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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의 ‘놀 권리’와 언어교육...국어 교육 잘 되야 영어도 쉽게 습득

글 | 김주성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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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 서강SLP 제공

최근 영유아의 ‘놀 권리’를 앞세운 영어수업 금지조치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교육부가 일단 금지조치를 거두고 정책유예기간을 갖기로 하였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영어수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망이 워낙 큰데다, 정치권에서도 초등 1, 2학년에게 방과 후 영어수업을 부활시키고 영유아에게도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논란은 언어교육정책이 정교하게 추진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20년 전에 떠들썩했던 영어공용화론을 기억하고 있다. 화려하게 열렸던 민주화시대에 세계화의 꿈과 좌절을 맛보면서, 무역입국을 해온 우리들이 전 세계를 누비려면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영어공용화가 언어정책으로 자리 잡지 못한 까닭은 아무래도 우리의 언어문화에 대한 반성이 앞섰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고려 광종 때 중국어로 치러지기 시작한 과거시험이 우리의 언어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되어 있으며, 학술개념어는 거의 100%가 한자어이다. 그동안 아름다운 고유어를 많이 잃어 버렸다. 대표적으로 현대어에 내일(來日)의 고유어가 없다. 그제 어제 오늘 모레 글피가 다 고유어인데, 내일만 한자어이다. 내일의 고유어가 본래 없지 않았다. 우리는 ‘내일’을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어국수주의로 마음을 바꾼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고유의 언어문화를 지키면서도 세계와 호흡하고자 언어개방정책을 펴왔다. 원어민 교사를 초청하여 초중고등학교에 배치하고 조기영어교육도 추진했었다. 우리의 언어정책은 제2언어로서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방향에 대해서 교육부나 학부모가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영어교육을 어느 시기에 시작해야 하느냐이다.
 
최근에 교육학은 뇌과학을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인지발달과정이나 도덕발달과정을 살피려면 아이들의 행동밖에 관찰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뇌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뇌과학에 따르면, 아이들의 언어능력은 전두엽이 충분히 성장하고 두정엽과 측두엽이 성장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시기에 성숙된다고 한다.
 
언어생성능력을 관장하는 브로카 영역은 3-6세에 성장하는 전두엽에 자리 잡고 있고, 언어이해능력을 관장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7-12세에 성장하는 측두엽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언어자원이 부족한 외국어 교육은 베르니케 영역이 성장하는 초등학생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론 언어자원이 풍부한 모국어 교육이나 양쪽의 언어자원이 비등한 이중언어 교육은 0세부터 또는 태어나기 이전에 태교로도 수행할 수 있다.
 
뇌과학의 지식은 설득력이 매우 높지만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뇌과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마다 뇌가 다르고, 사용하기에 따라서 뇌가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뇌과학의 지식을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는 영아 때부터 아버지의 열망에 따라 음악공부에 몰두해서 크게 성공하지 않았던가?
 
뇌과학의 지식이 확정적일 수 없는 한, 학부모의 열망이 반영될 수 있는 교육영역을 허용해야 한다. 초등 1, 2학년은 말할 것도 없고, 영유아들에게도 방과 후 프로그램은 교육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규제가 많은 교육현장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마저 통제된다면 아이들의 성장환경이 지나치게 획일화 될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자율성을 확보해주면서 영유아의 언어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영어수업을 권장하지는 않더라도 허용은 해야 한다.  
 
이중언어의 교육환경이 아닌 한, 언어능력은 모국어에서 키워진다. 모국어 능력이 뛰어나야 외국어도 쉽게 습득한다. 고유의 언어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든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든, 교육부는 영유아의 교육현장에서 모국어 교육이 잘 되도록 힘써야 한다. 모국어 능력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자칫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좋은 취지의 유아언어교육정책이 교육현장에서 모국어 교육에 대한 무관심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등록일 : 2018-02-14 13:10   |  수정일 : 2018-02-1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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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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