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컷오프 결과가 발표됐다. 선두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권 재수생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4강(强)에 진출했다. 지난 6~7일 진행된 당원 투표 30%에 국민 여론조사 70%를 합산한 결과다. 당원 투표율은 역대 경선 최고치인 49.9%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총 12명의 후보가 겨뤘던 1·2차 컷오프가 예비경선 성격이었다면 이번에 선발된 4강 그룹은 사실상 ‘본경선’을 치르게 된다. 4명의 후보들은 오는 11일 광주·전북·전남을 시작으로 제주(13일), 부산·울산·경남(18일), 대구·경북(20일), 대전·세종·충북·충남(25일), 강원(27일) 합동 토론회에 나선다. 최종 후보는 내달 5일 당원 투표 50%에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선발한다.

이번 2차 컷오프의 관전 포인트는 4강에 진출할 ‘라스트 후보’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선두 경쟁 관계인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그리고 인지도가 있는 유 전 의원까지는 통과가 예상됐고, 나머지 한 자리는 어느 후보가 차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4.15 부정선거 이슈’로 목소리를 높인 황교안 전 총리, 윤 전 총장과 더불어 현 정권 출신으로 반문(反文) 기치를 들고 나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주인공은 원희룡 전 지사였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밀렸지만... '법조 선배' 황교안-최재형 꺾은 '정치 선배' 원희룡

물론 원 전 지사가 황 전 총리나 최 전 원장보다는 정계에 먼저 진출한 ‘정치 선배’이고, 3선 의원에 재선(再選) 지사를 거친 거물급 정치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뚜렷한 색채가 없고 이슈 선도 면에서도 충분치 못해 대권 도전 직전까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인지도 면에서는 황 전 대표가 눈에 띄었고, 개인적 인품이나 언론의 주목 면에서는 최 전 원장이 앞섰다. 

실제 지난달 26일 ‘뉴시스’가 창사(創社) 20주년을 맞아 ‘리얼미터’에 의뢰해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 전 지사는 0.9%를 기록해 2.1%로 나타난 황 전 총리나 1.6% 기록한 최 전 원장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원 전 지사 캠프 내에서도 금일 2차 컷오프 발표를 앞두고 상황을 낙관(樂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원 전 지사의 뒷심은 매서웠고 결국 ‘4강 진출’이라는 이변을 일으켰다.

01242021082903816717.jpg
2021년 8월 29일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호프집에서 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복잡한 대장동 사건 쉽게 풀어내... 4강 진출 진정한 승자는 원희룡

이날 4강 후보가 결정되자 언론에서는 원 전 지사의 진출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조선닷컴’은 “국민의힘 대선경선 4강에 갈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였다”며 “정치 입문 20여 년, ‘제주 천재’ ‘소장파’라는 별명에도 대중적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였지만, 이번 대선 경선에서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유머 감각과 복잡한 대장동 개발 사건을 방정식처럼 쉽게 풀어내는 영상으로 단숨에 쟁쟁한 경쟁 후보 4명을 제쳤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주간조선》은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적합도 ‘2강 1중’ 구도를 형성했던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2차 컷오프에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며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최종 후보 4명을 뽑는 2차 컷오프 한 자리 티켓을 놓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는데, 결국 진정한 승자는 원희룡 전 지사가 된 셈”이라고 보도했다.

원 전 지사는 발표 직후 “품격 있는 토론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정권 교체를 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이재명의 민낯을 드러내고 국민적 심판을 통한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며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반드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돼 이재명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론회서 미래 정책 비전 보여주고, 대장동 게이트 집중 분석한 것이 유효했다"

원 전 지사의 4강 진출 동력은 무엇일까. ‘원팀캠프’ 핵심 관계자는 8일 《조선펍》과의 통화에서 “내부 분란을 키우기보다는 저희는 (후보 간) 토론회를 통해 ‘미래 비전’을 많이 보여줬다”며 “후보가 미래에 대한 제시, 정책에 대한 준비 이런 거를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4강 진출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는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집중한 것이 유효했다고 본다”며 “야권 후보 캠프들 중에서 가장 먼저 ‘대장동 TF’를 만든 게 바로 우리다. 후보 또한 대장동 사건에서 헷갈리는 부분, 의혹이 제기된 지점에 대해 가장 많이 정리하고 (대중에) 알려줬기 때문에 당원들이 ‘이재명을 진짜 잡을 사람, 이재명의 맞수’로 선택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fhgdfsdsfd.jpg
유튜브 채널에서 대장동 게이트 사건을 분석하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 원 전 지사의 명쾌한 사건 해설로 해당 동영상은 수십 만 조회수를 달성하며 화제가 됐다. 사진=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영상 캡처

해당 관계자는 ‘탈락한 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도 별별 이상한 ‘지라시’가 도는 등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의)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짙었다”며 “그런 상황이었기에 솔직히 ‘탈락 후보와의 연대’까지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해볼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원 지사의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해 “국민들에게 집권 세력으로서 ‘안심’을 줄 수 있는 후보, 미래와 민생에 대해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울 것”이라며 “앞으로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정확히 맞설 것이다. 여권의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심에 대해 ‘하나하나 파헤칠 수 있는 후보’라는 사실을 국민께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4강 진출’ 원희룡은 누구인가 - 《월간조선》 2018년 7월호 ‘뉴스의 人物’ 기사 中

〈원 지사는 1964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의 유년시절은 순탄치 못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집 안에 전깃불이 없었다. 찢어진 고무신을 신고 학교를 다녔다. 집으로 빚쟁이들이 찾아와 같은 동네에서만 10번 이상 이사를 갔다. 어린 원 지사는 아버지의 폐업한 서점에서 재고 서적들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는 아침 7시 도서관에 나가 밤 11시까지 법전을 파고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명석한 두뇌로 전국 수석을 차지, 1982년 전국 1등으로 학력고사까지 석권했다. 권위주의 정권 때 야학투쟁·학생운동·노동운동에 참여하다 1990년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보고 사상적 전환을 시도했다. 2년 준비 끝에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 ‘피라미드 조직 소탕’ 등 경제사범 전문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정치권에 입문했다. 보수 진영의 혁신과 변화를 이루겠다는 뜻을 품고 한나라당에 입당, 2000년 서울 양천구 갑 지역구에서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양천구에서만 내리 3선을 지냈다. 제18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과 한나라당에서 최고위원·사무총장·쇄신특별위원장·공천심사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가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이어 3등을 차지했다. 동료의원 남경필·정병국과 함께 ‘남원정’ 트리오를 결성, 당내 소장(少壯) 개혁파로 활동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 대표 선거에도 출마하는 등 정치적 도전들을 이어갔다. 2012년 제19대 총선 불출마 선언 후 중앙 정계를 떠났다.

01242020052703471803.jpg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컷오프 통과 발표 직후 “품격 있는 토론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정권 교체를 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이재명의 민낯을 드러내고 국민적 심판을 통한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고 밝혔다. 사진=조선일보DB

2년 동안 개인 공부를 하는 등 재충전을 거친 원 지사는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승리, 제주지사로 첫발을 뗐다. 임기 초반 예산안 문제로 도의회와 갈등을 겪다 화해한 뒤 연정과 협치를 중심으로 도정을 이끌어 나갔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 하수·쓰레기 처리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투명 행정과 제도 개선에 집중, 한동안 하위권에 머물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2017년 4위로 올라섰다. 2015년 3대 예산개혁 원칙(절감예산·효과중심예산·참여확대예산)을 발표, 재정을 꾸준히 관리해 온 결과 작년 말 4000억 원이 넘던 지방부채를 모두 갚았다.

2017년 1월 4일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입당한 후 제18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올해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으로 통합된 후 탈당, 무소속으로 6·13지방선거에 나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