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해당 프로그램의 폭력성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과 유럽에서 제기됐다. 앞서 어린이조선일보는 지난 7일자 1면 단독 기사(초등생, 19禁 ‘오징어 게임’ 무방비 노출)를 통해 문제점을 보도했다.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해당 프로그램의 폭력성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과 유럽에서 제기됐다. 앞서 어린이조선일보는 지난 7일자 1면 단독 기사(초등생, 19禁 ‘오징어 게임’ 무방비 노출)를 통해 문제점을 보도했다. 
 
국내외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부모들로 구성된 미디어 감시단체 ‘부모 텔레비전·미디어 위원회(PTC)’의 멜리사 헨슨 프로그램 국장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오징어 게임’에 대해 “믿기 어려울 만큼 폭력적”이라며 “부모들은 넷플릭스에서 자녀 보호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禁 오징어 게임...유튜브 등에선 2차 창작물까지 유행
 
오징어 게임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고자 목숨을 걸고 생존 게임을 벌이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선정적인 묘사와 폭력적인 장면이 주를 이뤄 국내에서도 ‘청소년 관람 불가’다. 하지만 ‘19금’인 해당 작품이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라는 비교적 접근이 쉬운 플랫폼에서 개봉한 데다, 유튜브 등에선 2차 창작물까지 유행하면서 어린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청 가능하다. ‘오징어 게임’은 현재 넷플릭스 TV 시리즈 중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해시태그 ‘오징어게임(#SquidGame)’ 조회 수는 약 230억 회에 달한다.
 
미국 PTC 측은 “성인 관람 등급인 ‘TV-MA’를 받았음에도 넷플릭스의 마케팅 공세에 넷플릭스 앱을 열자마자 메뉴 스크린 대부분에 ‘오징어 게임’이 나타난다”며 “어린이들은 넷플릭스를 통하지 않고서도 간접 시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소셜미디어 사이트들에서 등장인물들이 참여하는 게임이 수십 차례 복제되고 있으며 10대 청소년들이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 플랫폼을 통해서도 이 시리즈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초등학교들도 ‘오징어 게임’이 초등학생이 보기에 적절치 않으며 드라마 속 폭력적인 내용이 해로울 수 있으므로 부모가 시청 감독을 하라고 권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영국 더 타임스는 “런던 북동부의 존 브램스턴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운동장에서 서로 총을 쏘는 척을 하고 놀아 우려된다며 드라마 속 행동을 따라하는 학생은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도 “벨기에에서도 불건전하고 위험한 놀이의 중단을 위해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이조선일보 명예기자 300여명 대상 긴급 조사...“총으로 쏴 죽이는 척 하는 걸 보고 놀라”
 
앞서 어린이조선일보는 해당 매체 소속 명예기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오징어 게임’ 시청 여부와 개인적 견해 등을 ‘전화·문자’ 형식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를 지난 7일자 지면을 통해 상세히 보도했다. 어린이조선일보에 따르면, 응답자 대부분이 ▲부모님 넷플릭스 아이디로 집에서 오징어 게임을 봤다거나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편집 영상을 접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미디어물에 노출된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새로운 장치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명예기자는 이렇게 전했다.
 
“요즘 ‘오징어 게임’ 안 봤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해요. 잔인한 장면만 편집된 영상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죠. 3학년 후배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면서 서로 총으로 쏴 죽이는 척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부모님 안 계실 때 몰래 봐” “새벽까지 오징어 게임을 보느라 늦잠” “벌써 영상 3번 정주행”
 
또 다른 명예기자는 “하도 유명하다고 하니까 얼마나 재밌을지 궁금했다”며 “마침 집에 넷플릭스가 설치돼 있어서, 부모님 안 계실 때 몰래 봤다. 주변에 물어보니, 끝까지 다 봤다는 친구도 많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김 모 양은 최근 오징어 게임을 접하고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김 양은 “첫 화부터 참가자들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1편만 보고 무서워서 껐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뒤편 요약 영상을 접해서 내용을 전부 알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청소년 관람 불가인 해당 콘텐츠를 어린이·청소년도 무분별하게 접한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유튜브와 틱톡 등에선 ‘오징어 게임 요약 영상’ ‘오징어 게임 잔혹 장면 모음집’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상엔 참가자가 피를 흘리며 죽는 모습이나, 욕설을 내뱉는 장면 등이 가감 없이 나온다. 주(主) 구독자가 초등학생인 일명 ‘초통령’ 유튜버들도 앞다퉈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을 내놓고 있다. 김연준(서울 우솔초 6) 군은 “새벽까지 오징어 게임을 보느라 늦잠 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벌써 영상을 3번이나 ‘정주행(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는 것)’ 했다는 동생도 있다”고 했다.
 
“19금 콘텐츠, 학생들이 보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해야”
 
취재에 응한 어린이들은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김연준 군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려면 영상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유튜브로 시청했다”며 “생각보다 잔인해 어린이가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민주(서울 숭인초 4) 양은 “유튜브에선 성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각종 성인용 영상이 추천 콘텐츠로 뜬다”며 “이런 영상물은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쉽게 접할 수 없도록 어른들이 막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소은(부산 괴정초 6) 양 역시 “유튜브에서 욕이 많이 나오는 영상을 봤다가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나쁜 말을 한 적이 있다”며 “어린이는 한번 본 건 무엇이든 잘 따라 한다. 19금 콘텐츠는 학생들이 보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콘텐츠 바르게 이용하는 방법 가르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
 
박일준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장은 “유튜브, 웨이브, 넷플릭스 등 영상을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이 늘었지만,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제도적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중, 3중으로 잠금장치를 해도 마음먹으면 어린이도 원하는 영상을 다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미디어 콘텐츠를 바르게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각종 선행 연구에 따르면, 평소 폭력적인 미디어를 자주 접한 어린이·청소년은 공격성이 높아지며 실제 폭력에 둔감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전문가들은 “인지 발달 과정에 있는 청소년기에 폭력적인 미디어를 보면 모방(模倣)이나 내면화가 성인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각 가정에서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평소 자녀가 OTT 플랫폼에서 자주 보는 영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청소년 관람 불가 영상은 신체·정신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자녀에게 차분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