만한 삶의 방식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이것이 대만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소장은 "미중 전략 경쟁은 장기적이다. 만약 우리가 전략적으로 불가피하게 미국에 경도된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면, 전술적인 면에서는 반드시 좀 더 세밀하고 유연성 있게 움직여야 하고, 위험 회피의 공간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민진당 집권 이후 지난 4년 동안 형성된 교착 상태와 펜데믹의 촉매 작용으로 현재의 양안 관계는 이미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위기 관리를 할 것인가의 문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끝으로 "미중 대립이 격렬해질수록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연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시진핑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어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만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위험 회피와 지연 전술이 될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