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7월 23일 서울 서초동 드루킹 특검 기자실에서 허익범 특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21일 대법원에서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혐의를 받아온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유죄를 확정 판결한 가운데, ‘드루킹 특검 수사’로 김 전 지사의 범죄 가담을 밝혀낸 허익범 특별검사가 입장을 밝혔다.

허 특검은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특정인에 대한 처벌의 의미보다는 정치인이 사조직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조작 방식으로 선거운동에 관여한 행위에 대한 단죄”라며 “공정한 선거를 치르라는 경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화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 참관 사실 등 인터넷 댓글 순위 조작에 관여한 사실, (드루킹 측에) 공직을 제안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김 지사가) 기소된 범죄사실 대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피고인에 대한 답”이라고 부연했다.

허 특검은 다만 김 전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것에 대해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사실까지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축소해 대선의 대가로만 평가한 것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허 특검은 같은 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김 지사와의 지난한 진실 싸움이 끝났다. 2018년 6월 27일 수사를 개시해 8월 24일 기소했다”며 “이후 3년간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다 보니 디지털 증거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지사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입증하라고 요구했고, 그때마다 증거를 다시 뒤져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 측이 혐의에 대해 ‘이런 사실은 없다’고 할 때마다 김 지사 측이 내세운 주장보다 2배 많은 디테일을 가지고 맞서야 했다. 텔레그램 대화창을 수없이 봤다”며 “힘든 여정이었다. ‘이제 그만 해도 되는구나’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허 특검은 “지난해 7월 20일 새 재판부에서 ‘댓글을 전수조사 하라’고 석명요청을 내렸다. 김 지사 측이 ‘웃음’ 기호나 ‘ㅠㅠ’ ‘ㅇㄱㄹㅇ’ 등 자음이나 모음만 적힌 댓글을 빼야 하고, 오히려 드루킹이 문재인 당시 후보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역작업’을 해서 김 지사와 공모가 아니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나를 포함한 특검팀 10명이서 한 달 동안 120만 개의 댓글을 하나하나 조사했다. 김 지사 측 주장대로 자음으로 된 댓글을 빼더라도 댓글 90만 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댓글은 6300여 개로 전체의 약 0.7%였다”고 설명했다.

허 특검은 ‘김 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를 돕는 대가로 드루킹 측에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렇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기록을 보면, 김 지사 측이 드루킹에게 일본 대사직을 줄 수는 없다고 하자, 드루킹 공범이 드루킹에게 텔레그램을 한다. ‘현재 하고 있는 뉴스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향후 지방선거와 관련한 작업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김경수에게 통보하자’는 내용이었다”며 “이후 드루킹 측이 오히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 조작까지 하며 위협적인 ‘실력 행사’를 하자, 김 지사 측이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다. 이는 2017년 대선뿐 아니라 2018년 지방선거까지 도움을 받기 위해 드루킹을 달랜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허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오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가겠다’는 입장이었다. 내 역할은 증거가 하는 말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었다며 “증거가 ‘아니다’라고 말하면 주장하지 않았다. 결국 사법부는 댓글 여론 조작과 관직 제안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