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과 바이든의 핵(核)시계》 책 표지.

《김정은과 바이든의 핵시계》 / 곽길섭 / 기파랑

'북한 비핵화와 정상국가화의 길'에 관해 30년 외길 북한 전문가의 분석과 처방을 담은 책이 나왔다.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 원코리아센터 대표가 쓴 《김정은과 바이든의 핵(核)시계》. 일반인을 위해 알기 쉽게 풀어쓴 '한반도 평화통일 전략노트'다.

2020년 4월 북한 김정은이 한동안 모습을 감추자 한국과 미국에서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코마설·사망설, 김여정 후계자론 등이 돌았을 때, 곽길섭 교수는 정확한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곽 교수는 개인 유튜브 채널 '곽길섭 북한정론TV'를 통해 "김정은은 건재하며, 이런 식으로 잠행하며 국정운영 구상 후 현장지도 등으로 다시 등장하는 깜짝쇼를 연출하곤 할 것"이라며 "김정은의 후계자는 '대를 잇는 백두혈통'일 수밖에 없고, 김여정은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곽 교수의 분석처럼 김정은은 2020년 5월 1일 현지지도를 통해 건재를 과시했고, '김정은 코마설' 등을 주장한 북한 출신 국회의원은 사과까지 해야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월간조선》 기고에서 "한국의 대북 분석관 출신이 북한의 고위외교관 출신을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비슷하게 2021년 7월 초에도 김정은의 안위를 둘러싼 억측들이 퍼져 나갔으나, 이번에도 김정은은 김일성 사망 27주기에 금수산태양궁전을 깜짝 참배하면서 신변이상설을 일축했다.

한미일 3자 조율 중요... 文 정부 '원칙'과 '동맹의 가치' 부응해야

곽 교수는 "미국의 새 지도자로 등장한 조 바이든이 '원칙’과 '동맹의 가치'를 재천명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평화와 북한 핵·미사일 폐기를 둘러싼 한·미·북의 밀당은 '신(新) 한반도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문재인 정권은 미·북이 주연인 한반도 핵게임에서 어디까지나 조연에만 머물 것인가,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회복의 주역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것인가?"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곽 교수는 클린턴 시대부터 트럼프 시대까지 미국의 포용적 대북 정책 기조를 '페리 프로세스'로, 이에 반해 압박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바이든 시대의 대북 정책 기조를 '페리 프로세스 2.0'으로 명명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1999년 10월 작성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당시 미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조정관 윌리엄 페리의 포괄적 해결 방안을 담은 보고서다. 

저자는 미·북 간 물밑접촉 못지않게 한·미·일 3자 간의 조율이 중요해졌다고 내다봤다. 달라진 기조하에서 임기 말의 문재인 정권이 미국이 강조하는 '원칙'과 '동맹의 가치'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면 핵 위협 없는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며, 대한민국은 영원히 한반도 평화통일의 주역이 되지 못하고 주변적 역할로 떠밀릴 것이라고 곽 교수는 경고했다.

北 체제 공감... 감성적 통일론은 위험

'원코리아운동', '남북한 새세대 교류사업' 등 통일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저자이지만, '우리 민족끼리'식의 감성팔이 통일론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곽 교수는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 민족끼리'의 '민족'이란 김일성 일가와 주체사상을 절대 유일의 진리로 떠받드는 사람들만 지칭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 통일이어야 하며, '세계'와 '미래'를 향해 업그레이드되는 통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정보기관 퇴직 후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에서 '김정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30년 대북 분석관의 눈으로 바라본, 집권 10년을 넘긴 김정은의 북한은 비록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국가(chaos state)이지만, 자유와 민주를 당연시하는 보통 한국인의 상식을 초월하는 공고한 체제다. 곽 교수는 당·정·군 간부들뿐만 아니라 400만 평양시민(북한 인구의 약 15%) 모두가 현 북한 체제의 단물을 함께 누리는 '철밥통 이익공동체'이기에 내부로부터의 붕괴나 암살·정변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대한민국이 그런 북한을 정상국가로 유도하고 자유민주, 시장경제에 기초한 통일을 주도할 태세가 갖춰져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아울러 "탈북민이 대한민국에서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하고 제대로 된 통일이 가능하다"며 역대 정부의 탈북민에 대한 처우가 온당했는지를 묻는다.

이 밖에 북한의 권력 구조, 장기간의 경제 제재에도 북한이 버티는 비결, 북한에서 쿠데타나 암살이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이유 등 북한 체제에 관해 알아 두어야 할 상식 등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