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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말리는 강남 성형의과의사

‘성선설’과 ‘성악설’을 아이에게 물으니… 어린 아들은 어른의 스승

글 |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필자의 다른 기사 2018-03-19 16:18

 큰 아이가 8살, 작은 아이가 5살 때의 일이다. 여름휴가 때 가족들이 부산에 계신 어머니에게 휴가 겸 재롱떨러 내려갔다. 휴가 2~3일 후 평소에 밝은 집사람이 시어머니에게 한 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이 어둡다. 근데 아이들은 부모 심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장난이 점점 심해진다. 평소 같으면 타이르고 말았을 정도인데 시어머니에게 욕먹은 것의 응어리가 있었는지 애들 엄마가 드디어 폭발했다. 아이들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때부터 아이들이 엄마를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말을 시켜도 대답안하기, 눈 마주치지 않기, 옆자리 안 앉기 등등…. 한참을 왕따 당한 아내가 시어머니 앞이니 한껏 품위 있게 아이들에게 타이르기를 “너희들이 너무 장난이 심하니 엄마가 너희를 야단친 것이 아니냐”고 핑계를 댄다. 5살짜리 막내가 엄마에게 따지듯 항의한다. “야단치는 것과 신경질 내는 건 다르지 않는냐.”
 
5살짜리 손자의 엄마에 대한 항의에 한껏 고무된 시어머니는 “그래 야단치는 것과 신경질 내는 건 다르지”라며 애들을 거든다.
 
순간적으로 아내의 인격은 시어머니 앞에서 그만 무너졌다. 다행히 아내가 아이들에게 사과하면서 마무리됐지만.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어느 날 아내가, 없는 살림에 꼭 필요하지도 않는 비싼 식기세트를 박스로 사왔다. 아무리 싸게 샀다고 하지만 집안 형편으론 큰돈이기도 하고 우리 가족끼리 식사할 땐 필요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저런 비싼 식기를 써야하는 요리를 대접할 손님이 우리 집에 몇 번이나 초대받아서 오겠냐”고 잔소리를 하니 평소에 조용하던 아내가 그날따라 지지 않고 말대꾸를 하다가 그만 말싸움이 심해 거친 소리가 나오게 됐다. 폭풍이 지나고 아내는 안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씩씩거리며 내 공부방으로 들어갔다.
 
30분쯤 지났을까? 4학년짜리 아들이 노크하고 들어온다. 아버지에게 할 말이 있단다.
 
“아버지 말을 들어보니 아버지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비싼 그릇 산 것도 엄마가 잘못했고, 꼭 필요하지 않은 걸 산 것도 엄마가 잘못했고, 평소 우리집에서 저런 비싼 그릇 쓰지도 않는 것도 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모르시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냐?”
 
“아버지는 맞는 말씀을 하셨지만 아버지는 엄마도 여자라는 걸 모르셨습니다.”
 
순간적으로 난 4학년 아들에게 할 말을 잃었다.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큰 아이 때문에 사회수업이 엉망이 돼서 우리 아이를 특별 가정지도를 부탁하기 위해 학부모가 학교에 오셔야 된다고 한다.
 
내용인즉, 사회시간에 선생님께서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시는데 우리집 아들이 장난치다가 선생님께 걸렸다. 선생님이 당연히 수업 내용을 안 듣고 장난쳤다고 생각하고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아들은 “선한 사람 입장에서는 ‘악’이 ‘악’이고, 악한 사람 입장에서는 ‘선’이 ‘악’이다”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더욱 화가 나서 다시 자세히 설명하라고 하니, “선악은 사람이 필요에 따라 편한 대로 만든 것입니다”라고 대답해서 수업분위기가 초토화 됐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화가 나서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냐”고 야단치니, 아들 대답이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어떻게 하면 선을 행하고 어떻게 하면 악을 행할 수 있느냐”고 되물어서 그만 사회담당 여선생님이 울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선생님이 어떻게 했어야 할까? 아버지인 나는 아이에게 뭐라고 지도해야할까?
 
내 주제엔 아이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칼럼니스트 사진

진세훈 진성형외과 원장


등록일 : 2018-03-19 16:18   |  수정일 : 2018-03-1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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