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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소설가 이경희의 '아직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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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글 | 이경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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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계는 어디 있는가?”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천재라 일컫는 살바도르 달리의 유언이다. 사랑하는 아내 갈라가 사망한 후 자살 기도를 거듭하다 결국 1989년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사랑하던 아내, 갈라를 만난 지 만 60년이 되는 해였다.
“내 어머니보다, 내 아버지보다, 피카소보다, 돈보다, 나는 갈라를 더욱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치유했다.”

달리의 말은 그의 사랑을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그에게 치명적인 결핍이 있었고, 그걸 어루만져줄 사람은 사랑하는 여자 ‘갈라’ 뿐이라는 말이다.
 
갈라는 원래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었다. 친한 지인의 부인이었음에도, 열정적으로 그녀에 매달린 달리는 결국 갈라의 마음을 흔드는 데 성공한다.
 
파리에서 달리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함께 도주해 잠적하기에 이른다. 그때가 1929년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 갈라는 엘뤼아르와 이혼하고 달리와 결혼하게 된다. 갈라 나이 40, 달리 30살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지내기 시작하면서 달리의 작품에는 갈라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달리는 자신의 작품전시에 관한 모든 일을 갈라의 결정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결국 갈라에게 매니저 역할까지 맡기게 된 그는, 전시장소 계약과 일정, 작품 판매까지 자신의 모든 권한을 갈라에게 넘겨주었다.
 
자신의 생이 오직 갈라만을 위해 존재하기라도 하는 듯 달리는 자신의 작품 창작과정까지 그녀의 개입을 허락하기에 이른다. 오직 갈라를 위해 발레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를 제작했다. '달리는 갈라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주변사람들이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달리의 사랑의 여신, 갈라는 어땠을까? 생을 바쳐 사랑해준다는 것에 감사함이라도 가졌을까?

젊음을 유지하는데 몰두한 갈라는, 고가의 화장품뿐 아니라 성형수술과 시술을 번갈아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게 가꾸는 데만 집착했다.
 
갈라가 젊은 외모에 집착한 것은 자신보다 10년 젊은 달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뭇 남성들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던 그녀는 결국 1968년 결별을 선언한다. 달리가 마련해준 성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허락없이 달리의 출입을 금한다고 공표한 것이다.
 
자신의 뮤즈가 떠나자, 달리는 한동안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고통받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뭇 남성들과의 애정행각이 잦아들지 않자 달리는 결국 그토록 사랑했던 갈라를 폭행하게 된다. 갈라는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고, 달리는 일시적 혼수상태에 까지 이르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는 정신적 신체적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토록 갈라에 집착한 달리의 결핍은 무엇이었을까?

달리가 태어나기 1년 전 달리의 형이 위장염으로 죽었다. 달리가 태어나자 부모는 그의 형이 환생한 것이라 믿고 이름을 살바도르 달리라고 지었다. 그 이름은 원래 죽은 형의 이름이었다.
 
 "나는 결코 죽은 형은 아니며 살아 있는 동생이라는 것을 항시 증명하고 싶었다.“

달리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형의 그림자 아래서 매우 고통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파리의 달리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어둡고 기괴한 것들이 많다. 특히 천정에 높이 매달아 놓은 일곱 벌의 드레스는 마치 못을 매단 여인들을 상징한 것처럼 오싹함을 주기도 한다.
 
그의 결핍이 그 위대한 작품의 자양분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그 결핍의 예술적 승화가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천재를 만들었다는 것에도 이의 없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달리, 한 남자로서의 달리는 과연 승자였을까?
 
예술가의 사랑에 대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결핍이 그런 사랑으로 치닫게 했으며 그 사랑이 처참한 최후를 초래하게 했다는 것.

살바도르 달리, 한 예술가로서의 성취나 업적은 성공적일 수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그는 불행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 갈라에 의해 결핍이 치유되고, 갈라에 의해 천재적인 예술작품이 세상에 나왔을지 모르지만 결국 사랑에 있어 그는 ‘을’의 사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을’의 사랑이란, 갑과 을 두 사람을 놓고 가른 것이 아니다. 사랑에도 갑이 있고 을이 있다. 누구에게도 떳떳한 사랑, 숨지 않고 햇살 아래 꺼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랑, 그것이 여기서 말하는 갑의 사랑이다.
 
나의 사랑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어둡고 침침한 굴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면 당신은 지금 을의 사랑을 하고 있다. 확실하다.
등록일 : 2018-06-08 16:40   |  수정일 : 2018-06-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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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이경희 소설가

2016년 중앙일보에 장편소설 '제8요일의남자'를 연재했으며 단편소설 '작약' '연의기록'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등 다수를 발표했다.

국회의장단 기획관을 지냈으며, 일간지 문화부 기자, 경기도 공무원교육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예술치유 에세이 '마음아 이제 놓아줄게', JTBC드라마 원작소설 '품위있는그녀 1,2' 를 출간했고 현재 에브리북에 소설 '엘리자베스 캐츠아이'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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