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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박상융 변호사의 이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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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공직사회의 비효율성… 겉치레 보고서작성과 알맹이 없는 회의

공직사회 회의, 보고서작성 등 보고중심에서 현장집중 근무로 일하는 방식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글 | 박상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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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매주 52시간 단축 근무제가 시행이 된다고 한다. 민간기업은 집중근무제 등 가급적 꼭 필요한 근무만 하게 하는 등 근무시간을 단축하여 비용을 절감하는데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는 아직도 업무에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이 안타깝다. 필자가 경찰 고위직으로 공직에 있을 때 업무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보고서 작성이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언론보도를 보고 사건보도와 관련 일선에서 올라온 사건보고서를 취합, 윗분들이 보기 좋게 편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오전 8시 반 고위간부회의에 맞춰서 사건보도관련 자료를 챙기는 것이 하루 중 제일 중요한 일이었다. 그 일을 위해 꼭두새벽에 출근하여 언론보도를 보고 일선서에 독촉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야 했다. 일선지방청도 새벽이 가장 바쁜 시간으로 일선서에서 올라오는 사건보고서를 취합하여 윗선에 보고하는 일로 시간에 쫓기곤 했다.
 
보고서도 윗분이 읽고 이해하기 편하도록 글자체, 띄어쓰기, 글자크기 등을 맞추면서 편집하다 보니 이로 인해 낭비되는 종이도 많았다. 심지어 어떤 지휘관은 오탈자가 틀리거나 문맥이 안맞다고 혼을 내고, 중요한 내용도 아닌 것을 가지고 문맥이 안 맞는다고 하면서 여러 번 되돌려보냈다. 그렇게 엄청난 노력이 투입되어 작성된 보고서는 한번 읽고 버려지는 경우가 태반사였다. 
 
그다음으로 길고 잦은 회의가 이어졌다. 회의는 참석자 간의 토론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회의주재자의 지시와 받아쓰기 형식이다. 화상회의도 지시일변도로서 전화로도 충분한데 굳이 쓸데없이 화상회의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국관 회의를 마치면 다시 과장회의, 계장회의, 그리고 실무자 회의가 이어지고 끝나면 점심때가 다가온다. 일을 해야 하는 데 회의만 하다 볼일을 다 볼 지경이다. 일선서의 경우에도 빨리 현장에 나가 수사를 하고 민원처리를 하여야 하는데 회의하다 오전 일을 다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의를 하면 회의자료도 준비하여야 하고, 시간도 노력도 많이 걸린다. 회의자료는 물론이고 말씀자료, 심지어 일문일답 자료까지 준비하는 경우도 많아 회의가 떨어지면 준비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토론이 없는 회의 방식도 문제다. 핵심이슈가 있어 참석자 간에 토론이 되어야 하는데 토론은 없고 지시만 있다. 질문이나 반대의견은 할 생각을 못한다. 윗사람 눈치 보기에 바쁘다. 주재자가 지시를 하는데 졸기라도 하거나 받아쓰기를 하지 않으면 혼이 나기도 한다.
 
공무원 조직의 비생산적인 회의문화는 비단 경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무회의, 차관회의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회의주제와 관련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까지 참석하니 회의시간만 길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준비도 하고 공부도 하여야 하는데 준비도 공부도 하지 않고 직원들이 써준 것만 읽으니 답답한 회의가 이어진다. 아니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들이 업무 자체를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밑에서 직원들이 써준 것을 읽기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무원 업무 중 비생산적인 결재업무도 문제다. 전자결재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지휘관에 따라서 대면결재를 선호하기도 한다. 대면결재 과정에서 때로는 인간적인 모멸감(폭언 등)도 느끼고 결재시간을 잘 지키지도 않는 바람에 결재대기를 하다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결재 역시 서명만 할 뿐 제대로 서류검토나 관련 첨부파일 확인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승진 때만 되면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직접대면결재를 하려고 한다. 일을 했다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현장실정에 잘 맞지도 않는 공문만 양산하게 된다.
 
교육도 문제다. 야간 새벽 근무까지 한 파출소, 지구대, 형사팀 직원들을 직장훈련과 상급기관 집체교육이란 명목으로 교육에 동원시킨다. 직장훈련의 경우 승진에 반영하다 보니 야간근무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졸면서 2시간이 넘는 교육에 참석한다. 특별한 교육내용도 없는데도 말이다. 공무원은 현장에 자주 나가야 하고 현장 민원 처리에 시간과 업무를 집중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장을 기피하고 잦은 지시와 보고, 회의와 교육으로 현장근무를 위태롭게 한다.
 
현장 112사건사고처리, 고소고발, 신고사건처리보다는 인사권자에게 보고서를 빨리 보기 좋게 작성하는 사람이 승진하고 대우를 받는다. 포상, 자기계발, 승진, 예산과 장비 등 지원도 현장부서보다는 기획지시부서에 편중된다. 그러다 보니 속칭 젊고 유능하다는 사람들이 현장을 기피한다. 공무원 증원 못지않게 인력의 효율적 배분을 통한 현장집중 근무배치와 현장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공직사회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등록일 : 2018-04-26 09:49   |  수정일 : 2018-04-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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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융 변호사

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 / 제29회 사법시험 합격,
1993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 경찰청 마약·지능범죄수사과장, 경기지방청 수사과장,
서울 양천·평택·동두천·김포·대전중부·논산경찰서 등 서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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