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10월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경선 후보들, 송영길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승리로 귀결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후보교체론(論)’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검경(檢警) 수사의 향배에 따라 여권에서 이재명 지사를 대체할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선 결과 이의 제기로 결선투표를 노렸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이해관계와도 맞닿아 있다. 이 전 대표 측의 이의 제기가 당 차원에서 불허되면서 ‘경선 승복’ 메시지가 나오고 양측의 갈등 양상도 당장은 수그러든 모양새지만, 당 지도부와 이 지사 측이 원했던 ‘원팀 기조’는 불안한 분위기다.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법원에 경선 관련 소송을 내고, 이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이 이 지사를 대놓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상당 비율은 이 지사 대신 ‘야권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이다.

특히 후보교체론은 여권 내 친문(親文) 그룹의 ‘미래 권력 만들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가(政街)에서 흔히 ‘친문 주자’로 불리던 잠룡들이 수년에 걸쳐 몰락하고 문(文)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이 전 대표까지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친문 계파 권력’이 이 지사의 패권(覇權)에 눌려 결국 소멸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정권교체론’ 민심이 ‘정권재창출’을 앞서고, 송영길 당 대표까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이재명식(式)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 정권은 이 지사가 운동권 중심의 친노친문(親盧親文) 적통(嫡統)이 아닌 대표적 비문(非文) 인사라는 점에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치열하게 갈등했다. 청와대는 최근 검경에 대장동 게이트 ‘신속 수사’와 ‘철저 규명’을 지시한 바 있다. 친문 그룹이 대장동 수사를 명분으로 이 전 대표를 비롯해 김부겸·유시민 등 대체 후보를 내세워 ‘이 지사를 낙마(落馬)시킬 수 있다’는 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기표 국민의힘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13일 《조선일보》 ‘강인선·배성규의 모닝라이브’ 인터뷰에서 “대장동 의혹은 당연히 이재명 지사의 책임이며 배임죄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지사가 종국에 가서는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그는 “마지막 날 일반 국민 경선 투표에서 이 지사가 이낙연 후보에게 28대 62로 지면서 국민 심판을 받았고,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기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권 차원에서 결국 이 지사를 낙마시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그렇지 않아도 이 지사를 (대권 후보) 시키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이제 이 지사론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7일 《시사저널》 칼럼 ‘완전히 죽지 않은 후보교체론’에서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본선 가면 진다’는 설훈 의원의 말은 이재명 후보의 앞길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대변하는 것이었다”며 “물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이재명 캠프에 몸을 실었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파장이 확산된 이후로 ‘이재명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민주당 내에서 많이 늘어났음을 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평론가는 “결선투표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불복 사태 위기는 일단 봉합되었지만,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시점부터 오히려 ‘불안한 후보’로 인식되기 시작한 상황은 민주당의 대선 행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경선이 끝나고 대선후보가 선출되었는데도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부진한 상황도 민주당으로서는 긴장하게 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유 평론가는 “현재진행형인 이재명의 ‘후보 리스크’는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화학적 결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계속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안팎의 ‘친문’들에게는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언제든 문 대통령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후보에 대해 그들이 갖고 있는 깊은 불신”이라고 했다. 그는 “문제는 본선으로 가는 길에서 이 후보의 악재들이 이어져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후보교체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될 가능성도 살아있다는 점”이라며 “후보교체론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라도 대두되는 상황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심각한 분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이재명 후보를 흔들 수 있는 아주 나쁜 상황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18일 ‘KBS 광주 라디오 –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정말 예전에 후단협처럼 후보교체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 그런 우려 섞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이 지사 선출이)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말씀을 드렸던 것이고, 대선 후보로 원래 선출이 되면 그 상승세를 타고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타야 되는데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컨벤션 효과가 없는 상황은 둘째 치더라도 그 부분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원래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지지율까지 까먹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분명히 지금 이른바 강성 지지층 내부에서 이런 흐름들이 조기에 수습이 되지 않으면, 상당히 내부 분열 양상으로 가면서 후보교체론 또는 제3대안론 이런 것들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