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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 엄상익 변호사의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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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대한민국과 북한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 나라입니까, 두 나라입니까?”

글 | 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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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by 뉴시스
 점심시간 서초동의 음식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선배들의 모임에 참석했다. 사적인 모임이지만 경력들이 쟁쟁한 선배들이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직접 보좌했던 선배가 있었고 오랫동안 헤이그에서 국제 재판관을 한 분도 있었고 해외소식통인 알려진 원로 언론인인 선배도 있었다. 공적인 모임이면 여러 제약이 있다. 그러나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하는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그 분들의 속뜻이나 감정까지도 정확히 알고 배울 수 있다. 내가 원로 언론인 출신 선배에게 물었다.
  
  “솔직히 대한민국과 북한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 민족의 한 나라입니까 아니면 두 나라입니까?”
  “나는 현실적으로 이미 두 나라라고 봐. 체제도 다르고 모든 게 다르잖아? 민족이 같다고 한 나라는 아니지. 그리고 유엔에서는 이미 두 나라라고 승인했잖아?”
  
  “이번에 헌법을 바꾼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렇다면 헌법의 영토조항도 바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말에 청와대에 있었던 선배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예전 헌법 개정을 할 때 내가 헌법상의 영토조항을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어. 국방부장관 한 사람만 빼놓고 실제로 아무도 반대하지 않던데. 앞으로는 바꾸어야 할 거야. 이번에 헌법 개정하는 걸 보니까 지역의 국지적 격한 시위인 부마항쟁까지 헌법전문에 넣으려고 하는데 아마 5·18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그랬을 거야.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던데.”
  
  그 말에 네덜란드에서 국제 재판관을 오래 한 선배가 끼어들었다.
  “불란서 헌법전문을 보면 불란서 대혁명이나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집어넣지 않아요. 헌법 전문은 길 필요가 없는데 너무 길게 만든 것 같아요.”
  
  대한민국 엘리트의 북한관이나 헌법에 대한 생각 같았다. 내가 원로 언론인이고 미국통인 선배에게 물었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나는 그건 반드시 열리고 어떤 현실적인 결말이 주어질 것으로 봐. 트럼프는 역대 미국의 다른 대통령과는 발상이 달라. 경제로 중국과 러시아를 이미 바짝 조였어. 매년 3500억 달러의 수출을 하는 중국에 대해 짝퉁 시비만 걸어도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어 있어. 그러니 중국이 현재 꼼짝 못하고 미국의 지시대로 북한을 조이는 거지.
 
 러시아의 푸틴은 모자란 친구 같아. 지금 20년간 권력을 잡았으면서도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가스 같은 에너지 수출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어. 그런데 지금 세계 에너지 시장을 오펙이나 중동에서 잡지 못하고 미국의 세일가스가 잡고 있는 거야. 러시아에서 수출하는 가스를 통제할 수 있는 거지.
 
그러니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없이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어.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북한 핵 문제를 처리하면 트럼프의 지지도가 상승해서 재선을 노릴 수 있고 또 노벨평화상감인 거야. 트럼프는 어떻게 해서든 미북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거라고 봐. 김정은은 사람을 많이 죽이고 인권문제 때문에 노벨평화상감이 안되지만 중재를 한 문재인 대통령은 동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겠지.”
  
  사적인 자리에서 선배들은 남북의 정치적 현실을 두 나라로 보고 있었다. 정치학자들도 정치적 현실주의인 것 같다. 고려대학 총장이자 대한민국의 정치학의 시조인 김상협 교수는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의 배경을 이승만 박사의 정치적 현실주의에 두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적 경쟁의 배경 속에서 한민족의 낭만적 통일론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많은 소국들이 미국에 줄 설 것인지 소련에 줄을 설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미국 쪽으로 줄을 서서 대한민국을 만들기 잘 했다는 것이다.
  
  정치학자인 윤평중 교수는 지금의 정치현실에서 한반도에 두 나라 체제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하고 있다. 남북한이 별개의 주권국가로 존재하면서 상호교류와 경제협력을 해야지 낭만적 통일론은 오히려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그를 공격하는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해방 후 월남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함께 중국 쪽 두만강가로 가서 다리 저쪽으로 기적을 울리며 가는 기차를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자유롭게 들어가는 북한은 온 가족을 두고 온 어머니만 갈 수 없는 나라였다. 어머니는 수십 년 동안 대한적십자사의 연락만을 기다리다가 2년 전 돌아가셨다. 적십자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북한의 가족들이 6·25 전쟁 때 폭격으로 몰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한의 가족들도 위로 형과 누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이 피난을 가다가 죽었다. 부모의 깊은 내면에 들어있던 한(恨)을 자식인 나도 얼마쯤은 공유하고 있다.
  
  사상이나 관념으로 남북문제를 보는 사람들의 주장이 나의 가슴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어도 소 닭 보듯 무심한 심정을 가진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한반도의 핵 위기로 인한 미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기회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등록일 : 2018-03-21 10:24   |  수정일 : 2018-03-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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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익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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