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대권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당랑의 꿈.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2019년 1월 발간한 책의 제목이다. 당랑(螳螂)은 중국 고서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고사(故事) '당랑거철(螳螂拒轍)'에서 따온 말이다. 이 고사는 사마귀 한 마리가 제(齊)나라 임금 장공의 수레를 막아 돌아가게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2017년 19대 대선 때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수레를 막아선 당랑과 같이 보였다. 그는 거대한 탄핵 광풍에 물러서지 않았고,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진 정당의 후보가 돼 대선 득표율을 24%까지 끌어올리며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홍준표는 지난 17일 "빼앗긴 정권 되찾아 이 나라 '정상국가' 만들겠다"며 또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섰다. 19일 공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그의 지지율은 4%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홍준표는 "돌고 돌아 결국 제가 본선에 나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며 다시금 당랑의 꿈을 꾸고 있다.

어머니께 물려받은 홍준표의 꿈... 그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홍 의원은 저서 《당랑의 꿈》(실크로드, 2019)에서 내 인생의 멘토는 어머니라며 어머니가 남기신 꿈을 가슴에 품고 정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내가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2주일 뒤에 돌아가셨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들 앞길에 방해될까 연락도 못하시다가 내 얼굴을 보고 마지막 눈을 감으셨다. 나는 정치를 시작하고,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남기신 꿈 하나 가슴에 품고 정치를 시작했다. 그 꿈은,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사람들, 평생 일만 하고 고생만 하신 내 어머니 같은 분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꿈이다. 돈도 '빽'도 통하지 않는 그런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그것이다.〉 (《당랑의 꿈》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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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랑의 꿈》 책 표지(왼쪽)와 홍준표 의원. 사진=실크로드, 조선일보DB

정치인 홍준표의 또 하나의 꿈은 대한민국과 무너진 보수·우파의 재건이다. 그는 《당랑의 꿈》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지향점은 새로운 역사"라며 "과거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고 서로 하나 되어 대한민국과 보수·우파 재건에 한마음이 되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대한민국과 보수·우파의 재건을 위해 다음 4가지 강령(綱領)을 제시했다.

첫째, 단합해야 한다. 내부 총질은 안 된다. 건강한 토론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지만 기득권을 위한 주장은 분열과 파탄만 낳는다.
둘째, 혁신해야 한다. 점진적 변화로는 안 된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우리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
셋째, 오직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
넷째, 보수·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정치적 이익만 좇아 몰려다니는 권력 해바라기는 안 된다. 가치도 없고 이념도 없는 무능 부패 정당은 희망이 없다.

최근 당 내분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이 유념하면 좋을 내용들이다. 

어느 정치인보다 보수·우파로서의 선명한 정체성을 강조하는 홍준표. 그가 생각하는 보수가 갖춰야 할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그는 '보수의 품위'에 관해 다음 4가지 덕목으로 정리했다.

첫째, 보수는 당당해야 한다. 자신을 비롯해서 보수 집단은 깨끗함으로써 당당할 수 있다.
둘째, 보수는 뚜렷한 자기 소신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탄핵 때에 침묵하거나 오락가락하던 이들의 처신을 보면 잘 나타난다.
셋째, 보수는 끝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서 국민들을 부자 되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실력과 능력을 갖춰야 한다. 거울 보고 이미지나 가꾸는 보수는 속 빈 껍데기 보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넷째, 보수는 병역, 납세 등 국민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도덕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홍준표는 보수·우파는 '정치적 현실주의자'여야 함을 강조하며 보수·우파 진영이 기념해야 할 역사적 인물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세 지도자를 꼽았다.

〈좌우의 극심한 혼란과 대립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해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 민주화와 산업화의 극심한 대립에서 민주화보다 산업화를 선택해 국민을 가난에서 구한 박정희 대통령, 3당 합당은 야합이라는 극심한 비난 속에서도 이를 감행하여 군정을 종식시키고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영삼 대통령, 이 세 분 모두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정치적 현실주의자이다. 그래서 내가 그 세 분을 우리 보수·우파 진영의 상징적인 인물로 보고 당사에 존영을 건 것이다.〉 (《당랑의 꿈》 p.177, 178)

꿈꾸는 로맨티스트·옵티미스트 홍준표... 그의 마지막 정치 도전

홍준표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어느 정치인보다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홍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생각을 읽어주는 페이스북 팔로워가 9만7300명에 이르렀다"며 "TV홍카콜라 구독자도 곧 44만 명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택트 시대에 아주 중요한 소통 수단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다른 후보들처럼 대변인을 많이 두기 보다 페이스북과 TV홍카콜라를 적극 활용해 직접 대국민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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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꿈꾸는 로맨티스트》, 《꿈꾸는 옵티미스트》, 《꿈꾸는 대한민국》 책 표지. 사진=봄봄스토리

홍준표는 거의 매일 아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 글을 정리해 책을 출간하고 있다. 《꿈꾸는 로맨티스트: 홍준표의 facebook 희망편지》(봄봄스토리, 2018), 《꿈꾸는 옵티미스트: 홍준표의 facebook 희망편지 2》(봄봄스토리, 2018), 《꿈꾸는 대한민국: 홍준표의 facebook 희망편지 3》(봄봄스토리, 2020) 등 페이스북 글을 엮은 책이 벌써 3권이나 나왔다.

《꿈꾸는 로맨티스트》에는 홍 의원이 자유한국당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인 2017년 7월 9일자 페이스북 글이 적혀 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정당의 후신(後身)임을 강조하며 단합과 혁신을 강조했다. 

〈모래알 부대로는 전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모든 가치가 허물어진 폐허입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합시다. 폐허에서 새롭게 재건하는 자유한국당은 이 땅에 대한민국을 세우고 산업화하고 문민정부를 수립하고 선진국 문턱까지 오게 한 자랑스러운 정당의 후예답게 국민 앞에 다시 우뚝 설 것으로 믿어마지 않습니다. 무에서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국민의 눈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혁신의 대상이 되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합시다. 다시 시작하는 자유한국당을 국민 여러분이 많이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꿈꾸는 옵티미스트》 소개글에서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옵티미스트, 즉 낙관론자였다며 국가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해도 참고 견디며 낙관적으로 꿈을 가지고 즐겁게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였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집안이 가난하여 대학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안될 때 초등학교 동창생이 "9급 공무원 시험 봐서 면서기 하면서 시골에 사는 것이 어떠냐" 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지긋지긋한 가난을 자식 대에는 물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무모하게 대학을 진학했던 내가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도지사가 되고 여당대표, 대통령 후보, 야당대표가 되었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세간의 평은 의식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내 소신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려고 노력했다. 이제 이순의 나이가 되어 내 나라를 돌아보면서 나는 이 나라의 혜택을 참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가장 최신작인 《꿈꾸는 대한민국》에는 홍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신승(辛勝)한 뒤 소감을 밝힌 2020년 4월 17일 글이 담겨 있다. 당시 홍 의원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해 '홍준표' 이름 세 글자만으로 당선됐다. 홍 의원은 대구 시민에게 감사를 표하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18세 때 동대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꿈을 찾아 대구를 떠났던 제가 48년 만에 돌아 왔는데도, 이렇게 환대 해준 대구 사람들의 인정이 눈물 나도록 고맙습니다. 그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분골쇄신해 대구를 위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오는 날 오후 창밖에 내리는 빗물을 보면서 이것이 대구의 눈물로 보여져 왠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내 자라난 고향 대구의 눈물을 닦아 주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마지막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만 66세 정치인 홍준표. 이번 20대 대선은 그의 마지막 대권 도전이 될 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17일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 물로 배를 채웠던 그 절박한 심정으로 마지막 정치 도전에 나선다고 말했다. 진충보국(盡忠報國)의 각오로 혼신을 다해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외쳤다. 

평생 고생만 하신 내 어머니 같은 분들이 잘 사는 세상, 돈도 빽도 통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꿈이라고 했던 홍 의원. 그의 마지막 도전의 성패와 관계 없이 그가 꿈꾸는 세상만큼은 꼭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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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선거 유세 장면. 사진=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