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6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제1야당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 합당(合黨) 문제가 안갯속으로 가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연이은 ‘합당 협상 압박’에 안철수 대표가 ‘일본군(日本軍) 이야기’까지 꺼내는 등 독설(毒舌)로 응수한 것을 보아, 극단적으로는 합당이 무산되고 안 대표가 차기 대선에 ‘독자 출마(出馬)’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결국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이 난립해 ‘야권 분열’이 벌어졌던 2017년 19대 대선의 재판(再版)이 되는 셈. 당내 주자들은 물론 윤석열·최재형 등 장외 거물(巨物)까지 흡수해 야권 플랫폼이 된 국민의힘이 3석(席)에 불과한 국민의당과 막판 ‘대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체급만 따져보면 국민의당 후보를 무시하고 각자 출마하는 코스를 택할 수 있지만, 상대가 인지도 높은 ‘안철수’이기 때문에 야권의 표심 분열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간동아》는 5일 “일각에선 안 대표가 독자 노선을 걸으며 단독 출마를 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대선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통해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양당의 합당 협상이 당명 변경 등을 둘러싼 신경전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격화한 가운데 안 대표의 독자 출마까지 거론되면서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안 대표 주변에서 독자 출마 군불을 때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3일 ‘MBC 라디오’에 출연, “열린 플랫폼이 실패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야권 외연 확장을 위해 안 대표의 역할이 다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현재로는 안 대표가 대권 후보로 출마해 그런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태규 사무총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많은 분이 다 (안 대표가) 대선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전체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다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3일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전에는 합당이 순조롭게 가길 바란다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이준석 대표가 저렇게 겁박하는데 굳이 왜 하는가?’ ‘들어가서도 뻔하다’는 내용의 격서(檄書)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매체에 “상식적으로 저희도 공당(公黨)인데 합당이 안 된다면 우리도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누가 나가겠는가? 안 대표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안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 개정도 불사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 당헌·당규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하는 자는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안 대표의 출마를 위해선 개정이 필요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더불어민주당처럼 성범죄 때문에 당헌·당규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운영을 위해 바꾸는 것이라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안 대표 본인은 독자 출마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당에서 의논해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안 대표는 4일 《중앙일보》 유튜브에 출연, 이준석 대표가 합당 여부를 ‘예스(Yes), 노(No)’로 묻는 것에 대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발언에 빗대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략했을 때 그곳을 점령하던 영국군과 담판을 벌이면서 ‘예스까 노까(예스인가 노인가)’라고 했다”면서 “(이 대표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지층 마음이 상하면 (합당) 시너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며 “시간보다 더 중요한 건 시너지 나는 통합이고, 그게 안 되는 통합이라면 정권 교체에 아무 도움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진행에 ‘예스냐, 노냐’ 정도의 질문에 상대를 일본군 전범(戰犯)으로 연상했다는 것은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라며 “이준석에게서 일본군 전범이 연상된다고 하면 국민의힘은 2차 대전 때 일본군 정도가 된다고 인식하는 것인가. 제발 좀 정상적인 대화를 당 대표 간 했으면 한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