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DB

야권의 유력 대권(大權) 잠룡(潛龍)으로 분류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노선이 달라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른바 ‘제3지대’에서 중도 및 반문(反文) 진보 진영을 흡수해 자체 세력화에 나서는 한편, 최 전 원장은 15일 국민의힘 입당(入黨) 직행으로 보수 진영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키웠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들어 지지율 부침을 겪고 있긴 하지만,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가 높고 야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조기 입당을 통한 경선 참여보다는 막판 ‘후보 단일화’를 노리는 모양새다. 반면 정치적 지원 조직이 부족하고 인지도 면에서 윤 전 총장에 밀리는 최 전 원장은 조기 입당으로 당내 세력을 규합해 체급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 특정 이념보다는 공정과 상식, 정의 등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는 윤 전 총장은 ‘제3지대 빅 텐트’를 세워 탈문(脫文) 진보까지 아우르는 ‘중도 확장 전략’을 추구한다. 6·25 전쟁 영웅의 자손이자 병역 명문가 출신에 기독교 신자인 최 전 원장은 ‘보수 진영 후보’로서 적합한 자신의 내력을 내세워 당의 노장(老將) 잠룡들을 격파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2일 야권 잠룡 중 처음으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로 ‘무소속’ 등록했다. 등록 기간이 내년까지로 긴 편인데도 ‘조기 입당’ 대신 ‘선제 등록’을 택했다. 차기 대선의 관건은 플랫폼이 아닌 인물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단독 출마 의지’를 내보인 행보였다. ‘경선 버스’ 운운하던 국민의힘에 긴장을 주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기도 했다. 나아가 진보 성향의 지식인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만나며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갔다. 15일에는 지난 19대 대선 정국 당시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제3지대 선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인사 등 중도·진보 진영에서 ‘윤 전 총장 지지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원장은 15일 오전 국민의힘에 입당 원서를 냈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한 후 17일 만의 전격적인 결행(決行)이다. 현 정권 고위인사가 공직에서 사퇴한 지 20일도 안 된 시기에 ‘대권 도전 의지’를 갖고 야당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후발주자로서 조기에 안정적인 정치 플랫폼을 확보해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드러나는 행보다. ‘관망 모드’로 제3지대에 머물러 있다가, 입당 및 대권 도전의 적기(適期)를 놓쳐 윤 전 총장 진영에 흡수통합될 위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黨舍)를 방문,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를 면담한 뒤 입당 행사를 가졌다. 그는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정당 밖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정당에 들어가서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했다”며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차기 대선 정국에서 야권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제3지대 중도확장 윤석열’과 ‘국민의힘 선명보수 최재형’의 1:1 대결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윤 전 총장의 후속 입당 여부와 최 전 원장의 당내 경선 성적 등이 관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