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舊) 한국식품연구원 백현동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조감도. 감사원은 식품연구원 측이 매입사 측에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사진=해당 아파트 홈페이지 캡처

최근 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대선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 추진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소재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연구원) 구(舊) 사옥 부지 매각·개발 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토지 개발 사업에 참여한 민간 시행 업체가 유리한 위치에서 이익을 거뒀다는 점, 논란이 촉발된 시점(2015~2017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재임기(2010~2018년)였다는 점 등에서 대장동 의혹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대장동 의혹’은 정확한 사실관계가 규명이 되지 않은 것과 달리, 본보(本報)가 2회에 걸쳐 보도할 예정인 ‘백현동 논란’은 3년 전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일부 부당성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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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감사원 감사보고서 캡처

한국식품연구원은 1987년 식품 분야 연구·개발 및 공익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된 과기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1991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516 일대에 사옥을 준공해 입주했다. 이후 2006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2009년 전라북도 이전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2011년부터 입찰을 통해 ‘백현동 구 사옥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용지가 자연·보전녹지(자연녹지 10만1014㎡, 보전녹지 1만1847㎡ 등 토지 11만2861㎡·3만4200여평, 건물 연면적 1만7974㎡)로 지정돼 있어 낮은 활용도로 인해 유찰이 계속(2011년 9월 6일부터 2013년 6월 12일까지 8회 유찰)됐다. 

연구원은 매각 활성화를 위해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으로 부지 용도 변경을 추진, 성남시의 용도 변경 승인을 받아 2015년 10월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법인인 주식회사 A에 2187억 원에 매각했다. A사에는 부동산 개발사인 B사(A사 지분 46%)와 증권사 2곳(지분 도합 50%)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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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성남시 고시 캡처

이후 성남시는 2017년 2월 백현동 부지에 ‘주거시설(아파트)’ ‘기반시설(공원·광장 등)’ ‘R&D 센터’를 조성하는 ‘분당구 백현동 516 일원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식품연구원은 그해 9월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했다. 백현동 부지에는 이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지난 6월 1223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백현동 논란의 핵심 두 가지: ①사옥 부지 매각 과정서 업체에 유리하게 '수의 매각' ②식품연구원,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자 역할 

백현동 논란의 핵심은 이 같은 연구원의 ‘사옥 부지 매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23일 《조선펍》이 입수한 2018년 5월 감사원의 ‘공공기관 부동산 보유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연구원 측이 구 백현동 사옥 부지를 모 업체에 매각할 당시 업체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수의 매각’을 했다는 점. 둘째, 연구원 측이 해당 업체 측의 요청을 받고 해당 부지에 임대아파트 대신 분양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게끔 성남시에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해당 보고서에 적시(摘示)한 문제의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넘버링은 임의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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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감사원 감사보고서 캡처

〈① 한국식품연구원은 종전부동산(구 소재 구 사옥) 매각을 추진하면서 ‘토지 리턴제 조건부’(용도 지역 변경이 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제)로 재공고 입찰을 실시한 적이 없어, 재공고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의 경우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에 정한 조건을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가계약법상 동 조건부로 매각 시에는 수의계약에 의할 수 없고 새로운 입찰을 실시하여야 하는데도 특정 업체에 2187억 원을 매각 가격으로 하여 토지 리턴제 조건부로 부당 수의매각.

② 또한, 종전부동산 소유권을 위 업체에 이전한 후에 위 업체의 부탁을 받고서 형식상 지구단위계획(용적률, 건축물의 용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함) 입안 제안자가 되어 종전부동산 부지에 용도 지역 변경 때와 다르게 임대아파트 대신 분양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게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성남시에 통보하거나 기부채납(R&D 용지, 낙생초등학교 증축) 책임까지 대신 부담하는 등 위 업체의 영리활동을 부당 지원.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식품연구원은 원활한 부지 매각을 위해 용도 변경을 추진하던 중 2015년 1월 16일 부동산 개발사인 B사의 조건부 매매 계약 체결 요청을 받았다. 이른바 ‘토지 리턴제 조건부’다. B사는 “매수인이 2015년 9월 30일까지 사업 인허가(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지역 변경 등)를 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나, 더 이상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219억 원)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조건을 건 것이다. 

간단히 말해 ‘녹지’에서 ‘주거지역’으로 해당 부지의 용도 변경이 불허될 시 매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업체 측에 유리한 조건을 건 것이다.

연구원은 왜 '재 경쟁입찰' 무시하고 특정 회사에 수의 매각했나

문제는 식품연구원이 ‘토지 리턴제 조건부’를 내걸어 ‘부지 매각 재공고 입찰’을 실시하지 않고, 매입사에 ‘수의 매각’했다는 사실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르면, 재공고 입찰에 부친 경우로서 입찰자 또는 낙찰자가 없는 경우 수의 계약을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보증금과 기한을 제외하고는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 정한 가격 및 기타 조건을 변경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시 말해, 조건을 바꿔서 부지를 매각하려면 수의 계약이 아닌 다시금 ‘경쟁 입찰’을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따라서 위 연구원은 종전부동산을 토지 리턴제 조건부로 매각하는 것이,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 정한 조건의 변경에 해당되므로 재공고 유찰을 사유로 수의 계약에 의할 수 없고 경쟁 입찰을 새로이 실시하여야 했다”며 “그런데도 위 연구원은 2015년 2월 27일 종전부동산을 B사가 요청한 대로 토지 리턴제 조건부로 2187억 원에 수의 계약으로 매각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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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감사원 감사보고서 캡처

이후 2015년 9월 7일 연구원 부지가 용도 변경 승인을 받자, 그달 14일 B사는 자사(自社)가 대표사로 있는 PFV 법인인 A사에 매수인 지위를 넘겼다. A사는 그달 24일 잔금을 지급하고 연구원으로부터 부지 소유권을 가져왔다. 

감사원 “A사, 토지 리턴제 조건부로 부동산 취득...연구원, 경쟁 입찰 통해 매각 이익 증대 기회 잃어”

감사원은 “그 결과 A사는 용도 지역 변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및 가격 경쟁 없이 토지 리턴제 조건부로 종전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된 반면, 위 연구원은 경쟁 입찰을 통해 매각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매수 희망자들은 토지 리턴제 조건부로 종전부동산을 매수할 기회를 잃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당시 ‘수의 매각’ 과정에 관여한 연구원 부장급 팀원 C씨와 본부장급 단장 D씨에 대한 해임·문책 등 징계 처분을 연구원 측에 촉구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보유 부동산을 일반 경쟁 입찰 대상인데도 부당하게 수의 계약으로 매각하거나, 이권 개입 및 직위의 사적 이용 등을 금지한 ‘한국식품연구원 임직원 행동 강령’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며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하시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식품연구원 측은 23일 《조선펍》과의 통화에서 수의 매각 과정에 관여한 인물 두 명에 대한 징계 사실을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휴가철이라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월요일까지 (답변해도) 가능하냐"고 답했다. 

《조선펍》은 식품연구원 측에 "조속한 확인을 바란다. 보도가 나간 이후 답변해 올 경우 기사에 충실히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후 식품연구원 측은 27일 오후 《조선펍》에 "징계 사실은 홈페이지 등 나와 있는 공개 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며 "다만 어떤 이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개인정보 문제가 있는 '정보 공개 청구 대상'이라 바로 알려드리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2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