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7월 20일 오전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맨 왼쪽)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의 기후위기 대응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개최한 ‘기후위기 대응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 진술서를 통해, 현 정부의 에너지 분야 중심 목표인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기조인 ‘탈(脫)원전’ 사이의 모순 관계에 대해 지적했다. 아울러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효율 문제도 진단했다. 해당 공청회는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 주최로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관 622호에 위치한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공청회 목적은 ‘1994년 기후위기에 관한 국제연합 기본협약 및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정부가 선언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 추진 체계 정비, 국제 협약 당사국으로서 의무수행 등을 규정한 법률안 제정과 관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해 심사에 참고하기 위함’이다.

박 교수는 진술서에서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탈원전과 탄소중립이다. 문제는 탄소중립과 탈원전은 결코 조화될 수 없는 모순 정책이라는 점”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면 가용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남지 않는데, 여기에 탈원전으로 원자력마저 사용을 제한하면 사실상 남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몰빵’ 시나리오다. 실현 불가능한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재생에너지 몰빵식 에너지믹스는 날씨에 좌우되는 소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말미암아, 최소한 현재 수준에서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은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태양과 바람과 같은 일기 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자기 멋대로 들쑥날쑥한 간헐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며 “현재 기술 수준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방법은 발전량이 남아돌 때는 많이 쓰고, 부족할 때는 적게 쓰도록 유도하는 정교한 수요 관리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을 상쇄시키는 백업 발전소 운영, 그리고 이웃 국가와 계통을 연결하여 과부족 전기를 사고파는 교역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저장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도 우리에게는 쉽지 않다. 우리 인류는 불행히도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저장할 기술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고, 우리나라 전력 계통은 다른 나라와 연결되어 있지 않아 교역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교한 수요 관리와 백업 발전소 운영은 엄청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백업 발전소는 대개 LNG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이기 때문에 탄소중립과 또 다시 충돌하는 또 다른 영역의 문제가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소위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대폭 증가시켜야 합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원자력 비중은 설령 탈원전 정책이 없다고 하더라도, 무작정 증가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지속적 증가는 피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는 이유입니다.

재생에너지는 매우 비싼 에너지입니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비싼 에너지임은 틀림없습니다. 사실 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높기 때문에 정부 보조금 없이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더욱이 향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2018년에 이미 2조6000억 원 규모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 하나의 증거입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태양광 이용률은 15%로 미국의 24%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풍력 이용률은 25% 내외로 북해 인근 풍력 선진국 덴마크, 노르웨이의 이용률 50%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상대적으로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재생에너지 자체 비용 못지않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력시스템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소위 시스템 비용 증가도 문제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았으면 필요 없었을 백업 발전, 에너지저장장치, 대규모 송전 시설, 정교한 계통 시스템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하는 시스템 비용은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와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험에 의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원전은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유력한 실용적 대안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당연히 원전 없는 현실적 탄소중립 방안이 있을 수 없다”며 “독일을 제외한 선진국 중 탄소중립 방안으로 원전을 포기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 증거다. 그럼에도 이념의 도그마가 되어버린 탈원전으로 말미암아 원전 없이 현실적 탄소중립 전략을 짜야 하는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저히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괴망측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신한울 1·2호기 운영 허가 지연, 3억 그루 벌채 탄소중립 등과 같은 비상식적 정책은 모두 곤혹스러운 정부의 궁여지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현재로는 원전을 최대한 안전하게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면서, 탄소중립에 대처하는 길이 유일해 보인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 법안의 핵심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과학과 사실에만 근거해 중립적으로 원전의 적정 비중을 찾는 절차 마련에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