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티국제영화제 포스터. 사진=리버티국제영화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열리는 '리버티국제영화제'가 오는 22일 일주일 간의 일정으로 개막한다. 개막식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고, 출품작들은 27일까지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 첫 시작하는 영화제임에도 전 세계 50여 국에서 36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되며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압제에 맞선 홍콩 시민의 민주화 투쟁 과정, 멕시코에서 정치적 박해 속에 7만 여 명의 시민들이 실종된 사건, 코로나 사태가 인도의 빈민 계층에게 끼친 영향, 미얀마 청년들의 저항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 자유와 인권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출품됐다.

김덕영 리버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통해 영화제의 취지와 특징,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에 관해 들어봤다.

-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영화제들이 있습니다. 리버티국제영화제는 뭐가 다른가요? 

"먼저, '시민들이 1만 원, 2만 원 성금을 모아 만든 영화제, 시민 참여 영화제' '지자체 예산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은 영화제'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영화제들이 있습니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시작된 이후로 지자체를 홍보하고 영화의 대중적 확산,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많은 영화제들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인 성금으로 만들어진 국제영화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자체의 이익과 영화 문화 산업의 발전에 대한 요구가 맞아 떨어져서 발전하기 시작한 대한민국 국제영화제들의 현실은 외국의 다른 국제영화제들과는 애초부터 태생적으로 출발이 달랐습니다. 때문에 지자체의 요구와 간섭들도 많아졌고, 영화제가 순수함과 독특한 개성,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일례로 강원도에서 3회째 개최된 K국제영화제의 경우, 애초의 출발은 'K국제문학영화제'이었으나 지자체의 요구로 '문학'이 빠지고 'K국제영화제'로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지자체 예산의 확보가 영화제 성패의 관건을 쥐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초의 참신한 아이디어나 개성은 사라지고 단지 유명 연예인들의 잔치 정도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국제영화제를 표방하는 국내 영화제들의 현실입니다.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해보자는 리버티국제영화제의 출발은 예산의 독립을 통해 영화제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확보해 보자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자 의도였습니다. 돈으로부터 독립은 곧 영화제의 독립, 즉 영화제 고유의 개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입니다. '자유'를 추구하는 영화제가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리버티국제영화제에는 어떤 작품들이 출품됐고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나요? 

"전 세계 50여 국에서 360여 편의 작품이 출품됐습니다. 첫해 시작하는 국제영화제치고는 대단한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게다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산도 없고, 지명도 있는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수십 억 예산을 확보하고 운영되는 국내 영화제들의 출품작도 대부분 300편 정도 된다고 합니다. 단순한 비교지만, 효율적인 면에서도 리버티국제영화제는 매우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유명인도 없고, 돈도 없는 영화제에 이렇게 많은 작품이 몰린 이유는? 

"리버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지고, 케이팝, 영화, 드라마 등 K-콘텐츠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제 주최국이자 개막식이 열리는 로케이션 'Seoul', 'Korea'라는 단어만으로도 전 세계인들이 신뢰를 할 수 있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일제 시대 나라를 빼앗긴 망국의 설움을 달래며 언젠가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설 것을 염원하시며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영화제를 진행하는 내내 마음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Liberty', 'Human Rights', 즉 자유와 인권을 전면에 영화제의 타이틀로 내건 국제영화제가 실제로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도 전 세계 영화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와 '인권'은 많은 영화들이 추구하는 가치이지만, 막상 그걸 타이틀로 내걸고 선명하게 주제를 부각시킨 영화제는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세계인들이 모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리버티'라는 개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 영화제 경쟁 부문 선정작이나 수상작들의 특징은? 

"중국 당국의 압제에 맞서 홍콩 시민들이 벌인 민주화 투쟁 과정을 3년 동안 기록한 영화, 멕시코에서 정치적 박해 속에 7만 여 명의 시민들의 실종된 사건, 코로나 사태가 인도의 빈민계층들에게 끼친 영향 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2021년 리버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사회적 현상들을 일반 미디어의 관점이 아니라 감독 한 개인의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미얀마 청년들의 저항을 담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보릿 야닉(Borit Yannik) 감독의 'The Purple Thanaka of the Angels', 한국어 제목은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 '타나카'는 미얀마인들이 햇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얼굴에 바르는 천연 보호제입니다. 우리는 돈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가 없어서 대부분의 미얀마 서민들은 천연 성분의 타나카를 얼굴에 바르고 다닙니다. 때로는 약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보랏빛 타나카는 결국 미얀마 서민들의 저항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본선 진출 작들이 결정되고 나서 어느 날 한 감독으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그 메일을 열어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버마의 청년들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작품 속에는 사실 제 아들이 등장합니다. 24살 된 젊은 아이인데, 벌써 몇 달째 거리에 나가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버마의 민주주의를 올바로 세우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릿 야닉 감독은 양곤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평범한 프랑스인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도 없었습니다. 그는 왜 카메라를 들고 미얀마 민중들의 저항을 기록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그의 스물넷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데모에 참여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여성과 결혼해서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던 프랑스 보릿 야닉 감독은 군부 쿠데타 이후 가정이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장인은 반(反)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군인들에게 체포돼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이고, 미얀마인 아내 역시 체포 당할 것이 두려워서 어디론가 도망친 상태라고 합니다. 여기에 아들까지 데모에 나가 몇 달째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그가 영화를 만든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혹시라도 아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달려가서 아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록한 하루하루의 영상이 모여서 1시간 15분짜리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됐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가 전 세계 수많은 국제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했지만 단 한 곳도 받아준 곳이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리버티국제영화제가 그의 영화를 받아준 첫 영화제인 셈입니다. 문득 그의 메일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쩌면 리버티국제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1년 넘게 애를 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영화제들은 작품의 완성도나 주연 배우, 유명 감독들의 작품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릿 야닉 감독의 영화처럼 완성도가 좀 떨어지고 거친 화면이 나오는 영화들은 조명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건 사실 리버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산이 많거나 화려한 레드카펫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배우도 하나 없이 우리도 시작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이 외면했지만, 평범하고 소박한 개인들이 외치는 소중한 진실의 목소리들을 받아 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저희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믿습니다. 이 세상 어느 한구석에 이런 영화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꿈이 결국 현실이 된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려운 시작이었지만, 1년 동안 적지 않은 분들이 리버티국제영화제의 발기인으로 뜻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분들 성원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50여 명의 발기인들과 후원회원들이 저희 영화제를 지원해주고 계십니다. 덕분에 11월 22일 오후 2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성대하게 개막식과 시상식 행사를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각 부문 별 20명의 최종 수상자들도 결정된 상태입니다.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신인감독상, 최우수 남자 배우상, 최우수 여자 배우상 등 최종 수상자 발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역점을 둔 것은 '학생 부문(Student)'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일반 부문과 학생 부문으로 나눠서 경쟁작을 선발한 것은 영화감독의 꿈을 지닌 채 성장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재능과 개성이 돋보이는 많은 작품들이 출품됐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길거리 아이들의 소박한 행복과 우정을 담은 단편영화 'Traffic Lights'을 만든 이슬롬 루스탐(Islom Rustam o'g'li Riskulov) 감독에서부터 'Winner'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슬로바키아 사무엘 초반(Samuel Chovan) 감독처럼 20대 무명 감독들을 발굴한 것은 이번 리버티국제영화제의 소중한 성과입니다.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앞으로도 예산을 받기 위해 지자체 근처를 기웃거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애초부터 돈을 중심으로 사고를 했다면, 이런 멋진 국제영화제 개최를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이라는 소재를 담은 영화들을 더욱 많이 발굴하고 전 세계가 갈등과 대립보다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 끝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테크놀로지와 경제가 발전하는 첨단 사회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자유와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이 영화제를 만들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이제 2021년 11월 22일, 개막식과 함께 리버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세상에 알립니다. 나라를 외세에 잃어버리고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대한민국에서, 공산주의와의 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대한민국에서, 케이팝과 영화·드라마·한글로 문화의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담은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영광으로 다가옵니다. 먼 훗날 자유의 가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애쓴 영화제로 사람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