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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박상융 변호사의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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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발부단계에서 유·무죄가 결정되는 나라

현행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 개선해야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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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by 조선DB
사건을 보면 구속시켜야 할 사람이 불구속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도 충분한데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 검찰도 피의자를 구속시키면 수사가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구속을 못 시키면 수사에 실패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인신 상태를 가지고 수사가 성공했다,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굳이 구속시키지 않고서도 수사와 재판을 받아도 되는데 구속까지 하면 수사와 재판에서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 간의 기소와 변론권에 대한 아무 기대 등의 원칙이 깨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 변호인의 변론권이 제한되고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사실상 유죄추정에 의해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속되어야 할 사람이 불구속이 된 경우에는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와 재판이 장기간 걸리게 됨에 따라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보복과 재범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구속, 불구속 여부를 심사하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유죄 선고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경찰, 검찰의 신청 단계에서의 자체 판단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살려야 할 사람을 죽이고, 죽여야 할 사람을 살리는 잘못을 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검찰, 법원의 구속, 불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자체 내부 심사 절차는 매우 허술하다. 관련자의 진술에 의존하고 때로는 수사관 개인의 주관적인 수사보고서에 의한 소명자료에 의해 영장 청구와 발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질 심사에서 구속의 소명자료로 첨부된 수사기록을 보면 관련자들의 진술조서와 소명자료로 채워져 있는데, 그 조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제대로 된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서류심사로만 구석 여부를 판단하곤 한다.
 
어떤 경우에는 실질 심사 당일 혹은 하루 전에 경찰, 검찰, 법원으로부터 실질 심사 출석기일을 통보받은 상태에서 아무런 자료도 없이 법원의 실질 심사에 임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심사를 받게 되는 것이다.
 
경찰, 검찰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출된 수사기록 앞에 피의자, 변호인은 속수무책으로 제대로 혐의 사실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임하게 된다. 한 사람의 구속과 불구속의 운명이 판단되는 단계 치고는 너무나 허술하다.
 
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 사실과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를 보면 도주와 증거인멸, 나아가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는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말만 기재되어 있다. 주거가 뚜렷하고, 경찰, 검찰의 출석 요청에 자발적으로 응했고, 압수수색까지 당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부인하거나 공범자와의 진술을 짜 맞출 우려가 있다거나 더 나아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재범의 위험성이 높다고 기재하기도 한다.
 
이에 반하여 사안으로 보면 구속되어야 할 사람인데 단지 피해자와 합의되고 우발적인 범행이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민사상의 문제일 뿐 죄질이나 형사 처분과는 무관한데도 말이다. 때로는 피의자(가해자)나 부모가 재력이 많아 속칭 실력(전관예우)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영장이 기각된다는 사실 아닌 이야기가 법원가에 난무하기도 한다.

수사기록과 당일 피의자의 법정에서 짧은 시간 동안의 소명만으로 구속과 불구속을 판단하는 법원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경찰, 검찰 자체 내에 구속과 불구속을 심사하고 판단하는 절차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합의제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당사자가 충분히 자신의 혐의 내용을 소명,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구속이 된 상태에서 더 이상 수사할 만한 이유가 없어 경찰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구속 후 송치하고 검찰도 길게는 송치 후 20일 이내에 기소한다. 그렇게 되면 재판도 사실상 헌법에서 보장된 무죄 추정이 아닌 유죄추정의 상태로 이루어지게 된다.
 
청소년, 가정폭력, 성범죄의 경우 초범, 우발적이고 피해자와 합의되어 영장이 기각되어 불구속 상태인 경우에는 기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사이에 이들은 자신을 고소한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을 하거나 재범을 저지르기도 한다. 수사와 기소 사이에 6개월 이상이 걸려 죄의식도 사라지고 형벌의 효과도 약화된다.
 
더군다나 청소년 범죄자의 경우에는 수사 후 기소와 재판까지 보호와 관찰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태에서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서 가해자를 피해 다니거나 오히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도 제출한다.
 
구속과 불구속은 한 사람의 운명, 가정, 나아가 그가 속한 직장, 사회에서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러한 절차가 여러 사람의 고심과 사실조사 확인, 증거조사절차도 없이 서류심사에만 의존해 이루어지는 현재의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검찰도 경찰에서 올라온 영장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경찰의 영장 청구 내용을 있는 그대로 인용하는 허술한 심사도 개선되어야 한다.
 
압수수색영장의 경우는 더더욱 심하다. 법원 자체 내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도 않는다. 압수수색의 필요로 하는 범위와 소명자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증거 찾기식으로 무고한 사람을 피의자로 입건시켜 부당하게 압수수색을 하면 한 사람, 그가 속한 기업, 가정이 파괴된다. 그런 면에서 압수수색영장심사도 경찰, 검찰, 법원이 합의제 형식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인권국가이다.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하고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이루어지는 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청구와 발부 시스템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검찰, 경찰의 수사권 조정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책에 대해 고민을 하여야 한다.
등록일 : 2018-05-25 10:37   |  수정일 : 2018-05-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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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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