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TV조선 캡처

여권이 언론사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이른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강행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7일 열린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의결했다. ‘허위 및 조작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언론사에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여권은 소위 ‘가짜뉴스’ 폐단을 막기 위해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법 적용 대상에서 최근 정보 확산 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유튜브·SNS 등은 제외해 ‘기성 언론 탄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국 중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별도 규정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 미국은 손해배상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판례마다 다소 상이한 입장이고, 영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에 대한 입증이 형사책임의 입증 정도로 엄격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자협회 등 대표적인 언론 5개 단체는 지난 28일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 문체위 의결이 확정되자 ‘언론에 재갈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 즉각 중단하라’는 제하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5개 단체는 해당 성명에서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으로 규정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이하 해당 성명의 전문(全文)이다. 

언론에 재갈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 즉각 중단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은 신문·방송사, 인터넷신문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정정보도를 했을 때 원 보도와 같은 분량·크기로 게재하여야 하고, 인터넷 기사에 대해서도 기사의 열람 차단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8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등 언론 5단체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반민주적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법률로써 제약하려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허위·조작보도의 폐해를 막겠다면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것도 모자라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안은 배임이나 횡령도 아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액에 대해 기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할 뿐 아니라, 고의 또는 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어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

이러한 입법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현행법 체계에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명예훼손죄 등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지도록 돼 있다. 여기에 정정보도를 원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도록 강제하는 조항 역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 5단체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으로 규정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법으로 제약하려 한다면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나,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개정안은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로 간주한다.

언론에 대한 통제가 국민과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피해와 고통을 주는지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다. 과거 군부 독재정권이 무력으로 언론 자유를 억압했다면 지금의 여당은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행사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을 뿐 본질은 같다.

언론의 자유는 그 나라의 민주화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언론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언론의 위축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민주국가들이 경험한 역사적 교훈이다.

언론 5단체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언론중재법을 비롯한 언론 관련 발의 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러한 반대 의견을 귀담아듣기는커녕 이번 개정안을 조만간 상임위원회에 상정시킨 뒤 8월 중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언론 5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1년 7월 28일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