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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엄상익 변호사의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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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돈 벌기

글 |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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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친구가 사업을 마친 후 인생의 제2막을 ‘빵장수 야곱’으로 변신했다. 광고회사를 하던 그는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 평생 ‘을 노릇’을 해왔는데 염증이 난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그는 신이 났다. 밤이면 맑은 물에 깨끗하게 씻은 팥을 삶아 체로 쳐 정밀한 앙금을 만들어냈다. 일본영화 ‘도라야끼’의 주인공처럼 좋은 단팥빵 만드는 게 그의 신앙처럼 보였다. 그는 늙은 나이에 일본의 ‘앙꼬’를 만드는 장인을 찾아가 사정을 해서 기술을 전수받기도 했다. 그는 자기가 만든 단팥빵과 원두를 갈아서 막 뽑은 커피를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표정을 보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칼바람이 몰아치던 지난해 연말 어느날 밤 그의 가게에 들렸다. 그가 오븐에서 바로 나온 단팥빵과 차를 가져와 탁자에 놓고 나와 마주앉았다. 중학생 시절 삼선교의 어둠침침하고 허름한 빵집에서 둘이 앉아 빵을 먹었었다. 이제 노인이 되어서도 우리는 단팥빵을 놓고 서로 마주앉아 있다.

“야, 이 빵좀 봐라”

그가 앞에 있는 자기가 만든 빵을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

“오븐에서 빵이 바로 나왔을 때는 이렇게 반들거리고 빵이 탱탱해 그런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쪼글쪼글해지는 거야. 요즈음 알게 됐는데 큰 제과업체들은 빵이 시간이 흘러도 쭈그러들지 않게 하기 위해 밀가루에다가 다른 걸 섞는다는 거야. 먹는 사람들의 건강보다는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게 목적인 거지.”

그가 말하는 ‘상품’이라는 단어가 화두같이 내 머리에 들어왔다. 자본주의에서는 상품을 만들어 경쟁한다. 목적은 돈이다. 돈을 얻기는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정직하게 번 돈이 아닐까. 그가 말을 계속했다.

“내가 또 다른 것도 발견했어. 국수도 면발이 쫄깃쫄깃 하게 하기 위해서 찬물에 헹구기도 하고 체로 털기도 하거든. 그런데 그런 시간을 들이기 싫어서인지 밀가루에 다른 걸 섞는 다는 거야. 그렇게 하면 국수가 노릇노릇하고 탱탱해 지는 거지. 그러니까 국수집 가서 국수가 지나치게 탄력이 있고 노르스름하면 한번 의심해 봐.”

“먹는 걸 가지고 그렇게 장난을 치나?”

나는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상추를 한번 봐. 그거 농약을 안치면 벌레가 다 먹지 이파리가 남아있지 않게 돼. 또 따서 몇 시간만 지나도 풀이 다 죽어. 밭에서 나는 식물이라는 게 모두 그래. 그게 자연의 법칙이지. 나뭇가지를 잘라봐. 몇 시간이면 생생하던 게 바로 말라 버리잖아? 그런데 마트의 진열대에 있는 상추를 사다가 이삼일 둬도 그냥 생생해. 신기하지 않아? 내가 알기로는 출하하기 직전에 약을 친다는 거야. 그렇게 하면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라는 거지.”

돌아오는 내내 ‘상품’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농부가 사과나무에 달린 게 돈으로 보이고 밭에서 자라는 게 지폐로 보인다면 그가 농부일까. 내가 오랫동안 해 온 변호사업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뢰인이 돈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가 아니라 악덕 장사꾼이었다. 상품이 아니라 인품을 파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정직한 노동으로 버는 깨끗한 돈은 거짓이 섞인 많은 돈보다 낫다. 액수로 하지 말고 질의 깨끗함으로 했으면 좋겠다. 돈이 귀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는 정직한 노동이 귀중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유혹을 이기고 모든 방해를 물리치고 정직한 돈을 얻어야 막스베버가 말한 것처럼 프로테스탄트 정신의 자본주의의 목적을 이룬 게 아닐까.

등록일 : 2019-01-16 14:35   |  수정일 : 2019-01-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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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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