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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박미정의 세상물정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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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가장 비극적일까

글 | 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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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전 손택
 
죽음에 대한 생각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다.
 
천수를 누리다 죽는 사람, 병들어 죽는 사람, 괴한에게 살해당한 사람, 시스템에 의해 숙청된 사람,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 등등, 죽음의 형태는 다양하다.
 
<해석에 반대한다>로 유명한 미국 비평가 수전 손택. 그녀는 유방암 말기 진단을 받고도 죽음과 맞서 싸우느라 죽음을 앞두고 정작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행운을 하나의 운명처럼 받아들인 그녀는 죽음도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확신에 사로잡혀 있었다. 삶에 대한 그녀의 애착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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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이에 반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삶을 마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자신의 죽음을 냉철하게 받아들였다.
 
죽음을 앞두고 창작과 섹스에 몰두한 작가도 있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업다이크다. 그는 죽음에 대항한다기보다는 죽음을 망각하고자 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자신의 죽음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수용했다는 면에서는 같았다.
 
이들과 달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기도 전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속절없이 죽어간 사람들도 있다.
 
수천수만 명의 비극적인 죽음이 책속의 한낱 숫자로 나타난 책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다 못해 죄책감이 인다. 이렇게 쉽게 읽혀도 되는지에 대한 죄책감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2천만 명의 군인과 4천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민간인이 전염병, 기아, 대학살, 폭격 등으로 사망했다.
 
이들은 시대적 광기의 희생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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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업다이크

마오쩌둥의 사상과 사회주의 혁명을 실천하는 인민이 되자며 정부가 밀어붙인 사회대개조 운동인 문화대혁명(1966~76) 시기에 죽어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낙인을 찍었고 고문당하고 죽음을 맞았다.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려다 허무하게 죽음을 맞은 한 여인의 이야기는 기구한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강의 잘하기로 소문난 선생이었던 남편이 마오가 혁명기 적들을 피해 도랑에 숨었다는 무용담을 말했다가 감옥에 갇힌다. 여인은 남편이 책을 인용했을 뿐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종이란 종이는 다 주워보지만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 집에 쌓아둔 종이에 불이 붙어 아들과 함께 불에 타 죽는다. 남편은 절망감에 목을 매지만, 줄이 끊어져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바닥에서 그 글이 씌인 종이 한 장을 발견한다.
 
결국 종이 한 장의 텍스트에 의해 남편은 7년형을 살다 나오고 부인과 아들은 문제의 원인이 된 종이 뭉치들에 불이 붙는 바람에 속절없이 죽고 만다는 얘기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죽음이든,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르는 갑작스러운 죽음이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그 사실이 삶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삶이 얼마나 종잇조각처럼 찢어지기 쉬운 연약한 것인지 허무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죽음 이후 나의 육신이 썩어가는 걸 상상하는 인간의 자의식은 도대체 뭘까.
죽음이 있어 삶이 유한하고, 그러기에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을 살아간다는 걸 뭘까.
일본의 일러스트 작가인 사노 요코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담배를 마음껏 피우고 덜컥 스포츠카를 사며 건장한 남성의 매력을 마음껏 즐긴다. 예정된 시한을 넘기고 당장은 괜찮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살아갈 돈을 다 써버렸다며 멋쩍게 웃을 정도로 여유롭다.
 
그녀는 산다는 게 무엇인지 이렇게 쓴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살고 있다. 사는 동안은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없다. 산다는 건 뭐냐. 그래, 내일 아라이 씨네로 커다란 머위 뿌리를 나눠받으러 가는 거다. 그래서 내년에 커다란 머위가 싹을 낼지 안 낼지 걱정하는 거다. 그리고 조금 큰 어린 꽃대가 나오면 기뻐하는 거다. 언제 죽어도 좋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산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고민이 된다면 죽음을 떠올려보라.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게 될 것이다.

참고도서
케이티 로이티 『바이올렛 아워』
펑지차이 『백 사람의 십년』
사노 요코 『어쩌면 좋아』
등록일 : 2018-05-28 13:55   |  수정일 : 2018-05-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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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사진

박미정 여성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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