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9월 13일 오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열린 '극중의 길, 민주공화국의 앞날' 강연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여야(與野) 제1당들의 차기 대선 경선에 격랑(激浪)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세론(大勢論)을 굳히고 있는 선두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막판 반전을 노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화두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때아닌 ‘미신(迷信) 공방(攻防)’ 국면을 맞았다.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경선 토론회에 나와 ‘주술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모 승려와 소위 항문침(針) 전문가 등 ‘지인 논란’으로 다시금 홍준표·유승민 등 경쟁 후보들의 공세를 받고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도 윤 전 총장에겐 악재(惡材)다.

이처럼 여야 경선이 맹렬한 갈등 구도로 흐르자, 정가(政街)에서는 중도층 여론이 ‘제3지대’로 향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거대 양당(兩黨) 경선에 염증을 느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비교적 기존 정치 문법에 함몰되지 않은 참신한 ‘제3지대 잠룡(潛龍)’들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 기관 한국갤럽의 지난달 차기 대선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유보’ 응답이 32%를 기록(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했다. 유권자 중 3분의 1은 아직 믿을 만한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양당에 속하지 않은 제3지대 주자들은 누가 있을까. 일각에서는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캐릭터로 유명해진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를 새 인물로 꼽기도 한다.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와 당내 경선 결선 투표를 앞둔 같은 당 심상정 의원도 ‘대권 재수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중도’를 표방하며 실질적으로 제3지대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는 인사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김 전 부총리는 민주당 후보와의 연대 등으로 ‘정치적 변수’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두 사람 모두 현 대선 정국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여론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은 7일 대선기획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청년 3명, 여성 5명, 외부 전문가 등 총 14명으로 조직된 기획단은 당내 ‘선대위 구성’ ‘선거 전략 수립’ ‘후보 선출 제도 정비’ 등을 맡는다. 최연숙 당 사무총장이 단장을, 유주상 사무부총장이 부단장을 맡는다. 안혜진 대변인, 홍성필 정책위의장, 김윤 서울시당위원장 등도 참여한다. 안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기획단은 이번 대선과 관련해 당의 입장과 전략을 마련하게 된다. 저는 이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대선기획단에서 논의가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판단과 계획을 세울 것이다. 대답이 준비되는 대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월간조선》 2021년 10월호 칼럼에서 “분명 현 선거 환경은 2012년 대선 때같이 제3정당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놓여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년 대선에선 진보-보수 간 박빙의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 대표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김 전 부총리 측은 창당(創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17일 무렵 창당준비위원회(이하 창준위)를 공식 발족할 것으로 전해졌다. 창준위원장으로는 중도 색채를 띤 중량감 있는 몇몇 정치인들이 거론된다. 김 전 부총리는 이달 초 라디오에서 “창준위를 10월 중에 시작할 계획”이라며 “대한민국을 제대로 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기득권 공화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대권 도전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후원금 16억 원을 거둔 김 전 부총리는 최근 국회 주변에 대선 캠프 사무실을 얻고 중도 성향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지난달 28일에는 김 전 부총리와 정책 비전을 공유하는 시민 참여형 싱크탱크 ‘경장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6일 《조선일보》 유튜브 겸 팟캐스트 ‘강인선·배성규의 모닝 라이브’에 출연해 “나는 뭘 더 주겠다, 퍼주겠다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지 얘기한다. 인기는 없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며 “직접 선거를 치르거나 국회에서 대결 정치를 해본 적은 없지만 과거와 같은 구태(舊態) 정치 경험을 안 해본 것이 오히려 더 낫다. 아래로부터 바꾸는 정치, 국민 일상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생활 정치를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